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느낌표
눈 꿈쩍하면 한 달이 지나가고 일 년도 금 새 지나간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 20대도 금새 지나가고 30대도 어느덧 중반에 도달하였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때 금방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문득 몇 년전 사진을 보았는데 지금보다 '젊다!!'라는 느낌을 받자 이내 슬퍼졌다.
주말에 읽을 책들도 잔뜩 빌려두고, 쓰고 싶은 글도 많았는데 약속에 가족행사까지 있어서 제대로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그렇게 내 주말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문제는 주말만 super fast하게 간다고 생각했는데 평일도 너무 빨리 간다. 너무도 휘리릭 지나가서 내가 시간 속에 있는 건지, 시간에 내가 끌려가고 있는 것인지 주객이 전도한 느낌이다.
방송도 그렇다. 보고 느끼고 웃는 게 아니고 그들이 말해놓고 그들은 배꼽이 빠지게 웃고 있다. 그래서 나도 웃지 않으면 이상하리라는 생각이 들며,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다른 채널로 돌리지 않도록) 쉴 새 없이 정신을 혼란시킨다. 그리고 ‘너무나 재미있다.’라는 착각을 일으키지만 tv를 끄고 나면 머릿 속에 남는 것은 어지러운 잔상들 뿐이다.
시간을 이대로 보냈다가는 금 새 40대 50대 나이를 먹을 거 같았다. 그래서 내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월~금까지는 나에게 그냥 버티기 위한 요일이고, 토일을 위해 존재하는 전초전일 뿐이라고.
생각해보니 내가 그랬다.
월요일 : 너무너무 싫은 요일, 일요일 오후부터 급 우울해지게 만드는 요일
화요일 : 월요일 보다는 덜하나, 여전히 느낌이 좋지 않고 잘 버텨야되는 하루
수요일 : 기분이 나름 괜찮아진다. 게다가 가정의 날 까지 있으니 하루가 가볍다.
목요일 : 금요일과 가까워져서 기쁘다.
금요일 : 제일 기분좋은 평일이다.
토요일 : 가장 좋은 날
일요일 : 오전까지만 좋고 오후에는 급 우울해지는 하루
이게 내가 직장생활 지난 9년간 보냈던 하루이다.
하루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일주일이 빨리 지나가서 빨리 주말이 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주말에는 딩굴딩굴 누워서 티비를 현기증 날 때 까지 볼 때가 있었다.
‘토요일 4시간’이라는 책에서 언급했듯이 무한도전으로 시작해서 개그콘서트로 끝나는 당신의 주말! 딱 그랬다.
한달도 빨리 지나서 월급도 빨리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30대 나의 이 소중한 젊음을 정신없이 낭비하고 있었다.
그야 말로 시간을 그냥 갖다 버린 거 같다. 요일은 단순히 누군가가 잘라놓은 개념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 니체의 영원회귀 (순간을 행복하게 보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느리게 가게 하는 방법은 tv를 켜지 않는 것이다. 집에 왔을 때는 조용한 고요 속에 책을 읽고 일기장에 몇 자 적었을 때 외부적인 것이 아닌 오롯이 나와 만나는 시간을 접하게 된다. 클래식fm을 추천한다. 알아서 좋은 음악들을 골고루 틀어준다. 클래식 fm을 들으며 일기를 쓰면 마음이 정말로 잔잔해 진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간다. 그러나 그 시간의 내용을 채우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시간을 늦추자. 빠르게 나를 지나치도록 두지 않고 붙잡아 보자.
새로운 것이 없을 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일상에서 작은 감각들을 깨우치는 것.
현재 상황 속에서 자극과 감흥을 발견하며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그리고 읽고 배우는 것. 매 순간을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쓸데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그것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붙잡아 두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일기.. 꼭 써보시기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를.. 내가 가장 관심있어야 할 내 인생의 기록이다.
*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Time waits for no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