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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Mar 21. 2016

이 세상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고은의 '순간의 꽃'


꽃 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석양이 지고 있고, 워터홀 주변에 코끼리가 거닐고 기린은 물을 마시고 있다.


지구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숨죽이며 이 장면을 명상했다.


그리고 이 시가 떠올랐다.




개미행렬이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은

결코

이 세상이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오늘도

내일도

또 내일도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하는 것인지 몰라     

햇볕이 숯불처럼 뜨거운 한낮 뻐꾸기 소리 그쳤다


(고은의 '순간의 꽃' 중에서)


이제는 날이 풀려 봄이 성큼 가까이 온 것이 느껴졌다. 이제 꽃을 피려고 꽃망울이 열렸다.


숨이 막히게 아름다웠다.

생명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김없이 겨울은 가고 봄은 온다.

한 번도 자연은 게을러본 적이 없다. 때가 되면 꽃을 피워내고 또 꽃이 지고 초록 잎들이 무성해지고 여름이 온다.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고은의 '순간의 꽃' 중에서)


이 시는 박웅현님의 '책은 도끼다'에서 처음 접했는데 읽자 마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온 산에 연둣빛 봄기운이 흐드러진 4월 30일, 무슨 사랑을 하고 무슨 미움을 가지겠습니까. 그 자연 앞에서 말이죠. 이런날 인간의 감정은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자연에 경의를 표해야 하는 날이예요.'

(박웅현 '책은 도끼다')


새싹들이 움트는데, 생명의 꽃을 피우는데

이런 날 무슨 사랑 타령이냐. 사랑도 의미가 없는데 미움은 또 얼마나 의미가 없겠느냐. 라는 말이다.


자연은 언제나 경이롭다. 그 앞에서 인간은 너무도 작은 존재이다.


 고은의 '순간의 꽃'에는 이러한 자연에 대한 시가 많다.

또 다른 시를 소개하자면,


만물은 노래하고 말한다

새는 새소리로 노래하고

바위는 침묵으로 말한다

나는 무엇으로 노래하고 무엇으로 말하는가


나의 가갸거겨고교는 무슨 잠꼬대인가


'지구 상에 인간만 살고 있는게 아닌데 우리는 우리밖에 없는 것처럼 굴어요. '인간 중심'의 사고를 한다는 것이고 여기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박웅현)


인간은 다 아는 것처럼, 인간이 우위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인간은 스쳐갈 뿐이다.

지구의 주인은 언제나 자연이였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한 주를 시작하시길.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의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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