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뚝딱 바로 집을 짓는게 아니었어?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집은 안녕! 이제 본격적으로 집 짓기를 시작할 때다. 드디어 집 공사에 돌입하는구나 싶어 마냥 설렜다. 내 땅이 있다고 해서 바로 집을 지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은 과오였다. 집을 지으려면 설계도가 필요하다. 보통 건물 디자인을 해주는 곳에 의뢰하거나 시공사에 일임하거나 직접 그리는 부류로 나뉘게 된다. 우리도 처음엔 건축디자인 사무소 몇 군데를 골라 의뢰를 했다. 설계도면을 받기 위해 최소 3천만 원 이상의 돈을 들여야 했다. 반면, 허가방이라 불리는 건축사무소를 통해 건축도면을 진행하면 비용은 1/3로 훅 떨어진다. 여기서 한국의 소형건축물 생태를 고려 안 할 수가 없다. 건축사가 아무리 설계를 꼼꼼하게 잡아도 시공사를 잘못 만나는 순간 그 설계도는 의미 없는 종이가 되는 셈이다.
*개인주택은 모두 소형건축물에 속한다.
호호가는 남이 정해주는 구조가 아니라 '우리 삶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는 집이길 희망했다. 때문에 호호가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을 100% 반영(일반 설계보다도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작업)해줄 업체를 찾아야했다. 설사 이렇게 공을 들여 우리가 희망하는 설계도를 갖게 될지언정 시공사 선정에서 삐끗이라도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호호가를 주체적인 주거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선 우리가 구체적인 부분에 직접 관여해서 일일히 정해야한다. 여기에 건축사무소의 도움을 얻어 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요소를 다듬고, 경력 많은 시공사와 함께 설계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싶었다.
*건축사무소(허가방): 건축과 관련해 각종 허가를 받기 위한 사무적인 업무를 맡아주는 곳
우리 부부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건축디자인 사무소를 통해 원하는 내용을 아주 디테일하게 설계하고, 정말 좋은 시공사를 만나 설계된 내용 그대로 시공하느냐. 아니면 직접 원하는 내용을 적용시켜 건축허가를 받고, 실제 필요한 디테일은 시공사와 함께 만들어가냐. 여기서 우리의 결론은 후자였다. 우리의 결정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실제 건축디자인 업체를 통해 설계작업을 진행해도 시공과정에서 감리가 매일 매일 이뤄지진 않는다는 점이다. 감리자가 매일 상주해서 각 공정별로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알려주거나 잘하고 있는지 파악이 안된다. 정말 자주 현장 감리를 나온다면 일주일에 한번 정도. 결국 중요한건 실제로 집을 짓는 작업자들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인가, 소통이 잘 되는가, 건축주가 원하는 사항을 잘 반영하며 세심한 부분까지도 신경써서 다루느냐다.
고민 끝에 남편과 나는 우리가 직접 그려보자고 결심했다. 요즘엔 건축도면을 그릴 수 있는 앱이나 여러 프로그램들이 잘 되어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면을 그리기에 앞서 우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 후 <Home Design>이라는 앱을 이용해 도면을 만들었다. 앞서 '우리'라고 표현은 했지만 남편의 공이 크다. 다분히 문과적인 성향을 가진 아내를 둔 죄로 지극히 이과적 머리를 가진 남편은 수백 번의 수정을 거쳐 설계도를 만들었다. 추후 이를 토대로 건축사무소에서 건축법에 부합하도록 부분 변경 후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건축도면도를 완성했고, 그 도면을 기준으로 시공사에서 스케치업 프로그램으로 만든 기본 도면이 탄생하게 된다.
https://brunch.co.kr/@hohogahouse/11
*호호가 구성원의 라이프 스타일이 궁금하다면 지난가을에 남긴 <이런 집에 살고 싶다>편을 읽어보시라
처음 짓는 집이다 보니 살고 싶은 집의 모습도 휘양 찬란했다. 잡지나 외국 매체에서 보던 멋들어진 공간을 꿈꾸기 일쑤. 중정을 품은 디귿자집에서부터 층마다 테라스가 있는 이층집, 곡선으로 둘러진 집처럼 심미적으로 예쁜 집만을 떠올렸다. 그러나 전원생활을 하는 여러 사람의 경험담과 각종 자료를 찾아 공부해 보니 잠시 보는 집이 아니라 '앞으로 쭉 살아가야 할 집'이기에 본질에 충실한 게 최고라는 결론을 얻었다. 하자 없이 유지·보수가 용이한 '실용적'인 집.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었다. 돈 들여 멋만 잔뜩 내고 영양가는 없는, 즉 속빈 강정을 지양하니 얼추 정리가 되어갔다. 아이들이 스케치북에 그리는 집. 그게 바로 호호가의 모습이다. 네모 위에 삼각형 지붕 말이다. 건축비 절감을 위해 건물의 면을 최소화하고, 추후 누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박공 지붕을 선택하니 딱 아이들이 그리는 집 모양이 나온다. 비용도 절감하면서 추후 문제가 될 요소들을 최대한으로 줄여놓으니 속이 편안했다.
