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 월
새벽에 일어나 ktx 첫차로 광명역에 왔다.
시부모님은 혼자 여행을 왜 하려고 하느냐, 그래 네가 가고 싶다니, 혼자 무슨 재미로 여행을 하냐, 그래 뭐,,, 돌림노래를 계속 반복하셨다.
엄마는 왜 굳이 귀찮게 가려고 하냐, 뭐 하고 싶은건 해야지, 여행비로 명품 백을 사는게 더 낫지 않냐, 혼자 여행하면 성장한다더라,,, 를 반복하셨다.
며칠 전부터 여행이 두렵고 가슴이 불안하게 두근거렸다.
출발하고 보니 이 부대낌은 이별이 두려웠던거였다. 새벽 출발이어서 레이와는 전 날 충분히 부비면서 인사를 했다. 새벽에 레이는 뭔가 이상한지 의자 밑 그늘에서 꼼짝 않고 짐을 정리하고 나가는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래서 짧게 눈만 맞추고 엄마 갔다올께라고 했다.
그가 대전역까지 태워다 주면서 역광장에서 안녕을 하고 나니 불안한 두근거림은 사라졌다. 이젠 기분좋은 설레임만 남았다.
대전에서 한 시간쯤 KTX를 타고 광명역으로 광명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40분쯤 인천공항으로 이동한다. 2시간이 채 안돼서 인천공항 1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국적기를 이용한다. 아시아나 항공이다. 국적기는 아무래도 비싸서 매번 다른 나라 항공기를 이용했었는데 이번에 보너스 항공권으로 구입하는 바람에 아시아나를 타게 된다. 뉴욕은 14시간 비행이니 더 좋았다. 영화 한 편 보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기내용 트렁크 하나를 가지고 있었고, 입국심사만 통과하면 바로 나갈 수 있었다. 다행히 입국심사장에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 뿐이었다.
입국심사 종류 중 첫 방문 줄에서 10분정도 기다려 심사를 받았고, 심사관이 여권사진과 내 얼굴 보더니 맞냐는 듯한 손짓, 웃으니까 지문찍으라는 손짓, 다 찍으니 "포토~", 도장 쾅쾅
이제 뭐 물어보나 했더니 "휴가..." 라고 한다.
영어단어 포토 들었고. 한국말 휴가 들었고.
난 한마디도 안하고 있다가 웃으며 땡큐 했다.^^
입국심사가 어렵게 진행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운이 좋았다.
공항버스를 타고 맨하탄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공항버스가 사라졌다는 말이 있어서 급하게 다른 방법을 알아봤다. 에어트레인을 타고 자메이카 역으로 이동해서 LIRR 타고 Penn station까지 가기로 한다. 에어트레인+펜스테이션까지 기차표 포함 12.5달러 첫 지출이다. 표 파는 기계에서 이상하게 카드 결제가 안된다.(이후 계속 지하철 표를 사는 기계에서 카드 결제가 안됐다. 3개의 카드를 가지고 갔었는데 모두 안됐다. 여행을 마친 지금까지도 이유를 모르겠다. 지하철 표 기계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경우에 카드 결제는 가능했다. 400달러를 환전해서 왔는데 한인민박 집에 180달러 잔금을 지불하고, 지하철 기계에 현금을 사용했다.)
LIRR(long island rail road) 는 JFK 공항에서 맨하탄으로 직통으로 접근하는 기차인데 배차 시간이 15분에서 30분까지이다. 운이 나쁘면 30분 정도를 기다려야한다. 처음이라 지하철을 피했는데 차라리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이 기다리지 않고 금액도 저렴하고 나을 것 같았다.(여행 마지막 날 공항으로의 이동은 지하철로 했다. 확실히 더 좋았다.)
지하 펜스테이션에서 뉴욕 거리로 나왔다.
훅 끼치는 더운 바람과 담배 냄새, 뉴욕의 첫 느낌이다.(이 날 올해 들어 가장 더웠다고 한다.) 그리고 보이는 건물들, 크다. 정말 크다.
거리의 폭이 좁은데 건물은 높아서 체감은 더 높고 크게 느껴졌다. 목이 꺽이도록 높이 쳐다봐야 건물의 꼭대기가 보인다.
차차뉴욕이라는 한인 민박집을 예약했다. 6월 여행을 1월에 예약했기 때문에 약간의 할인을 받아서 여성 4인 쉐어룸을 7일 360달러에 예약했다. 민박 집 위치가 메르시 백화점 근처여서 펜스테이션에서 걸어갈 수 있었다. (오후 3시)
- 차차뉴욕에 대해 -
내가 사용한 곳은 노란색 방이다. 여성 4인이 같이 사용하는 방으로 화장실이 방 안에 달려있다.
