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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Apr 06. 2024

제주살이 3개월 어린이집 찾기

단기로 교육기관 등록 가능할까?

첫날밤 새벽 4시경 깬 이후 별이 빼곡한 밤하늘에 설레어 다시 잠들지 못한 채 아침을 맞았다.

전날 숙소에 밤늦게 도착한 까닭에 숙소를 제대로 보지 못하였는데, 주변 경관이 4시, 5시, 6시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햇빛에 몸을 드러내는 것이 아이돌 가수의 신곡 teaser 공개처럼 신비롭다. 마침내 베일을 벗고 온전히 드러낸 모습은 언제보아도 놀라운 제주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싱그러움에 몸이 떨린다. 이 속에 3개월간 내가 속해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


6시경 남편도 일찍 깨어난다. 우리는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누가 따로 말을 꺼내지 않아도 새벽부터 바로 짐정리를 시작한다. 미리 선박으로 탁송시킨 자차 안에는 운전석만 제외하곤 빈틈없이 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 많은 양의 짐들을 정리하자니 막막했지만, 이것부터 해 놓지 않으면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린 6년 차 부부의 짬(?)으로 대화도 없이 기계처럼 척척 차 안의 박스들을 모두 꺼낸 후, 박스를 하나씩 열어 짐들을 집 안 적당한 곳에 하나하나 자리 잡기 시작한다.


7시경이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 부스스 깨어난다. 새 집이 그저 흥미로운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무얼 하든 자기들끼리 새로운 곳을 탐색하고 장난치며 노느라 어른들보다 더 바쁘다.


그렇게 두어 시간 정리하자 완벽한 세팅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분류별 정리는 되었다. 그제야 어제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한 것을 깨달으며 시장끼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전날 체크인하면서 신청해 둔 조식먹으러 나서본다.



제주살이 3개월 중 각 한 달씩 3곳의 숙소에서 지낼 예정이다. 그 현재의 첫 번째 숙소는 최초의 제주살이 2개월 계획을 3개월로 변경시킬 정도로 큰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물놀이'!

처음엔 9월 퇴사 후 한 달 정도 대구에서 쉬며 제주살이 준비를 할 계획이었으나, 알아보다 보니 9월의 제주가 여름처럼 따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물놀이를 어느 부모가 탐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놀이에 특화된 숙소가 한 달 단위밖에 예약이 되지 않고, 넓이는 넓지 않은 등 몇 가지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퇴사 당일날 제주행을 강행하면서까지 이곳으로 오게 만들었다.

버블파티도 매일 오후5시에 해주었다.


3성급 리조트에 규모가 작지 않은 이곳은 조식을 먹기 위해 우리 호실에서 식당이 있는 로비까지 5분 정도 걸어야 했다. 집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문 앞에 놓인 킥보드를 보고 둘 다 타고 가겠다고 보챈다. 오르막이 연속인 길이어서 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제주에 와 아이들에게 '안 돼'라는 말을 최소화하고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던 우리 부부는 조심히 타라고만 일러둔다. 아침부터 강하게 작렬하는 햇살이 방금 온 우리들에게 제주 자연의 위엄을 과시하는 듯함을 느끼며 식당에 도착한다.

대형 호텔이 아니라 조식이 대단하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높은 지대에 위치해 녹음으로 가득한 넓은 통창 뷰가 멋지고, 의외로 모닝빵이 맛있었다.


헉! 방으로 돌아오니 9시가 다되었다. 아이들이 앞으로 다닐 '어린이집 상담' 약속 시간이 임박했음을 깨달았다. 거울 속 기름기 가득한 머리에 아이들 체면을 생각해 초면에 안 씻을 수는 없고, 급하게 최소한의 단장을 해본다.






 어린이집 사전조사


우리 아이들은 5살, 6살 연년생 형제로 제주살이를 할 경우 이 아이들의 교육기관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고민이었다.


첫 번째, 교육비 지원

 우선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어린이집, 유치원 교육비는 우리나라 안에서는 거주지 등록과 상관없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인터넷과 관련 행정부서 전화를 통해 확인하였다.

출처: 네이버 검색


두 번째, 어린이집 or 유치원

 둘 다 유치원을 다닐 수 있는 나이이고, 첫째는 현재 유치원을 다니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했을 때, 어린이집 대비 유치원은 비용이 한 명 당 월에 실부담금이 보통 5만 원 대 20만 원 이상으로 큰 차이가 났다. 그나마 직장인일 때 회사에서 지원해 주던 학자금도 없을 거라, 3개월 잠시 있을 우리 기준에서 교육의 질보다는 가성비에 더 비중을 두게 되었고, 그래서 '어린이집'으로 정하였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육지와 다르게 제주의 유치원은 교육청 지원금이 많아 어린이집보다 유치원이 오히려 더 저렴하다는 사실을 먼 훗날 알게 된다.;;;



세 번째, 어느 어린이집?

