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 소여 Mar 23. 2024

서문) 인생을 디저트처럼

살기위한 식사가 아닌, 삶을 위한 후식

기본적으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디저트를 좋아한다.

인기 있는 디저트 카페에는

언제나 여자들로 북적거린다.

여자들끼리 온 테이블이 대부분이고,

혼자 포장하러 온 여자나,

그나마 간간이 보이는 남자는

여자 손에 잡혀 온 남자친구다.


나 또한 디저트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즐기며,

집 근처 디저트집은 일단 먹어보고 판단해야 직성이 풀리는 디저트에 진심인 사람이다.

심지어 여유가 있는 주말 하루에 디저트를 한 번이라도 먹지 않을 경우

우울함이 밀려와 남편에게 괜히 짜증을 내자 남편은 정말 이해가 안 간다며

밥 먹으면 됐지, 왜 꼭 디저트를 매일 먹어야 되냐며 반문을 던졌다.


문득, 인생 드라마였던 [멜로가 체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주인공 커플이 신나게 데이트를 하고, 맛집에서 점심을 배가 터지도록 먹은 후에 기분 좋게 나온다.

남자는 만족스러운 데이트였다며 마무리하려는데, 여자는 근처 케이크 맛집에 가자고 한다.

남자는 배가 다 찼는데, 어떻게 음식을 더 먹냐고 이의를 제기하자,

여자는 오히려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밥 배는 밥 배고, 빵 배는 빵 배지.'비슷한 대답을 한다.



- 멜로가 체질 7화 中 대사 -


남자: 음.. 따지려는 게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

밥을 먹고, 왜 바로 케익을 또 먹는 거예요?

여자: ??? 밥을 먹었으니까요.

밥 먹기 전에 먹긴 그러니까.

남자: 아니;; 내 말은

밥을 먹었는데, 밥 되는 걸 왜 또 먹지?

여자: 밥이 되는 게 아니라, 케익이 되는 거죠.

남자: 하... 아니..예요. 맞아요. 드세요.

내가 틀렸어;;;; (포기...)



나에게 디저트는 좀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것.

모든 생물은 생존을 위해 에너지 섭취가 필요하고,

이를 먹는 행위로 충족한다.

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저 미각적 유희를 위해 후식을 먹는다.

이 얼마나 비생산적인 아름다움인가.




대학시절 그토록 고대하던 대기업 취직.

그리고 10년간의 회사생활.


이 모든 걸 뒤로하고 제주로 온 것은

지금이라도 나의 인생을 디저트처럼 음미하고자 함이다.


스스로를 노동시장에 최대한 매력적인 상품으로 포장하고,

기업에 효율성을 위해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훌륭한 부품이 되고,

주어진 급여가 마치 잃어버린 정체성에 대해 충분히 보상이 된다는 듯이

착각 속에 빠져 월급날과 휴가만을 기다리는 삶.


물론 나도 돈이 좋다.

하지만 돈보다 내 삶이 더 좋다.

그리고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돈이 없어서는 안 되지만

적당히만 있으면 된다.

욕심을 부리는 순간 나를 잃어가니까.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교과서에 '인간은 존재 자체만으로 존엄하다.'

라고 했지만,

현실은 '돈'이 존엄했다.

'남들보다 남 부럽지 않게 사는 것'이

목숨보다 중요한 대한민국.

비록  사회를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유명한 명언처럼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지금이라도 나 자신이 원하는 찐가치를 물으며 찾아가는 길을 용기 내 보려 한다.


이전 01화 아이가 둘이지만, 동반 퇴사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