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에 대하여 (임경선)
동료들에게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지 물어보면 98%는 모두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뭘 하고 살고 싶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린다.
질문을 바꿔서 물었다.
나 : 그럼 너희 딸이 나중에 뭘 했으면 좋겠어?
동료1: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자유롭게 여기저기 해외를 다니며 일하고 나처럼 얽매이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네.
동료2: 내 딸은 운동을 시킬 거야. 나는 우리 딸 경기할 때 따라 다니고.
나: 본인이 그렇게 살고 싶은 거 같은데?
동료1,2 : 그렇네..
지금의 삶에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절대 내 아이가 ‘나처럼’살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은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으나) 다른 일이거나 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모두 지금의 자리를 오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있었고 분명 입사를 한 순간 행복한 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부러움을 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몇 년만 지나면 만족은 어느새 불만족으로, 스스로 선택한 직업은 어느새 족쇄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대하여’에서 일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책 속에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의 말이다.
- 실제로 진료를 해보면,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이루고 난 이후에 공허함을 느껴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자기가 갖고 살았던, 믿어왔던 프레임이 흔들리는 거죠. 그 프레임이 나한테 맞지 않게 된다면 대부분 공황이나 불안이나 우울로 이어지거든요.
-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예요. 직업을 꿈과 동일시하는 거 웃겨요. 꿈이 직업도 아니고, 직업이 나의 목표도 아니고. 사람의 목표란 건 있을 수 없는 건데요. 그래서 ‘찰나를 살아라’라는 말을 많이 써요.
그런 표면적인 꿈이나 목표가 아닌, 어떤 태도를 가질 때 내가 가장 충만한가를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직업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생을 살면서 주로 1~2개의 직업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게 된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그들도 곧 반복되는 일상에 질식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책에서 마음의 경종을 울리는 한 마디가 나온다.
꿈은 없어도 되지만 내가 없으면 안 된다.
직업 자체를 자신과 동일시 여기고 있지만 실은 직업자체보다 그 앞에 형용사가 중요하다.
의사라면 어떤 의사인지, 교사라면 어떤 교사인지..
그리고 그 어떤은 주로 그 사람의 ‘태도’에서 알 수 있다. 직업의식이 투철하고 자신의 직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무언가 다르다. 그리고 그 태도가 다른 사람은 다른 일을 해도 잘한다. A라는 물건을 팔아서 성공한 사람은 B,C,D를 팔아도 성공한다.
- 일을 바꾸는 것은 과거의 나를 완전히 지우는 것 같지만, 자신의 본질적 자산은 그 어디에도 가지 않고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지금 하는 일에 힘이 되어 줄 수 있다.
- 그래서 나는 현재 어떤 일을 하건 일의 기술적 내용보다 그 일에 접근하는 태도를 배우고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하는 방식의 틀을 견고하게 잘 잡아 놓으면 그 안에 어떤 내용물의 일을 적용시켜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저력이 되어준다. 그 어떤 일에 대한 경험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영혼 없이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점점 회사에 흥미를 잃어가고 적당히 다니고 적당히 돈 벌기로 스스로 협의한 듯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궁금해지는 것은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어떤 표정과 어떤 태도를 가질까?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세상이 힘들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난 늘 자극받고 힘을 얻어왔다. 열심히 노력하는 일은 주저앉아 한숨만 쉬거나 세상을 원망하거나 나를 놔버리고 자기 혐오에 빠져있는 것보다 훨씬 더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조직 안에서도 최대한 자발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한 개인이 되어서도 그럴 수 있다.
조직 안에서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은 한 개인이 되어서도 그렇다는 말은, 반복되는 하루와 주말만 기다리는 평일의 나태로움에 익숙해진 나에게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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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 '사는게 지겹지'를 통해 반복되는 삶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반복되고 지겨운 일상은 원을 그리며 매일 똑같은 삶을 제공하며 그 안에서 안주해버리고 말지만 사실 계속 새로운 반경을 그려나갈 수 있다. 그 일상은 탄탄한 기초다지기를 하여 내가 원하는 삶을 발견했을 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
하루 아침에 뜬 거 같은 스타들도 사실은 한걸음 한걸음 초석을 다져왔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성실함과 적극성을 가진 태도를 지닌 사람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기회를 잡는다.
본질은 모두 같다. 본질을 깨닫는 사람이 분명 다른 하루를 살아가리라고 믿는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나에게 말한다.
‘꿈이 없어도 되지만 나는 있어야 한다.’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사는지는 '내'인생을 사는지 '남'의 인생을 사는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