 그럼 어느 어린이집을 보내느냐인데, 제주살이 3개월 동안 동쪽의 조천읍, 표선면, 남원읍에서 각각 1개월씩 거주 예정이어서 위치를 정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북동쪽에 위치한 조천의 첫 번째 숙소와 남동쪽에 위치한 표선, 남원의 두 번째, 세 번째 숙소를 길쭉한 직삼각형 형태의 위치에서 정중앙 쪽에 어린이집을 잡는다면 가장 이상적인 동선이 나오겠지만, 실제로 정중앙 쪽은 중산간지역으로 온통 오름과 숲만 있어 어린이집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차선책으로 북동쪽인 조천읍을 제외하고 두 번째, 세 번째 숙소인 표선과 남원은 둘 다 남동쪽으로 비교적 가까웠기 때문에 이쪽 부근으로 어린이집을 선택하면 첫 달은 조금 힘들어도, 남은 두 달은 가깝게 등원이 가능하였다. 그래서 네이버 지도를 켜 표선과 남원 부근의 거의 모든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대부분이 정원이 다 찼거나, 자리가 남았어도 거절하였다. 아마 단기간 다닐 학생 때문에 장기간 다닐 학생을 못 받을 것이 부담스러웠는 것 같다. 그래도 2군데에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제주 도착 이후에 상담 일정을 잡아 두었다.




그렇게 지금 상담을 가고 있는 어린이집은 3번째 숙소 근처인 남원에 위치한 어린이집으로 현재의 첫 번째 숙소에서는 무려 40분이나 걸렸다. 왕복으론 1시간 20분.. ㅎㅎㅎ 대구에선 아파트 단지 내에 걸어서 1분 거리 어린이집을 다니다, 차로 40분 거리의 어린이집을 다닌다는 것은 원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의 나는 어제 퇴사를 하고, 제주도에 온 지 2일 차인 한껏 들뜬상태다. 40분이든, 1시간이든 어떠하랴. 에코랜드와 사려니숲을 지나는 그 등원길 경관조차 눈물 나게 멋져 보이고, 돌아오는 길에 TAKE-OUT 한 커피가 맛이 없어 남길지언정 전혀 화가 안 났다.-물론, 며칠 안되어 그래도 왕복 1시간 20분은 심하다며, 남편과 서로 데리러 가라고 미루게 된다;;- -


그렇게 도착한 어린이집은 남원의 조용한 읍내에 한 오래된 어린이집이었다. 차로에선 건물의 측면 밖에 보이지 않고, 주차장 입구로 꺾어 들어가서야 정면이 보였는데, 이건 뭐지....!!!!?

옆으로 길게 펼쳐진 형태의 어린이집은 대로에서 측면을 볼 때와 다르게 매우 컸고, 2층으로 넓게 펼쳐진 건물 앞에는 잘 관리된 넓은 잔디마당이 실내보다 더 부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야외활동을 하고 있던 영아반 아이들이 뜰 위에 한가득 흩뿌려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텔레토비 동산의 미니판을 연상시켰다. 주차장 부지 가장 안쪽에는 또 넓은 텃밭이 있어 호박, 수박, 가지, 고추, 참외 등등이 각자의 밭을 따로 돌담으로 구획되어 있었고, 낡아서 더 귀여운 허수아비들이 꼬질하게 밭을 지키고 있었다. 아, 이 모든 게 내 눈에 낀 제주 콩깍지 때문인 걸까. 왜 이리도 헉소리나게 이상 적여 보이던지. 바깥놀이를 하느라 강하게 내려쬐는 햇볕에 한껏 상기된 아이들의 뺨조차 건강해 보였다.

어린이집 앞 잔디마당과 모래 놀이터
전용 텃밭이 웬만한 어린이집 하나보다 크다;

그런 따뜻한 제주 감성의 유치원과 달리, 원장님은 의외로 서울 한 중앙에 살 것 같은 세련된 50대 중년 여성이었다.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상과 화려하면서 세련된 의상에서 포스가 느껴졌고, 꼼꼼한 완벽주의자일 것 같았다. 그 결과물로 어린이집의 이런 완성도를 만들었으리라. 2층까지 아이들이 생활할 예정인 반을 안내해 주면서 복도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한번 더 내 마음을 흔들었다. 특별활동으로 음악시간에 1인 1 피아노로 각자 피아노를 구매하여 수업하는 방식이나, 아이들이 직접 기른 수박을 수확해 잘라먹고, 매주 인근의 오름과 숲들로 소풍을 가는 자연탐구 활동 등등.. 설명을 듣는 내내 너무 마음에 들어 3달이 아니라 제주에 눌러앉아 졸업까지 시키고 싶어졌다. 나의 자연친화적 교육관과 이렇게나 일치하는 곳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놀라웠다. 나는 다음 어린이집 상담을 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다음날부터 보내겠다고 말을 하였고, 오늘이 금요일이므로 차주 월요일부터 등원키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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