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은교 찾기
2012년 영화 '은교'
그 당시 영화를 본 기억이 있고 70대 노인과 10대 소녀의 사랑이라고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얼마전 TVN '비밀독서단'에서 소설 '은교'의 작가 박범신 님의 강의를 듣고 깜짝 놀랐다.
* 잠시 방송에 나온 내용을 들어보자.
은교를 무조건 10대 소녀와 70대 노인의 사랑이라고 해요. 난 그부분에서 화가 나요.
그냥 남녀간의 사랑이지. 왜 꼭 나이를 가지고 회자되는지 모르겠네요.
노인이 욕망하는 것이 은교인거 같지만
은교로 대표되는 영원한 젊음 , 이적요가 간절한건 젊음(불멸)이지 처녀가 아닙니다.
(책 속에서 은교를 설명하기를)
" 보통 여자애에 불과했다. 이적요 시인이 본 경이로운 아름다움이란 은교로부터 나오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단지 젊음이 내쏘는 광채였던 것이다. 소녀는 ‘빛’이고, 시인은 늙었으니 ‘그림자’였다. 단지 그게 전부였다. "
은교라는 젊은 여자아이. 젊고 예쁜 여자를 탐하는 남성의 욕망이 아니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재능은 있지만 노인이 된 천재 시인 '이적요'가 간음하는 것은 '젊음!' 그 자체 였던 것이다.
즉 은교는 '젊음'을 상징하는 그 무엇이었다. 은교라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은교가 아니라 은자, 은서 여도 상관없다는 것! 16살이 아니라 26살이어도 상관없다는 것!
(역시 미술관을 가면 도슨트를 들어야 되고, 영화는 책을 보고 저자의 설명을 들어야 이해할 수가 있다.)
* 강의를 더 들어보자.
50대는 50대처럼 생각하고, 70대는 70대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나요?
나는 그것에 반항하고 싶어요.
내가 왜 꼭 70대처럼 행동하고 생각해야되요?
좋은 문화는 나이로 규정하지 않는 것.
친구가 되는데는 나이가 상관이 없어요.
나이를 벗어나 본인의 영역을 더 뚫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70세라도 청춘이고, 삶에 안주하는 사람은 20세라도 늙은이다.
저자 직강을 들었으니 당장 책을 읽고 싶어졌다.
'은교'를 천천히 음미했다. 이제야 주인공들의 마음이 제대로 이해가 된다.
* 시인 이적요의 절규라고나 할까? 이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잠시 천천히 읽어보자)
- 늙는 것, 이야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참혹한 범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늙은이의 욕망은 더럽고 끔찍한 범죄이므로, 제거해 마땅한 것, 이라고 모든 세상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하며 비난하고 있었다.
- 늙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노인은 ‘기형’이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따라서 노인의 욕망도 범죄가 아니고 기형도 아니다,라고 또 나는 말했다.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라고, 소리 없이 소리쳐, 나는 말했다.
아름답게 만개한 꽃들이 청춘을 표상하고, 그것이 시들어 이윽고 꽃씨를 맺으면 그 굳은 씨앗이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노인이라는 씨앗은 수많은 기억을 고통스럽게 견디다가, 죽음을 통해 해체되어 마침내 땅이 되고 수액이 되고, 수액으로서 어리고 젊은 나무들의 잎 끝으로 가, 햇빛과 만나, 그 잎들을 살찌운다. 모든 것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어느날 나타난 은교. 시인은 은교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참아야 하는 것이었다. 꿈 속의 젊은 시인은 은교와 한없이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다.
그는 '젊음'을 탐했다.
남자의 순정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남자의 순정은 때로는 너무도 지고지순하고, 너무도
맹목적이다. 이적요는 은교를, 젊음을 사랑했다.
은교. 아, 한은교. 불멸의 내 ‘젊은 신부’이고 내 영원한 ‘처녀’이며, 생애의 마지막에 홀연히 나타나 애처롭게 발밑을 밝혀 주었던, 나의 등롱 같은 누이여.
박범신 작가는 강의에서 독자들에게 물었다.
'은교'는 내가 가지지 못한, 나에게 불가능할 것 같은 그 무엇입니다.
여러분 마음 속의 '은교'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불가능한 그 무엇을 떠올렸다면
위에 박범신 작가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자.
" 나이를 벗어나 본인의 영역을 더 뚫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70세라도 청춘이고, 삶에 안주하는 사람은 20세라도 늙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