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時節因緣)

떠나감이 아쉬워

by 남궁은호

고등학생 시절

그때는 누구나 그렇듯이 친구들이 더 좋았던 때가 있었다.

잠만 같이 안 잤지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있는 친구가 더 가족 같고 마음이 통하고 그랬다.

내게도 그런 친구들이 있었다. 착하고 많이 의지하고 여러모로 따듯한.


대학을 다 따로 가도 나는 그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내가 먼저 자주 전화를 하고 안부를 묻고 놀러 가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은 아니었을지언정 나는 내 모든 것을 다 주었다. 먼저 묻고 먼저 궁금해하고 만나고 싶어 했다. 그게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한 친구는 또래보다 더 일찍 대소사를 겪었기에 나의 일처럼 슬퍼하고 행복한 일엔 더 기뻐했었다.

나의 몸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 친구 일에 발 벗고 나섰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고 나의 대소사에 그 친구가 여러 가지 이유로 불참했을 때 나는 알았다.

나의 결혼식에 아이가 아파서 불참하며, 정말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나는 무언가 끊어짐을 느꼈다.



그 시절의 친구들과는 각자의 삶에 지쳐 서로 이제는 안부도 묻지 않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서로 모른다. 그냥 건너 건너 잘 살고 있다고 듣거나 그마저도 모르기도 한다.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해졌을 때, 그리고 그 관계가 나만 놓으면 끝나는 관계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마음이 씁쓸했었다.


나의 인스타 스토리를 꼬박꼬박 봐주어 잊지 않고 살고 있구나를 느끼지만 그처럼 친밀하고 모든 걸 보여주던 관계는 이제 말 붙이기도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시절인연이라더니

떠나가는 것에 마음 주지 말라더니

그래도 어쩐지 그 시절을 같이 기억해 주고 같이 떠들어댈 친구들이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