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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Feb 07. 2016

미니멀 라이프

소로우의 '월든', 그리고 법정스님의 '무소유'


 

   물건이 넘쳐난다. 먹을 것도 넘쳐난다. 배가 터지게 먹고 갖고 싶은 것들을 갖아도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가진 것들의 수레를 끌고 가느라 인생이 버겁다.

하우스푸어, 에듀푸어,. 온통 푸어푸어.

결국 우리가 가진 것은 빚이 쌓아 올린 것이라는 것. 자본주의의 허상이다.

무엇보다 가장 곤궁한 것은 메말라버린 마음과 하루에 한 번도 하늘을 보지 않는 죽어버린 감성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소로우의 ‘월든’그리고 최근에 나온 여러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심플하게 산다.’ 등등)     


모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복잡한 생각들에 대한 집착도 버리고 간소하게 살아야 더 행복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 (무소유)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 (월든)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끝없이 노력하고, 때로는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않을 것인가?      


법정스님은 ‘월든’이라는 책을 ‘어린왕자’ 다음으로 사랑했다. 그분의 책에 월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월든의 작가 소로우는 이전에 잠깐 소개했듯이 도시생활을 벗어나 월든 호수 근처에 작은 통나무 집을 살고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최소한의 것들만 소유하며 알게된 통찰들에 대한 책이다.    


 *월든에 대한 소개 이전글


-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자. 제발 바라건데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가지나 천 가지가 되게 두지 말라.     


소로우는 미국인인데 ‘공자’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특히 책 속에 ‘청빈’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어떤 단어를 청빈으로 해석한 걸까? 번역자의 센스가 놀랍다. 청빈은 맑은 가난으로 법정스님의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월든’과 ‘무소유’ 동서양이 같은 가치를 통해 통해 만났다.      


소유를 좋아하는 인간에게 무소유는 어쩌면 평생 이루지 못할 무언가로 여겨져 부담스럽다. 가지고 싶은 것 투성이인 세상에서 과연 스님의 ‘무소유’를 실천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스님이 말하는 무소유는 무조건 물건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러하다.       


 저기서 버스가 온다. 나는 달린다. 하지만 아쉽게 버스를 놓친다.

 버스를 놓쳤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무척 상한다. 기다려 주지 않고 떠난 버스가 야속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버스는 과연 ‘내 버스’인가? 내 버스가 다음 버스라고 생각하면 일찍 도착한 것인데, 왜 내 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이라고 부여해서 통탄해 하고 있는가?


스님은 말한다. '버스를 놓쳤다고 해서 화내지 말아라.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는데 마음마저 빼앗기면 손해가 큰 것이다'     

우리는 진짜 내 것이 아닌 것도 소유하려 든다는 것이다. 사물 뿐 아니라 사람까지도 소유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 들고 누군가가 나에게 복종하기를 바란다.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전쟁.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누군가의 소유욕 때문이다. 고작 몇 명의 극악무도한 소유욕은 수억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하게 했다. 심지어 그 엄청난 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끔찍한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여행 중에 ‘무소유’책을 들고 가서 틈틈이 읽었는데 그 말과 구절이 속속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대로 내 마음에 스캔하고 싶은 지경이었다. 당장 이 책을 사야겠다고 인터넷 서점을 뒤졌는데 영 책이 나오지 않는다. 중고 서점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알게 되었는데, 스님은 돌아가실 때 스님의 책을 모두 절판시켰다고 한다. 스님은 향후 책의 인세로 인한 어떤 무질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책을 더 이상 내지 않도록 절판시켰다고 한다.

아 통탄스럽다. 나는 이 책이 너무도 갖고 싶은데 가질 수 없는 것인가.

마음속에 책을 소유하고자 하는 소유욕이 떠오른다. 그러다 책의 말씀이 ‘무소유’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되자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스님의 명성 만큼이나 어느 도서관을 가도 ‘무소유’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으면 어떠하리. 자주 빌려 읽고 마음에 새길 수 밖에.              

  

나는 내 삶을 간결하게 하고 싶다. 물건에 대한 집착도 버리고, 마음 속에 일어나는 복잡한 생각들도 줄이고, 그리고 순간순간에 감탄하며 살고 싶다. 허풍도 가식도 욕심도 전부 없애고 잎으로 차를 우려내듯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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