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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Mar 11. 2016

나이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상 속 느낌표


예전에는 나이가 많다는 것이 더 우월하고 더 경험이 있다는 무기였다면 지금은 절대적으로 '젊다는 것이 더 무기이고 장점이다.’   .

고령화 시대이어서 그런걸까? 10년 20년뒤 거리에 노인으로 가득찰 때 더욱더 젊음은 희소성을 발휘하여 젊다는 것 자체만으로 탄성을 자아낼 지도 모르겠다.      


케이팝 스타를 보면 초딩, 중딩, 고딩 어린아이들이 참으로도 잘한다.

심사위원들이 칭찬할 때 꼭 이런 말이 붙는다.

‘게다가 14살~’

20대 중후반만 되어도 더 이상 발전이 없는 늦은 나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어린 나이가 주는 가능성과 젊음의 찬란함이 부럽다.

참가자들이 박진영의 노래를 많이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유희열이 박진영에게 이런 말을 했다.

‘노래가 참 좋네요. 본인이 부르지 말고 나처럼 객원가수를 써요’

농담 삼아 할 말이겠지만 나는 박진영이 지금까지도 노래하는 이유를 안다. 일전에 방송에서 말하기를

나는 후배들에게 나이 들어도 계속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너희들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      

연기자의 경우는 주연이다가 나이 들면 조연을 할 수 있으니 할머니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는데 가수는 안타깝게도 조연이 없다. 무대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젊을 때처럼 똑같이 춤을 추기 위해 매일 하체 운동을 2시간동안 죽도록 한다. 그의 엄청난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예전엔 가끔 흰 머리가 보이면 키득키득 웃겼다. 장난 같아 보였다. 진짜가 아닌 것이 하나 어쩌다 하나 끼어든 것처럼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 묶음을 하기위해 머리를 들쳤다가 깜짝 놀랐다.

흰머리가 '제법'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제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고작 1년 전 사진을 봤는데 지금보다 ‘젊다’라는 느낌이 들자 마음이 서늘해졌다.

30대 초반만 해도 20대때의 사진을 보며 그때는 참 촌스러웠네. 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지금은 아.. 그 땐 참 젊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빠의 나이는 63세. 엄마는 57세.

‘엄마는 3년 뒤 환갑이네 그때 어디 놀러갈까?’

이런 얘기만 했는데 60세를 몇 년 남긴, 60세를 넘은 부모님의 나이에 대한 두려움에 대하여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아빠가 말했다.

‘나이를 생각하면 너무 슬퍼져. 내 나이에 대한 생각 없이 사는 게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하더라고. 나이라는 걸 잊고 살아야 돼.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슬퍼지거든.’     


단 하루도 젊어질 수 없다. 앞으로 계속 나이들 일만 남았다. 일전에 ‘노령사회’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미래일기라는 프로그램에서 몇 명의 연예인들이 노인 분장을 하고 하룻동안 노인을 경험해본다.      


* 고령사회 이전글  

강성연은 젊은 시절 찍었던 자신의 예쁜 사진을 보고 눈물이 맺힌다.     

‘내 얼굴’‘내 몸’이라고 생각했던 젊은 시절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늙은 노인만 덩그러니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건들도 원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나의 신체도 결국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젊었을 때 나는 참 이뻤지.’

이미 과거형이 되어 버렸고 그 젊고 이뻤던 실체는 없다. 그 기분은 어떠할까.     


그러나 나이 드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는 이전에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참으로 많이 배웠다. 생각이 깊어지고 다른 사람도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단단해진 부분도 있고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야 인생이란 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삶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되었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나이드는 것은 죽음과 가까워져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음에 대한 고찰이 있을 때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다.


* 삶과 죽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나이드는 것의 두려움’ 부분을 요약해보았다.

한번 읽어보시길..     


모리: 세상 사람들은 젊음을 강조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잘 들어 보게. 젊다는 것이 얼마나 처참 해질 수 있는지를 나는 잘 알아. 그러니 젊다는 게 무조건 멋지다고는 말하지 말게. 젊은이들은 갈등과 고민, 결핍이라는 느낌으로 늘 시달리고 자신의 인생이 비참하다며 나를 찾아오곤 한다네.

미치: 교수님은 늙어 가는 것이 두렵지 않으셨어요?

모리:미치, 난 나이 든다는 사실을 껴안는다네.

나이 드는 것은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성장이야. 그것은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 그 이상이지. 그것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덕분에 더욱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네.

미치: 교수님은 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을 어떻게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해요

모리:부러워한다네. 늙은 사람이 젊은이들을 질투하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살아가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에 무엇이 좋고 진실하며 아름다운지를 발견해야 하네. 뒤돌아보면 경쟁심만 생기지. 하지만 나이는 경쟁할 만한 문제가 아니거든.     

사실 내 안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네. 난 3살 , 10살, 20살 다 겪었어.

지금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이가 다 내안에 있다네. 내가 다 거쳐 온 시절인데 자네가 있는 그 자리가 어떻게 부러울 수 있겠나?     


모든 나이를 합쳤을 때 내가 된다.

'꽃보다 누나'에서 윤여정은 말했다.


'난 67살 처음 살아봐요. 알았으면 이렇게 안했지. 누구나 아쉽고 아픈게 인생이야. 다 처음 살아보는 거니까.

다 아프고 아쉬워..  '

방송은 한참 전에 했던 거지만 이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나이든다고 해서 다 아는 것도 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나이든 다 처음이니까.

나이를 먹었으니 이래야 해! 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나이든다는 사실을 껴안으려한다. 단순한 쇠락이

아닌 기대를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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