책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왜 그녀는 그 험난한 길을 걸었을까
PCT(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은 멕시코에서부터 캐나다까지 4500Km에 육박하는 죽음의 트래킹 코스이다.
사막, 고산지대, 설원이 종류별로 기다리고 있는 야생 그대로의 험난한 길이다.
실화를 소재로 한 책, 그리고 영화. 와일드를 소개할까 한다.
주인공인 셰릴에게, 인생의 중심은 엄마였다. 불우한 가정형편, 엄마를 때리는 아빠. 그리고 새아버지..
그러한 혼란 속에서 그녀의 삶의 중심을 잡아준 것은 늘 사랑이 가득하고 긍정적인 단 한사람, 엄마였다.
셰릴이 20살이 넘었을 때 갑자기 엄마는 암으로 죽게 되고, 그녀는 삶의 구심점을 잃었다.
방황한 그녀는 불륜으로 이혼하게 되고, 이후 아무 남자와 함께 살며 마약에 빠지고 인생을 막 살게 된다.
그녀는 다시 살기 위해 죽음의 트레킹 코스 PTC 길에 오른다. 30kg에 육박하는 백팩,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는 야생의 길에서의 3개월간의 노숙.
책을 읽으면 영화로 본 것보다 매순간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위험했는지 잘 보여 진다.
*셰릴역을 맡은 리즈 위더스푼
그토록 힘들고 위험하고 끔찍이 외롭고 고독한 길을. 왜 걷는가.
왜 죽어라고 30kg 무거운 가방을 등에 지고 그렇게까지 해야됬냐고..
‘ 내 복잡한 삶이 이렇게 단순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나로서는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여행을 하며, 이제 더 이상 내 인생의 슬픈 일들을 되새기는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 걸까? 아니, 어쩌면 내 육체적 고통에만 신경을 집중하느라 감정적 상처 같은 건 저 멀리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행을 시작한 뒤로는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이루어 나감으로서 창조하고 싶은 거다. 이전의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다시 가치 있는 것으로 채우고자 하는 열망.
슬픔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다시 태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을 한계를 극복하고, 다시 또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얻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전해졌다.
그녀의 그 마음과 의지는 내 모습 속에도 있었다.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혀온 난임의 고통 속에서 내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은 흔들렸고, 과연 나는 행복해 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나라는 존재를 찾기 위해 책을 보고 글을 썼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쓰고, 다시 읽고 쓰는 것의 반복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괴로움 속에 웅크리고 나를 숨겨 지내는 것보다 읽고 쓰고 발견하는 그 순간이 너무 경이로워 무언가를 읽고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녀가 PCT를 완주하듯, 나도 고지는 아니여도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인생을 조금 더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책이 좋다. 책으로 남의 인생을 엿보고 대신 느껴볼 수 있다. 영화로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장면들이, 책은 잠시 머물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주인공과 일치될 수 있는, 그래서 지금의 내 자신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준다.
책을 한권 읽었을 뿐인데, 나는 이미 PCT에 오른거 같은 착각이 들면서 내 인생의 PCT를 걸어가려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내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마치 이 모든 노력이 반드시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처럼.'
* 이분이 책의 주인공 셰릴 스트레이드.
* 추가 팁
보통 책이 원작인 영화는 책을 먼저보고 영화를 보기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영화를 먼저 보게 되면 시각화된 이미지가 머리 속에 콕 박혀서 책을 볼 때 느끼는 상상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와일드는 책/ 영화 둘다 보았으면 좋겠다. 책을 통해 영화속에서 다 느끼지 못한 셰릴의 심리를, 엄마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책을 통해 완전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책으로는 잘 상상이 되지 않는 그 길. 그리고 엄마를 잃고 나서의 그녀의 절망적인 모습을 영화로 다시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