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빨리 크지 마 아니 빨리 커

by 남궁은호

옆집 아기가 이제 8개월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의 지난날이 생각났다.


산후우울이 심했는지 매일 두려움에 울고

아기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아이를 예뻐하게 된 시점도 100일 정도 돼서야였고

그전에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살아있는 돌 같았다.


내려놓으면 깨고 밤에 깨서 울면 밥 먹이고 한밤중엔

야광 쪽쪽이 물리고 나중에는 잠을 오롯이 통잠 자는 날이 기적과도 같은 날이었다.


5-6개월쯤에 혼자 앉아 있으니 그제야 아이의 귀여움이 눈에 들어왔다.

그 뚱뚱하고 준현미 넘치는 나의 아가.


내가 혼자 육아를 했느냐 그건 아니올시다


그 당시 남편은 점심때마다 집에 들러 나와 아이를 살폈고 우리 엄마는 매일 아이를 봐주러 왔었다.

이 얼마나 철부지 엄마인가.

우리 언니만 해도 첫아이를 외딴섬 육아하며

친정아빠가 아파서 집에 오거며 갖은 고생을 하며 키웠는데 나는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가.


아무튼 배부른 돼지가 자기 새끼 예쁜 줄 몰랐다 이런 얘기다.


옆집 아기를 보고 우리 아이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니

눈이 부시게 예쁘고 귀여웠다.

지금도 너무 사랑하고 예쁜데 그 시절을 모르고 지나친 것이 후회로 남는다.

내가 밖으로 돌지 못해서 나에 너무 매몰되어 아이를 더 예쁘게 못 봐줬다는 것이 후회로 남는다.


후회로 남지만 그때의 나도 아마 지금처럼 아이를 너무 사랑했을 거다. 다만 다 잊은 것일 뿐.


이렇게 생각해도 너무 아깝다.

너무 시간이 쏜살같고 너무 귀하고 이제 엄마 손을 놓고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이러다 보면 어느새

훨훨 둥지를 떠나서 날아가 있겠지


아직 한글도 잘 모르고 덧셈이나 하는 아이를 보면

잘하는 아이와 비교도 되고 얼른얼른 커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가도 크면 엄마랑은 안 놀아줄 것이 뻔해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라기도 한다.



전에는 세상 무서울 것이 없던 나도

이제는 아이가 필요할 때, 내가 없을까 두렵다.

이래서 아이를 낳아야 어른 된다고 하는 걸까.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나의 아가.


근데 인간적으로 한글은 좀 알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