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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Mar 07. 2016

사람과 사람사이의 쾌적한 거리가 필요하다.

일상 속 느낌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유지할 때 그 공기는 상쾌하고 쾌적한 기류를 형성하며 더 건강한 관계를 이룬다.


친구나 이웃 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가족, 부모, 자식 간에도 해당된다. 아이를 낳고 24시간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대부분의 엄마들은 크고 작은 우울증을 겪는다.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경선 작가가 ‘엄마와 연애할 때’에서 ,


육아 스트레스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숨막힘’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아무리 서로 친밀해도 통풍이 되는 지점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우리에게 쾌적한 거리 감각 따위는 요구하지 않는다. 숨 막히도록, 터지도록 가까운 사이를 원한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감정 노동은 아이에게 소진될 대로 소진되어 서로를 위해 남은 것이 별로 없어진다.     


아기 엄마인 선배는 일찍 끝났는데 집에 가지 않고, 그렇다고 어디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동네 한 바퀴 돌다 집에 간다고 한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활용하는 아기엄마인 동료는 혼자 삼청동에서 와플도 먹고, 혼자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그 시간을 해소해야 나머지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20대까지는 ‘혼자만의 시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늘 함께 있었고 그것이 즐거웠다. 쉬는 날에는 토,일 모두 약속을 잡았고, 시간적 공간의 빈 공간이 싫었다. 남편과 연애를 할 때도 별일이 없으면 토,일 모두 함께 시간을 보냈다.       

 

결혼하고 보니 남편은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원했다.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스포츠 방송을 보며 아무 말을 하지 않는 시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남자는 동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굴에 들어갈 때는 잠시 그냥 두어야 또 함께 하는 시간에 집중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남자만 동굴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여자도 동굴이 필요하다. 서로 친밀한 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반대로 서로만의 시간이 허용되어야 하며 자신의 공간이 필요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특히 나는 책보고 글을 쓸 때 내가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것은 오롯이 혼자 하는 일이다. 사람들 사이에 치여 내가 소멸되

버리는 듯한 상실감이 들 때 집에 돌아와 다시

복구시키는 혼자만의 시간의 가치를 알았다.


얼마 전엔 갑작스런 오후 반차를 나에게 선물했다.

신촌에서 혼자 타이마사지 받고 영화보고 돌아

다니니 자유롭고 좋았다. 아마 어릴 땐 고독이라

든지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겁이 났다. 그 이면에 완벽한 정신적 자유와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 이제야 알게 되었다.


임경선 작가는 ‘태도에 관하여’에서 결혼생활에서 어떠한 거리감을 유지해야 더욱 더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 한다.    

    

- 결혼으로 접어들면서 남녀가 갑자기 멀어지는 이유는 결혼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결혼 관계를 유지하려면 오히려 결혼이란 단어를 지워라.

남편을 동거인으로 생각해라. 나와 살림을 반반 나누고 아이를 공동 책임으로 기르는 동거인으로 생각하고,  아이는 ‘나’,‘우리’아이가 아닌 우리 집에 배당된 아이라고 생각할 때 한 개인이나 인격체로서 더 사랑할 수 있다.

부모님, 시부모님도 사회에서 한 성인으로 살아가는 내가 책임을 가지고 돌봐드려야 하는 노인 커플이라고 간주한다.      


소유라는 개념에서 오는 집착과 숨 막히는 밀접함에서 어느 정도의 ‘쿨’함을 유지하기 위해 남편도 동거인으로, 아이는 우주에서 우리에게 배당해준 아이, (시)부모님들은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노인 커플이라고 생각할 때 더욱더 그 역할에 불만 없이 욕심 없이 지켜낼 수 있다는 말로 이해했다.

   

‘꽃보다 청춘’에서 류준열은 꼭 무리에서 잠시 떨어져 경치를 감상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잠시라도 갖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친구는 말했다.

'우리엄마는 나와의 거리를 허용해. 어릴 때부터 그랬어. 나에게 크게 기대하지도 크게 관심 갖지도 않았어. 그 때는 좀 서운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점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감사해. 내 선택을 존중하고 그냥 지켜보셔.'        


동기 오빠는 단 하루만 가족들 몰래 휴가를 쓰고 회사를 출근하는 것처럼 나와서 실컨 돌아다니고 싶다고 했다. 특별한 것을 원한 것도 아니다. 서점에 질펀하게 앉아 새로나온 책들을 읽고, 커피숍에 멍하게 앉아 차 한잔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해~~ 원하면 하면 되잖아”

 “차마 못하겠다야. 집에서 혼자 애 둘 보는 와이프 몰래 그런다는 것이.. 죄를 짓는 기분이야. 와이프도 얼마나 그러고 싶겠어. 그냥 참는거지”     


왠지 모를 숙연한 마음이 들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는 우리와 약속을 잡았는데

갑자기 아기가 아파 못나올 상황이 되었다.

그때 그녀의 신랑이 한 말

" 약속 취소하지마~ 내가 애기볼테니 걱정하지

말고 친구들 꼭 만나."


친구는 감동의 쓰나미를 맞았다고~


동기오빠도 자신도 그런 시간을 갖고 와이프에게도 시간을 선물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더욱 더 충만하고 기꺼이 가족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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