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호가 안주인 Apr 05. 2022

달리아 삽목하기

It’s Spring!

지난겨울, 춘식님께 받아온 달리아 괴근을 꺼낼 때가 되었다. 뿌리가 썩지도 너무 마르지도 않게 봉투에 돌돌 말아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사이 뱃속 둘째는 무럭무럭 컸다. 만삭을 향해가는 배는 더욱더 동그랗고 커다랗게 솟았다. 돌을 앞둔 첫째는 제법  걷는다. 앞으로 쏟아질  고꾸라지면서도 혼자 걷겠다며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11-12개월. 직립보행을 하며 주변의 모든 것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우유를 떼고 밥을 먹이기 시작하며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시기.  안에서  다가올 출산 준비를 하고, 집을 지어가는 여정이 고됐다. 창밖 따뜻해진 공기에 불현듯 놀라 휴대폰 달력을 열어봤다. ' 벌써 삼월이구나...!'  나의 서른둘, 봄은 정신없이 찾아왔다.  

겨우내 잠자고 있던 달리아 괴근 숨통 트여주기
커다란 덩이들을 나눠주는 분구 작업




 근처 농원에 가서 흙과 화분을  왔다. 물이 빠질  흙이 같이 쓸려 내려가지 않게 집에 있는 망을 깔아줬다.  위에 흙을 깔아주고 괴근 분구 작업을 시작했다. 커다란 뿌리 덩이를 그냥 통째로 심어도 되지만, 춘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대로 따라 해보기로 했다. 종이에 그려주신 설명을 따라 조심스레 뿌리를 나눴다. 잘못 잘라 뿌리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버리게 되는  아닌가 걱정도 되었다. 뭐든 처음은 떨리고 긴장되는가 보다.  , 괴근을 가로로 눕혀 준비한 흙에 심어준다. 뿌리가 보이지 않게 흙을 덮어주고 충분히 물을 주면 끝이 난다. (! 흙을 덮기 전에 이름표로 꽃의 종류를 표시해 주는  잊지 말자!)


화분 바닥에 망을 깔아주고 흙을 붓는다
분구한 뿌리는 수평으로 심는다
해가 잘 드는 곳에 두고 싹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




우리  거실은 해가  잘든다. 그래서 화분을 두면 너도나도   없이  자란다. 달리아 뿌리를 심고 며칠  새순이 앙증맞게 고개를 내밀었다. 순이 자라면 드디어 삽목을  때라는 ! 흙을 살살  괴근을 꺼내준다. 그러고는 새순을 손으로  잘라준다. 준비해둔 작은 화분에 흙을 넣어주고 손가락으로  찔러 새순 넣을 자리를 만든다.   잘라낸 새순을 심고 흙으로 덮어 줄을 주면 끝이 난다. 이렇게 순을 잘라준 뿌리는 다시 전처럼 심어주면 또다시 순이 올라오는데,  3번까지  과정을 반복할  있다고 한다. 삽목 또한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이렇게 하는  맞나?' 스스로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춘식님께 연락을 드려도 보고, 유투브 채널에 올리신 삽목하는 법을 참고했다.


< 삽목을 하는 이유 >

개체 수를 늘릴  있다

바이러스로부터 뿌리를 지킬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 많이 쓰는 방식이다





삽목을 마치니 개체 수가 말도  되게 증가했다. 과연  중에서  개의 순이 살아남을지 모르지만   개만이라도 성공한다면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삽목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리고 힘들었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들이지 않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나보다.   출산이 임박해서 집을 오랫동안 비우게  텐데 삽목한 달리아가  자리를 잡을  있을지도  모르겠다. (동생에게  주는  부탁해야겠다) 앞으로 지금 집에서  달만 머무르면 호호가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때까지  키웠다가 이사를 가는 즉시 노지에 심어줄 계획이다. 달리아와 함께 하는  봄의 기록을 마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춘식님과 달리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