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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Jan 18. 2016

엄마의 전쟁

엄마이든 아니든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얼마전 친구는 육아휴직을 쓰고 회사로 돌아왔다.


나: 복직하니까 어때?

친구: 애엄마는 민폐야..... 맨날 칼퇴하니까.

나: 그렇게 생각 하지마. 업무시간에 하고 가는 게      정상이지 야근하는 게 정상이야? 인별 업무 능력이나 속도차이도 있는데 무조건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회사가 문제야. 니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     


일을 하는 엄마들은 모두 자신이 ‘민폐’라고 말한다.      

동네 동생이 하는 말이

‘언니,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더니 나 지난번 친구들 모임가서 깜짝 놀랐.(미혼인) 친구들이 전부 자기 회사 워킹 맘들 욕을 어찌나 하던지. 지들은 나중에 결혼 안하고 애도 안 낳을 것처럼 그러는지 깜짝 놀랬어.’     

같은 여자도 이러는데 남자들은 더 하겠지.

이것이 회사가 워킹맘을 대하는 일반적 태도이다.


저출산 고령화. 한국경제의 위기.      


여기저기서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말한다.

OECD 중 저출산 최하위 국가. 이대로라면 2049년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40%라 노인이 된다고 한다. 길가다가 5명 중 2명은 노인이라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문제는 1~2인 가구 증가로 인한 가족 파괴, 노인 부양비 증가로 인한 세대 간 갈등, 노동 공급 감소에 따른 성장 잠재력 하락, 세수 부족 확대로 인한 국가 재정 건전성 악화 등등등!!!!!!!!!!!     


화가 나는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왜 애를 안 낳냐고 하는데 애를 낳고 싶어 죽겠는데 못 낳는 나 같은 난임부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는 것이고, (그저 애를 왜 안낳느냐고만 말한다!)      


두 번째는 애를 낳아야 된다고 하면서 워킹맘들에 대한 배려는 눈꼽 만큼도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민폐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적 시선과 구조!!      


최근에 SBS 스페셜 ‘엄마의 전쟁’을 보면서 숨이 확 막혀왔다.

아이는 아침마다 엄마 회사 가지 말라고 울고, 떼어내고 나오는 엄마도 울면서 출근한다.

야근을 해야 하는데 애 봐주는 도우미 선생님이 못 온다고 하니 그냥 할 수 없이 집으로 달려온다. 마음 한구석이 무척 불편하다. ‘내가 그냥 와서 다른 누가 내 대신 해야겠지요.’    

 

출처:  sbs 스페셜 '엄마의 전쟁'

수간호사가 꿈인 어떤 엄마는 3교대 업무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 대학원을 진학하고 싶어한다. 시댁식구들과 남편으로부터 엄청난 핀잔을 듣는다. 애엄마가 무슨 욕심을 부리냐고. 단 한명의 아군인 친정엄마는 속상해하며 한마디 한다. ‘네가 하고 싶으면 해.’   

  

출처:  sbs 스페셜 '엄마의 전쟁'

결국 퇴사를 선택하는 안타까운 여성 인력들. 방송에서 92학번 같은 과를 나온 동창들의 현재 커리어를 비교하는 통계가 나왔는데 처음에 입사할 땐 남녀 모두 굵직한 대기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입사후 7년 정도 된 시점 여성들의 80% 이상은 퇴사를 하여 경력이 단절되고 한 5년 뒤 다시 노동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할 수 있는 건 매우 제한적이다. 그 시간에 남자들은 각 기업의 수장들로 성장해 있었다.  


나도 워킹맘이 되고싶다. (애도 낳고 싶고 일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상처 난 곳에 소금을 뿌린 듯이 아프다. 오히려 애를 원해도 생기지 않는 이 현실을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마음이 애잔하다.       


그들이 무슨 죄인인가? 공부 열심히 해서 사회에 진출한 우리 또래의 여성들은 회사 눈치, 애들 눈치, 부모님들 눈치까지 보면서 자신의 건강과 행복은 미래로 던져놓은 듯한 모습이였다. 어쩌면 그 행복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모르는 지금 하루하루를 그냥 버티는 거라고..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너는 민폐가 아니야. 일단 넌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시대에 애를 둘이나 낳았어. 평균 1.2명인데 넌 엄청난 기여를 한 거야.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후손들을 낳은거니까.

두 번째. 사회생활을 하며 노동인력에도 기여를 하고 있어. 마지막 세 번째는 소비위축으로 꽁꽁 얼어붙은 시장경제에 소비로 도움을 주고 있어. 애 엄마들은 월급대비 소비율이 높아. 아이를 위해 돈을 써야 하니까. 만약 네가 돈을 벌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소비 규모를 훨씬 줄이게 되겠지.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돈을 쓰는 사람도 늘어나는 거야. 소비가 위축되면 그 경제는 끝장이 난다는 것이거든.      

너는 이렇게 우리 국가와 경제에 3가지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으니까 절대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회사 다녀. 알겠지?      


엄마들이 애도 낳고 회사도 다니면서 행복할 수 있는 나라. ‘엄마의 전쟁’에서는 네덜란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곳엔 ‘전업주부’,‘독박 육아’라는 말이 없다고 한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모습. 육아를 위해 파트타임 정규직이 남녀 모두에게 일상화 되어있다. 파트타임이 아닌 풀타임도 6시 이전에 모두 퇴근, 야근없고 회식도 없다. 저녁은 모두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이다.   

부부가 함께 한다.


출처:  sbs 스페셜 '엄마의 전쟁'

    

대안은 결국 이민인가? 그럴 수 없으니 국가도 사회도 기업도 일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으면 좋겠다. 이 상태라면,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후세들은 아무도 애를 낳지 않을 거 같다.      


'왜 엄마는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면 안 되는가. 왜 엄마는 자기 시간을 가지면 안 되나. 왜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나. 애를 남의 손맡긴다고 애랑 충분히 못 놀아준다고 왜 죄의식을 가져야 하는 걸까'

             -  ‘엄마와 연애할 때’ 임경선       


이 글은 스스로를‘민폐’라고 말하는, 사실은 국가를 위해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내 소중한 친구들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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