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행
11월 첫 주말.
오랜만에 남편과 여행을 잡아두었는데 2박 3일 내내 비가 온단다..
처음에는 토,일만 온다고 했다가 곧 일기예보는 토,일,월 다 비오는 걸로 바뀌었다.
하루라도 건지려 했건만 날을 제대로 잡았다.
비가 온다고 해서 속상해 하니,
무척 긍정적인 우리 남편이 말하기를.
‘지금 가뭄이 너무 심각해서 비는 꼭 와야돼.
비오는 강원도는 처음이다~ 그치? ’
그 말이 귀여워서 함 봐줬다. ^^
그래 좋아~!
비는 생각보다 이쁘게 조금씩 내렸다.
비, 단풍, 드라이브, 음악 의 조화는 훌륭했다.
회색 하늘을 제외하고는 강원도의 첩첩산중은 노랗고 붉은 자태를 드러냈고 비와 어울리는 음악은 촉촉이 마음까지 적셔버렸다.
기가 막히는구만~~
비오는 여행은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었다.
그러나. 여행 2일째. 또 비다.....
야속하게도 비는 계속,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어제보다 빗줄기도 약간 더 굵어졌다.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은, 그대로 받아들임이다.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것이다.
몸부림을 친다해도, 바뀌는 것은 없고 괴로운 건 내 자신 뿐이다.
비가 온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 게다가 기다리던 비이다. 가뭄 끝의 비.
여행을 떠난 건 내 의지였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비는 와야 했고, 떠난 건 내가 한 일이다. 내맘대로 여행을 떠나놓고는
비를 원망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자연은 모든 것을 가르쳐준다. 비바람이 친다 한들 그걸 피하는 풀 한 포기 보지 못했다.
성이 난 채 길을 가다가, 작은 풀잎들이 추위 속에서 기꺼이 바람맞고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두고 마음 풀었습니다. (길에서, 판화가 이철수)
이 글은 박웅현씨의 ‘책은 도끼다’에서 접했다.
작은 풀잎들도 다 받아들이는데, 왜 인간이라도 못 받아들이는가.
그리고 안 받아들이면 또 어찌할 건가.
몇 백년정도는 살았을 우리동네 큰 고목나무, 강원도 동굴에서 본 몇 천년 역사의 종유석.
이러한 것들을 보면 절로 숙연해진다.
그래서 여행도 날씨가 이렇든 저렇든 받아들이고 즐겁게 하련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날씨가 개었다. 노랗고 붉은 단풍은 어제보다 채도가 높다. 막 세수를 한 20대 아가씨의 얼굴처럼 뽀얏고 이쁘다.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이라도 하듯, 기가막힌 단풍을 보여주었다.
2015년 단풍은 비와 함께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