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 카페를 그토록 다시 오고 싶었는지
집이 멀어져서 사실 조금 잊고 있었다.
분명 좋았는데 뭔가 엄청 좋았는데
뭐가 그렇게 좋았었는지.. 기억도 가물하고 멀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려고 하는 날마다 휴무였다.
그러다 어쩌다 생기는 귀한 혼자만의 하루가 생기고, 서랍 속에 접혀있던 이 카페가 생각난 것이다.
먼 길을 오는 동안에도 제주의 넘치는 아름다운 카페들이 참 많았다. 멋진 외관을 지나칠 때마다 마음이 설레고, 한 번은 차까지 멈춰 들어서려 내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뭔가 버릴 수 없었던 서랍 속 낡은 쪽지처럼 이 카페가 자꾸 찝찝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큰 의지로 다시 차로 돌아가 여기로 운전해 왔다.
주차를 하기 전, 건물 입구를 보자마자 깨달았다.
'여기가 맞아...!'
인위적으로 조경된 수목들이 아닌 원래 그 자리를 지켜왔던 오래된 식생들 속
그들을 헤치지 않는 황토색 건물 외관과 짙은 초록의 기와지붕.
자연을 거스를 의지가 전혀 없는 이 자연스러운 외관에서
내가 왜 자꾸 여길 다시 오려고 했는지 생각이 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큰 음향임에도 전혀 귀를 찌르지 않는 묵직한 재즈음악이 튀어나온다.
울퉁불퉁한 통나무들을 다듬지 않은 채 그대로 기둥으로 세워두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커피 메뉴가 가물가물해 메뉴판을 잠시 응시한 후에 그걸 다시 시켰다.
내가 먹었던 크림라떼들 중 가장 최고였던.. 걸로 내가 정의했던 것 같은데 맛이 가물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첫 입에 모두 되돌아왔다.
'여긴 모든 게 깊어.'
외관도 내부도 음악도 커피도.
깊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감각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높이가 낮은 2층 다락방에 박혀 작은 창 밖으로 온통 짙고 옅은 초록들로 가득 찬 초여름의 연주를 본다.
'오늘의 소프라노는 너구나!'
하이얀 아기오리의 솜털 같은 꽃 뭉치들이 잔뜩 잔뜩 아낌없이 뭉쳐 있는 꽃의 생각 없는 살랑임의 유혹을 보고 있자니 작은 벌들은 행복에 취해 이리저리 파묻힌다.
나만을 위한 듯 쏘옥 안락하게 가둬주는 이 다락방의 적당한 어둠과 작은 창 밖의 터질듯한 초록에 나는 키보드로 내가 할 수 있는 연주를 그들과 함께 합주해 본다.
커피도 혼자서 두 잔 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