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싫어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by 남궁은호

친가 시골집에 사는 닭은 촌에 사는 녀석들답지 않게 늘 제 명을 다하고 죽었다. 엄마는 시집와서 닭이 늙어 죽는 것을 처음 봤다 했다.

우리 친가 식구들은 고기를 크게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 닭은 정말 새벽을 알리는 용도로만 썼다.

제사에서도 삶은 닭 대신 삶은 계란만 올렸다.


그런 것도 유전이 되나 보다.

나와 우리 언니는 치킨을 먹으면 속이 좋지 않고 닭냄새가 느껴져서 잘 먹지 않는다.


남편과 데이트할 때는 하도 치킨을 좋아해서 치킨을 먹이고 나는 좋아하는 맥주를 진탕 먹었다. 그때는 서로 윈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활의 문제가 됐다.



주변 시선도 ‘세상에 치킨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니’하며 놀라는데 정말 30명이면 29명이 다 좋아하고 한 명 정도 즐기지 않는 것 같다.


예전에 살던 곳도 상가에 한집 건너 한집이 치킨집이었으니 이나라에서 치킨을 피하며 사는건 쉽지않다.



오늘도 우리 집에서는 치킨냄새가 진동했다.

남편에게 당장 초를 켜라고 주문하고 환기도 했다.

오늘 한 끼 이렇게 해결해서 고마워해야 할지 특유의 닭냄새 때문에 짜증내야할지 애매하지만 내 손 안 쓰고 밥 먹였으니 고마워해야 하나 싶다.


하필 닭 싫어하는 것도 유전이 되다니

세상 살기 어려운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