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서로를 살렸다

잘되면 트럼프 안돼도 트럼프

by 남궁은호

엄마랑 언니는 최근까지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나 우리 언니는 엄마에게 늘 상처받고 속상해했고

엄마는 그런 언니가 늘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은 별 말 안 했는데 화를 낸다고 했다.

한평생 그렇게 살았는데 최근에야 mbti를 해보고 나서

서로를 아주 살짝 이해한 듯했다.

아 물론 아주 살짝이다.

여전히 고인돌 T는 쌉F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ESTP가 사람으로 태어나면 이럴까 싶은 사람일까? 싶은 사람인데 진짜 누가 설명했는지 너무나 완벽하게 ‘나’ 그 자체 이므로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긍정적인 면도 트럼프 부정적인 면도 트럼프라는 이야기에 웃을 수 있었다.


내가 그였어도 그랬을 것 같은 순간이 너무나도 많기에

뒤 안 돌아보는 추진력과 막무가내이기에,

일단 이 mbti는 그렇게 높은 곳에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너무 유명해져도 좀 그럴 거다.

속으로 할 말 못할 말 쌓여서 좀 그럴 거다.

(아니어도 어쩔 수 없지)

너무나 아무 말이나 뇌를 거치지 않기에..

아 그렇다고 무례하지는 않다.

방어를 좀 해본다.



아무튼 직장에서도 동료들의 mbti를 듣거나 알게 되면

서로 조심을 하게 되어있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조심조심하게 나아간다.

잘못 말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한 슬픈 눈으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싫다는 건 아니다. 나도 그렇게 무미건조한 사람은 아니기에..


다만 해결책을 좀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T들끼리는 좀 더 편안하게 대화하는 건 사실이다. 서로 해결책을 내놓으려 안달인 사람들과의 대화는 건조하지만 의외로 위로가 된다.


공감을 못하는 건 아니다. 방법이 다를 뿐


“인간은 누구나 다 힘들다”에 깊은 공감을 얻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엄마는 늘 언니에게 해결책을 찾아주려 했다.

그럴 때마다 듣다 듣다 지친 언니는 “엄마 제발 공감을 해줘”였다. 나에게는 그 해결책이 유용했는데 말이다.

물론 엄마가 황당한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는데 우스우면서도 마이웨이라 본받을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 사무실에서 e는 나 혼자였다.

회사의 특수성 때문일까.

사실 이곳은 i들 밭이자 천국이다.

난 첨에 아무도 내 흥에 응해주지 않아서 좀 의아했다.

모두가 i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냥 쟤는 그런 애였다.

좀 시끄럽고 우당탕탕 인 사람 정도로 여겼을 거다.

쟤가 왜 나대나 싶었겠지.

내 mbti는 모두를 한방에 수긍시켰다.



지금도 어떤 일을 이야기했을 때,

가족 간의 대화에서(나의 원가족엔 i는 없다)

상사가 무슨 말을 던졌을 때

i와 e, s와 n, f와 t, j와 p는 첨예한 대립을 한다.

그렇게 실랑이를 해결하고 싶을 때 상대의 mbti를 묻는다. 그러면 서로 ‘아~! 그렇구나’ 하며 상대를 알아가는 시늉이라도 하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상대라면 실랑이 조차 하지 않는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던 없던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서로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 중요하지

우리 엄마와 언니가 지난 일에 이해하는 게 중요하지

내 옆자리 동료가 왜 툭하면 슬퍼하는지 이유를 알면 되었지

내 남편이 왜 저렇게 아이를 통제하려 드는지

그래서 나는 반대로 네 맘대로 살라고 하는지

그리고 내 아이는 누구의 통제도 누구의 조언도 듣지 않는지 대강 이유를 알면 되었다.



참 사람 사는 게 이해가 중요했던 건데 너무 모르고 살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라는 가사가

아직도 공감되는 건 좀 아이러니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