집을 짓기 전, 관공서에 이것저것 제출하고 허가받아야 할 게 많았다. 우선 갖고 있는 토지의 용도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용도변경까지 마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부터 돈이 든다) 또 토지 측량 후 건폐율과 용적률 등을 확인한다. 상하수도와 전기, 인터넷 같은 기반 시설을 함께 알아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용도변경에서부터 건축 허가까지 일련의 과정은 시·군·구청·민원실을 통해 처리되는데 건축사무소를 끼고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시청 근처를 둘러보면 건축사무소들이 우후죽순 늘어서 있는 걸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건축 허가가 정식으로 떨어졌고 시공업체를 정했다. 목조주택을 전문으로 짓는 여러 업체들 중 호호가를 맡길 곳으로 수호천사 하우징을 선택했다. 유투브나 여러 매체를 통해 집 공부를 하던 중 정수호 대표의 영상을 보게 되었고, 마침 우리 집 바로 옆에 먼저 집을 짓고 계신 시부모님댁도 그곳에서 진행하던 터라 신임이 갔다. 무엇보다 직영 집 짓기와 추후 AS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자재비는 자재상에게, 인건비는 목수에게 건축주가 직접 지불하고 시공 및 A/S는 수호천사 하우징이 책임시공해 준다. 자금 관리는 건축주가 하되 목수는 시공에만 신경을 써서 고품질, 고단열 주택을 짓고자 하는 목표. 그리고 공정관리·품질관리·자재관리·인원관리·안전관리 등은 현장소장인 목수 팀장 책임하에 관리된다. 호호가를 전담해 주실 정지원 팀장님과 현장답사를 했다. 대지와 기반 시설을 확인하고 전체적인 집의 디자인, 앞으로의 계획 등을 상담했고 계약을 하게 된다.
2022년 1월 23일. 호호가의 1차 도면이 나왔다. 1층엔 방을 하나도 두지 않았다. 넓은 다이닝 공간과 거실, 다용도실과 홈 오피스, 작은 화장실과 차고가 전부. 잠을 자고 씻는 사적인 공간은 전부 2층으로 올렸다. 두 아이들의 방과 가족실로 쓸 두 곳의 거실, 안방과 드레스룸, 아이들과 우리 부부 각자의 화장실로 구성했다. 추후 공사가 시작되며 창의 개수와 위치, 문의 위치 등 1차 도면을 토대로 계속해서 수정을 해갔다. 지금까지는 각종 서류들과 도면으로만 집을 이야기해왔다. 이제 레미콘 타설과 보양 작업을 앞두고 있다. 기초작업을 시작하면서 물질적인 공정이 이뤄지게 되는 거다. 눈앞에서 실물로 집 지어지는 과정을 볼 생각을 하니 '정말 이제 시작이구나! 호호가가 무탈하게 잘 지어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착공을 하면 꼭 하고 싶던 일, 바로 막걸리 뿌리기. 공사현장이 지금 거주하는 동네에서 많이 떨어져 있고, 또 둘째 임신 중이라 현실적 제약이 많았다. "우리 집 잘 지어지게 해주세요" 하고 막걸리로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하지만 경험 많으신 팀장님과 실력 있는 팀원들을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호호가'에 대하여
1층: 73.42 제곱미터 (22.2평)
2층: 124.64 제곱미터 (37.7평)
차고 & 홈 오피스: 45.36 제곱미터 (13.72평)총 243.42 제곱미터 (73.63평)
지붕물매 30도, 0.7t 알루미늄 무소음징크
외벽: 세라믹 사이닝 + 하이클래딩
창호: 살라만더 독일식 시스템창호
강마루
영림도어
경동콘데싱 가스보일러
마이너스 몰딩
크나우프사 12.5t 석고보드 피스시공
1층 마감층고: 2700
2층 마감층고: 2700
도배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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