처음에 침대1을 배정 받았는데 쇼파베드 위에 매트리스를 올린 침대였다. 쇼파베드가 평평하지 않아 허리가 아팠다. 다음 날부터는 침대프레임 위에 매트리스가 있는 침대2로 옮겨 사용했다. 다행히 일주일 중 3일을 둘이서만 사용하는 상황이어서 침대를 옮길 수 있었다.
민박 위치가 좋아서 타임스퀘어,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유니언스퀘어 파크, 워싱턴스퀘어 파크, 더 하이라인 등 걸어서 다니기에 편했다.
민박집에 짐을 두고 제일 먼저 브라이언트 파크로 갔다. 뉴욕에 있는 공원 중에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내가 생각한 뉴욕은 잔디밭과 큰 나무들 위로 빌딩들이 보이는 풍경과 노란 신호등이다. 노란 신호등에 달린 녹색 거리 이름 표지판을 보러 뉴욕에 왔다.
브라이언트 파크 근처에 블루보틀 커피도 있다. 뉴올리언스 한 잔 사서 공원에 앉았다. 녹색 테이블과 의자가 많다. 혼자 온 사람, 친구나 동료와 같이 온 사람들, 뭔가를 먹는 사람들, 책 보는 사람,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는 사람, 큰 플라타너스 위로 보이는 빌딩들, 넓은 잔디밭, 뉴욕이다.
뉴올리언즈는 달다. 커피믹스 단맛은 좋아하는데 이 단맛은 별로다. 아메리카노에 설탕만 넣은 그런 단맛이다. 그래도 블루보틀 로고와 파란색 빨대는 왠지 뉴욕스러워 좋다. 허세 커피라고 하더니 그 느낌 딱이다.
커피를 들고 타임스퀘어(보통 타임스퀘어라고 말하는데 정확히는 Times square 이다.) 방향으로 걸었다.
바로 이거다. 노란 신호등과 녹색 거리 표지판.
이걸 보러 왔다. 그리고 이 거리는 여행 중 정말 여러번 지나갔다.
Joe's pizza 의 치즈피자다.
제법 큼직하다. 생토마토를 갈아서 만든 것 같은 토마토 소스에 피자치즈, 갓 나온 큰 화덕 피자를 바로 잘라서 줬다. 맛있다.
손이랑 크기 비교
피자가게 벽에 걸린 그림
다시 걷는다.
또 나왔다. 노란 신호등.(번외편으로 노란 신호등만 모아서 포스팅해야겠다.)
멀리 타임스스퀘어.
여행 가기 전에 그렸던 그림의 빨간 의자, 빨간 테이블.
정말 사람이 많다.
고개를 젖혀야 보이는 건물들, 번쩍거리는 광고판, 가게의 열린 문에서 나오는 엄청난 에어컨 냉기, 자본주의의 나라에 온 게 확실하다.
설렘과 흥분으로 입맛이 없다. 기내식과 커피와 피자와 시차로 속이 부글거렸다. 이럴땐 맥주와 컵라면이다.
컵라면을 사러 숙소 근처에 있는 한인마트인 Hmart 로 간다. 소고기가 들어간 스프 때문에 원칙적으로 컵라면은 미국에 반입이 안된다. 한인마트에서 6개들이 컵라면 한 박스(민박집 사람들과 나눠먹을 것 같아서)와 아주 큰, 750 ml 정도 되는 맥주 한 캔을 샀다. 컵라면은 한국과 가격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았다.
민박집에 있는 사람들(젊은 총각 두 명과 젊은 처자 세 명이다.)과 각자 사온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컵라면을 나눠 먹고 12시쯤 누웠다.
난 아직 월요일이고, 그는 화요일 점심을 먹었다.
(라이카 유심 한 달짜리를 사왔는데 국제전화가 포함되어 있다. 한 달에 4기가 데이터 사용, 국제전화 무제한 무료인 유심이다. 여행 중 사용하기에 편했다.)
집에서 새벽 첫 차를 타기 위해 일어난지 몇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몽롱하다. 시차 적응을 위해 버틸만큼 버텼다. 이제 푹 아침까지 자면 된다.
여행전 지출(여행 전 라이언킹 뮤지컬을 예매하고 왔다.) 과 오늘의 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