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책' !!
연말은 왠지 마음이 바쁘다. 무언가를 정리해야 될 거 같고, 사람들을 만나야 될 거 같고.
무엇을 할까 책상에 앉아 생각하다가, 책장을 덩그러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발견한 점은 책을 사두고 읽지 않은 책들이 많다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게 되니 책 욕심을 부리게 되고, 읽고 싶은 책들을 계속 사게 되고, 빌리는 책들도 항상 한가득였다.
빌리는 책들은 기한이 있어서 먼저 읽게 되고, 언제든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구매한 책은 항상 뒷전이였다.
중간까지보다 만책, 아예 한페이지도 열지 않은 책. 다 봤다고 착각했으나 뒤에 20페이지 안본책. 등등
내 연말 목표는? 이 책들을 다 보는거야.
글을 쓰고싶은 욕구는 잠시 내려놓고,
책읽는 즐거움에만 몰입하기로 했다.
(그래서 최근에 브런치 글을 올리지 못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책은
수도원 기행(공지영), 생각하는 인문학(이지성), 책은 도끼다 (박웅현)
(기타 아직 읽지 못한 책은 내년의 몫으로 돌려야 겠다.)
올 한해는 책의 가치를 가슴 깊이 깨달았고, 책 속에서 사색의 시간을 갖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다. 올 해 읽은 책을 헤아려 보니 120권 정도이다.
책을 통해 배웠고, 느꼈고, 감탄했다. 엄청나게 정곡을 찌르는 표현과 그림과도 같은 묘사를 볼 때면 너무도 경이로워 혼자 ‘캬~’하고 소주를 들이킨 듯한 감탄사를 늘어놓았다.
그것은 무던하게 신경쓰지 않았던 일상에서 마치 보물을 발견할 때의 환희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많은 책을 보고도 그 자리인가’ 라는 허무가 아니다. 책을 보면 볼수록 내가 아는 세상과 나의 의식 수준이 얼마나 미약한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비관했던 시간은 이제 과거형이 되었다.
또한 앞으로 알아갈 세계가 많은 것은 기대감을 동반한다. 마치 너무나도 재미있는 만화책을 잔뜩 빌려놓은 겨울방학 같은 기분이랄까?
내년엔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읽고 알아나가게 될까?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나쁘지 만은 않은 거 같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교수는 말한다.
‘미치, 난 나이 든다는 사실을 껴안는다네.’
‘나이 드는 것은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성장이야. 삶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하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하게돼. ’
만약 내가 성장할 수 있다면 나이드는 것은 설레는 것이다.
미국의 골프영웅 할 서튼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인생에서 제가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기 전에 우리는 35세를 넘어버린다는 겁니다. 차, 집, 비행기가 있으면 행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깨달은 것은 행복은 결코 돈을 주고 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35살이 되어야 비로소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닫는 구나. 35살을 곧 맞이하는 나로서 35라는 숫자가
단지 30 중반을 넘어 무언가 더욱더 뜨겁게 깨달을수 있는 나이임에 안도했다.
올해는 이틀이 남았다. 더욱더 겸손하고 조용히 한 해와의 이별을 준비해야겠다.
마지막으로 '공지영의 수도원기행' 중 마음에 남는 구절들.
'갇힌 적이 있었다. 갇히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없는 유치장에서 읽을 거리 하나 없이 오두마니 앉아, 열흘 만에 무려 7kg의 살이 빠지도록 스스로와 마주했던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나는 소설가가 될 수 있었을까?
그러니 그 때 그 철창은 내게 형벌이었을까, 축복이였을까? '
'버리면 얻는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까봐, 그 미지의 공허가 무서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