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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제주 이주 준비 [집] 2편

'효리네 민박집' 방문

by 킴 소여 Jan 19. 2025

<본격! 제주 이주 준비 [집] 1편>

전 날에 이어서

삼일 밤낮을 온오프라인 세상을 헤매며 제주로 이주할 집만 알아보러 다녔건만 아직 이렇다 할 과가 없다. 그나마 한 곳, 어제 본 한라산 앞 타운하우스마저도 직장 예정지와 너무 멀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럼 천천히 시간을 두고 알아보면 되지 왜 이렇게 미치광이처럼 식음을 전폐하며 집만 보러 다니느냐?

그야..

이제 제주살이가 1주일 남았기 때문이다.

내 인생 첫 작품의 소재이자, 길다고 느꼈던 3개월의 제주살이..

그 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 안에 제주 이주에 대한 결판을 짓지 않고, 이대로 육지로 돌아간다면?

언제 다시, 아니 이주 자체를 할 수 있을지 조차 미지수다.'


 생각에 소중한 마지막 일주일을 나는 감성에 젖어있을 시간이 없다.


..근데!


오늘 하루만 조금 감성에게 시간을 내주려 한다.

왜냐하면 '그'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꿈은 많지만 겁쟁이인 날.

슈퍼 P로 행동은 앞서지만 수습 안 되는 날.

나보다 믿어주고, J답게 이성적으로 지원해 주는

운명의 내 반쪽.

퇴사도 제주살이도 그가 없었다면 쎈 척하는 쫄보인 난 절대 여기에 있지 못했겠지.



그를 위한 오늘의 생일 데이트 장소는?


대한민국에 제주살이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

'효리네 민박집'이다.

이제는 관광지로 개조된 이곳은 현재 '소길별하'라는 이름의 예약제 소품샵으로 운영되고 있다.


평소 TV를 크게 즐기지 않지만 '효리네 민박' 워낙 좋아해 시즌별로 다 챙겨본 우리 부부는 꼭 가봐야지 생각하고 여태 미루던 장소였다.

(오늘 마침 부동산 미팅지가 애월이기도 하고..;;;)  

입구부터 키 큰 나무들의 비호를 받으며 일이 분 정도 따라 걸어가자 울창한 나무들이 성벽이 되어 감싸주는 넓은 정원과 짙은 원목 통나무 주택이 보인다.


본채에 소품샵을 다 둘러보고, 옆에 이상순의 작업실이었던 채에서 입장료에 포함된 커피를 한잔 테이크 아웃한다. 그리고 굳이 쌀쌀한 겨울 날씨임에도 이상순이 자주 앉아 채광을 쬐던 처마 밑 의자에 걸터앉아본다. 잠시 내가 이상순, 이효리가 되어 한번 더 집을 슥 둘러본다.


"여기 뭐야.. 완전 우리가 찾던 집이잖아~~ㅠ0ㅜ"

"하... 돈이 좋긴하다이;;"


프라이빗한 나만의 정원이 있는 전원주택.

사실 이렇게까지 클 필요는 없지만 딱 우리가 원했던 구조였다. 마침 집을 찾는 시기에 방문해서인지 소품보단 건축적 요소에 더 눈이 가는 우리는 한층 더 눈만 높아진 채 다음 일정인 부동산 미팅지로 향했다.



킴소여의 구해줘 홈즈! in 제주

◈ 조건 1. 프라이빗한 정원 있는 집
◈ 조건 2. 풀옵션에 전원주택을 선호
◈ 조건 3. 예산 연세 2000만 원 내외




- 구해줘 홈즈. 넷째 날 -



9) 구옥 전원주택. 풀 옵션. 연세 1200

#장점: 집이 넓고 방이 많다.

#단점: 너무 오래돼 집도 가구도 노후되 불청결



10) 복층 타운하우스. 무옵션. 연세 1300

#장점: 비교적 새집이어서 매우 깔끔하고, 넓이도 딱 쾌적하게 넓음. 2층 다락방 구조가 넓고 비밀스러운 게 아이방 하기에 너무 예쁨.

#단점: 무옵션. 창 밖 뷰가 모두 건너편 집. 마당조차도 옆집이 훤히 보임.



11) 복층 타운하우스. 풀 옵션. 연세 1500

타운하우스 단지 입구에 들어서는데 다닥다닥 좁게 붙어있는 가구들과 회색 외관이 삭막하게 느껴진다. 대략 스무 채 정도의 똑같이 찍어낸 가구들을 지나 가장 끝에 있는 마지막 집으로 들어간다. 앞에서 너무 많은 집들에 실망을 하고 온 터라 큰 기대 없이 들어가는데, 깨끗하고 단정한 집 안의 인테리어와 20평 남짓의 넓진 않지만 아담한 실내공간. 그리고 내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예쁜데 프라이빗한 창문 뷰와 정원을 갖고 있었다! 


뷰가 좋고 정원이 아무리 예뻐도 프라이빗함이 보장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이다. 창문을 편히 열어둘 수도, 정원을 잠옷차림으로 편하게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주택에서의 삶을 꿈꾸는 근본적인 이유인 '자연과 가까이서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삶'을 실천할 수 없게된다.


그 점에서 이 집은 합격이었다. 방마다 나있는 창은 옆집이 가까움에도 건축주의 의도인지 이웃집들과 겹치지 않는 방향으로 나있어 녹음을 외부의 노출 없이 편안히 즐길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마당에 나왔을 때 정원의 구조가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단지 끝에 배치된 집의 엔 작은 동산이 자리 잡고 있었고, 시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오래된 나무들이 멋스럽게 뒤엉켜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면에는 탁 트인 넓은 밭뷰가 아래에 펼쳐져 있어 얼어있는 겨울 땅 속에 어떤 씨앗들이 잠들어 있을지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그 뒤에도 무옵션임에도 2500인 턱 없이 비싸고 불편하게 고급스러운 타운하우스도 보고, 저렴하고 예쁘지만 너무 좁고 삭막한 3층짜리 단독주택도 보고..


제주 아래 나만의 집 찾기를 빨리 끝내고자하는 마음에 오늘도 하루를 꽉꽉 채워 집을 보곤 아이들 하원시간에 간신히 맞춰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돌아온다.


마음의 집인 '가족'과 남편의 생일을 축하하며 모든 노고가 씻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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