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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Feb 22. 2016

고령 사회

우리는 모두 늙는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노인이 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 우리는 누구나 공평하게 그렇게 될 것이다. 그것이 노인을 공경해야 되는 이유이다.

 - ‘고령사회’중에서   

  

고령화 시대이다. 우리는 모두 늙을 것이고, 오래 사는 만큼 노인으로서의 삶이 길다. 젊음이 길면 좋겠지만 뒤가 길어진다는 것. 의학기술이 발전하면 우린 130세까지도 산다고 한다.     

 

외할머니가 겨울을 딸 집에서 보내기 위해 지난 두 달간 친정집에 계셨다. 친정 옆에 사는 나는 매일 할머니와 저녁 먹고 시간을 함께 보내며 느낀 것들을 써보려고 한다.       


할머니는 올해 88세이다. 할아버지가 환갑도 되기 전에  돌아가셔서 긴 세월을 남편도 없이 외삼촌네와 함께 지내셨다. 지금 엄마 나이부터 할머니는 혼자였던 것이다. 할아버지 생전에 두분은 너무도 사이가 좋은 잉꼬 부부 였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평생 공주처럼 대해 주셨다고 한다.

 그렇게 공주대접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홀로 긴 세월을 보내시며 얼마나 할아버지가 그리우셨을까.      


응답하라1998 ? 할머니 인생 속에 응답하라 해방,  응답하라6.25 까지 탑재된 살아있는 역사이다.

책을 보다 궁금한게 있으면 바로 물어보면 된다.

'할머니 해방되고 물가가 열배도 넘게 뛰었어?'

'말도 못했지 돈이 있어도 쌀을 못 샀어'


아직도 소녀 같은 할머니. 할머니와 두어달 함께 보내며 같이 영화도 보고 바람도 쐬러 놀러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다. 할머니는 자꾸 우셨다.

‘너무 고마워서 그려. 노인네를 누가 이리 생각해주겠어.’

작은 것에 크게 감탄하고, 사랑을 마구마구 표현하고 아이처럼 자꾸 우시는 할머니.

내가 퇴근하기만을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친정집 문을 열고 들어오면 버선발로 뛰어나와

‘아이고 우리 손녀딸 왔네~~ 나는 니게 왜이리 기다려지는지 몰러~’

라고 함박 웃음을 지으신다.     


할머니와 함께 어딜 가기 위해 '할머니 내일 10시 45분에 모시러 올께요.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그 다음날 시간 맞춰 친정에 들어오니 할머니가 옷과 신발까지 다 신고 신발장에 서서 기다리고 계신 게 아닌가.

‘니가 오면 언능 갈려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그 모습이 너무도 순수하고 귀여우셔서

한참을 웃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는 루게릭 병으로 죽음에 가까울수록 자신이 다시 유아기를 체험한다고 느꼈다. 아기일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노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신체적인 부분 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비슷해진다. 그래서 노인과 아이들이 잘 통한다. 더욱더 사랑을 느끼고, 작은 것에 감탄한다.      

내가 그린 우리 할머니

할머니께 그림을 그려드렸다.

할머니: 어이고~ 눈이 푹들어간게 똑같네. 아무리봐도 신기허네 어찌 이리 그렸어?

나: 들어간건 들어가게 나온건 나오게 그린거유ㅋ 할머니 맘에 들어?

할머니: 쏙 들어~~ 노인정가서 자랑해야것네


나는 우리가 노인에 대해 생각하는 편견이 몇 가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할머니도 햄버거를 좋아하셨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모든 음식을 정말 맛있게 드셨다. 영화관을 모시고 갔더니 너무 재미있었다고 몇 번을 얘기하셨다. 추워도 바람 쐬러 가는 것을 좋아하셨고 무슨 이야기든지 함께 나누는 것을 좋아하셨다.       


어른들은 돈보다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을 더 좋아하셨다. 젊은 사람들은  주변에 친구들이 넘치고 재미난 놀거리 들이 많다. 그래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선물을 받거나 돈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할머니를 보며 느꼈다. 돈보다 선물보다 중요한 것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맛있는거 사드시라고 용돈을 드리는 것보다 모시고 맛있는거 함께 먹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돈과 선물을 쥐어주며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음을 다해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 진심으로 노인을 공경하는 것.   

   

우리의 노후는 어떠할까?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난 설날 방송에서 ‘미래일기’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연예인들이 지금보다 40~50년 뒤의 노인이 된 분장을 하고 노인으로서의 하루를 살아보는 방송이었다.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볼 때 ‘난 분장한거야.’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놓지 않고 안도하고 있다가 상대방의 늙은 모습을 보고는 늙었다는 것이 현실감으로 다가와서 너무도 서러워지는 것이다.

강성연은 늙은 남편을 보며, 제시는 할머니가 된 엄마를 보며 오열했다.


'미래 일기' 강성연이 노인분장을 한 남편을 보자마자 우는 모습

한번쯤은 미리 늙어본다면 지금의 젊음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겠지.      

될 것이다. 미래의 나도 그렇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항상 전화기를 붙들고 계셨다. 울리지

않는 전화를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딸,아들,손주

에게 전화가 오면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셨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다면 부모님께, 그리고 살아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꼭 가끔 전화를 드리자. 30초밖에 안 걸린다. 길어야 1~2분이다. 1~2분의 마음의 시간을 내주는 것은 무한도전 보는 것에 밀릴 수는 없다. 나에게 1~2분이 그분들에게는 하루 중 가장 기다려온 시간,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난 김에 이번 주에 할머니에게 전화를 드려야겠다.


'미래일기' 강성연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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