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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Mar 31. 2016

글을 쓰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무언가 건진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두 번째 이야기


지난 번 나는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글을 발행했다.


그 두 번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세상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다 놓치고 있던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자, 머리 속에 쓰고 싶은 글감들이 넘쳐났다.


쓰고 싶어졌다.      


특히 글을 쓰면서 나의 슬픔이, 답답함이 치유되고 있음을 느꼈다.      


- 글을 쓰는 일은 건강에도 썩 좋지 않고, 돈벌이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성격은 말할 것도 없이 점점 이상해져가지만 다행히 한 가지 구원이 있다. 이렇게 모든 고통과 슬픔과 사건 사고에서도 무언가를 ‘건질’ 수가 있다. 비관으로 무너져 내리기보다 이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어서 글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고통은 어떤 형태로든 창작의 원천이 되어 준다. ( 임경선 저, ‘태도에 관하여’)  

  

책 ‘태도에 관하여’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어떤 소설가는 자전거를 타다가 차에 치였다. 크게 다쳐서 119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 그는 웃고 있었다고 한다.  몸이 붕 떠서 떨어지는 순간 자신의 몸이 아프고 크게 다쳤다는 생각보다 ‘아 ~ 이제 교통사고 장면을 좀 더 생생히 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 기가 막힌 일이지만, 나는 무슨 기분일지 알 거 같았다. 글을 쓰고 부터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건진다는 의미를 안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이 이전에는 그 상황에 몰입하여 상처받느라 정신 없었다면

지금은 ‘아 ! 것도 사례로 써야 겠구나’ 라는 생각에 핸드폰 메모장을 켜고 정신없이 메모한다.        

감정들은 쓸려 내려간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경험이다. 누군가의 경험을 전달하는 것보다 스스로 겪은 일을 전하는 일이 더욱 더 파워풀하다. 그리고 그 겪은 일이 비극적인 것일수록 좋다. 사람들은 누가 성공한 이야기보다 누군가도 실패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 때문이다.


 모든 상황에서도 건질 게 있다. 현재의 실패는 연민을 사지만, 과거의 실패/실수는 재미와 스토리를 준다.

 

‘나 어제 길 한복판에서 넘어졌어. 비행기를 놓쳤어.’


지나가면 다 추억이 된다.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김미경 강의에서 방청객 중 한 사람이 고민 상담을 하는데     

저는  어느날 자고 일어났는데 지난 2년간의 기억이 완전히 지워졌어요. 그래서 2년간 알게 된 사람들과 내가 한 일에 대해 생각이 나지 않아요.’ 라고 하니     


김미경씨가 한 말

‘그런 경험은 어느 누구도 하기 힘든 경험이잖아요. 자기만 겪은 일이잖아요. 그 사실 자체에 비관하지 말고 새로운 인생 스토리를 만드세요. 극복하고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세요.’     


 글 쓰고 강의하는 사람에게 남들과 다른 실패의 경험은 그리고 그 실패를 어떻게 겪었는지는 엄청난 소재거리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책과 강연이 그렇다. 처음엔 실패하고 좌절했는데 나중에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를 전개한다. 실패와 좌절을 나만 겪는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겪은 일이다.   

   

글을 쓰고 나서 내가 얻은 것은 마음의 자유이다. 타인의 시선에 가두어졌던 내 자신을 드러냄으로서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읽어주는 분들의 공감을 얻으며 마음이 더욱 더 따뜻해졌다.

      

 어떤 불행이 닥쳤을 때 저마다 그 고통을 초월하는 방식이 있다. 어떤 사람에겐 종교가, 어떤 사람에겐 가족의 사랑이, 그렇다면 글을 쓰는 사람은?

바로 글을 쓰는 것으로 그 고통을 초월하려 한다. 사람의 몸만큼 정직한 건 없고 사람의 마음만큼 조작 가능한 것도 없는 것 같다.  ( 임경선 저, 태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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