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뉴욕 여행 3일째

6월 20일 수요일

by 우아한 가난뱅이



오늘은 5시쯤 깼다. 어제보다 조금 더 잤다. 6시간은 잤으니 이 정도면 하루 종일 돌아다닐 에너지가 있겠다.

IMG_8076.jpg?type=w773



밤에 소나기가 왔는지 거리가 약간 젖었다. 생수통에 카누 미니 한 봉지, 초바니 요거트다. 요거트는 우리나라 용량의 두 배. 치즈케잌처럼 찐득거리고, 덜 달다. 하나 먹으니 든든한 느낌이다.


숙소에서 나와 오른쪽을 보면 보이는 풍경이다.


output_1989254414.jpg?type=w773



IMG_8087.jpg?type=w773


오늘도 하늘은 맑음이다. 어제보다는 덜 덥다.


뉴욕의 거리는 대부분이 일방통행이다. 가로는 street, 세로는 avenue로 칭하고, 홀짝에 따라 일방통행이 반복된다. 예를 들면 6 avenue는 uptown 방향으로 일방, 7 avenue는 downtown 방향으로 일방통행이다. 이 원리를 알면 버스를 타고 다니기 편하다. 지하철이 그물같이 연결되어 있고, 정체가 없어서 편하지만 여행 중에는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버스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버스 타고 좀 막히더라도 주위 사람 구경, 거리 구경하면서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뉴욕에서도 버스를 많이 탔다. 지하철 카드가 있으면 M으로 시작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를 이용할 때에는 구글 지도보다는 Citymapper라는 앱을 사용하는 게 더 편하다. Citymapper에서 근처 정류장 표시를 찍으면 아래 왼쪽 화면이 보인다.
그다음에 연두색 테두리 안의 정류장 이름을 터치하면 아래 오른쪽 화면처럼 그 정류장에 다니는 버스 번호가 나온다.



IMG_0030.jpg?type=w773
IMG_0031.jpg?type=w773




그다음 버스 번호를 터치, M7을 터치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그리고 지도를 확대하면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버스가 가는지 노선을 확인할 수 있다. Citymapper를 통해 버스가 언제 오는 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버스 타기 참 쉽다.



IMG_0032.jpg?type=w773
IMG_0034.jpg?type=w773




구글 지도에도 버스 번호와 정류장은 나오는데 버스 노선이 이름으로(위 왼쪽 사진 아래쪽처럼)만 나와서 거리명을 주르륵 꿰고 있지 않으면 노선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서 버스를 탈 때는 Citymapper를 이용했다.




IMG_8169.jpg?type=w773

뉴욕 버스 노선 지도






숙소 앞 정류장에서 M7을 타고 센트럴 파크 쪽으로 간다.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면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 갈 예정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매그놀리아가 보인다. 레드벨벳 컵케잌을 하나 샀다. 옆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한잔.



걷다 보니 민들레 홀씨가 보인다. 평소에도 민들레 홀씨를 많이 좋아해서 핸드폰 사진 앨범에 민들레 홀씨 사진이 참 많다. 이렇게 커다란 민들레 홀씨를 뉴욕에서 만나다니... (식물학자들은 민들레 홀씨가 잘못된 명칭이고 갓털이라고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한텐 민들레 홀씨다. 세상에 민들레 갓털이라니... ) 털의 느낌을 분수로 표현하다니 정말 멋지다.

output_3970706635.jpg?type=w773
output_3394033208.jpg?type=w773



센트럴 파크다. 여기도 커다란 나무 위로 건물들이 보인다.



IMG_8096.jpg?type=w773



IMG_8101.jpg?type=w773




센트럴 파크를 걸으면서 그가 핸드폰에 넣어준 음악을 들었다.
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소음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좋아하는 노래도 아주 한정적이다.


연애할 때 그가 내가 녹음해준 CD가 있다.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노래, 사랑을 하는 기쁨을 노래 한 곡들로만 만들어진 CD다. 이별 노래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결혼 후 운전을 시작한 이후부터 운전할 때 들으라고 그가 CD를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20곡 정도씩 넣어 반복해서 듣다가 지겨워질 때쯤 다음 CD를 만들어준다. 그는 음악을 참 좋아한다. 우리가 가장 안 맞는 점이다.



그는 음악도 별로 안 좋아하고, 좋아하는 노래도 별로 없는 나를 위해 딱 내 취향의 CD를 만들어준다. 걸어서 출퇴근 5년, 휴직 1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만들어줬다. 그리고 이번 뉴욕 여행을 위해 핸드폰에 넣어 준 음악이 68번째 나를 위한 앨범이다.(그는 수집벽이 있어서 자신이 모으는 앨범, 연필, 만년필 들의 리스트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는 앨범을 만들 때 음악의 순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처음 듣는 노래를 어떤 노래로 할지 많이 고민한다. 그리고 거의 언제나 첫 곡은 내 마음에 히트곡이 된다.



뉴욕에 도착해서부터 참 좋았는데 뭔가가 살짝 부족했다. 2% 부족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혼자여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가 넣어준 첫 곡을 듣는 순간 부족한 게 채워졌다.
눈물이 핑 돌면서 완벽해졌다.





한참을 음악을 들으면서 걷다가 아무 벤치에 앉아 컵케잌을 먹었다.
난 먹기 전에 사진 찍는 게 참 어렵다. 사진을 안 좋아하는 데다 음식은 뜨거울 때 먹는 걸 좋아해서 전혀 습관이 안되어 있다. 안 예쁘게 한 입 먹고 찍었다.


output_269243041.jpg?type=w773

케잌 위 크림이 안 단 버터크림이다. 케잌은 푸석하다. 음...

이마트에 파는 피코크 레드벨벳 냉동 케잌을 좋아한다. 여행 오기 전에 그와 하나씩 녹여 먹으면서 "혹시 이게 매그놀리아보다 더 맛있는 거 아냐" 하면서 웃었었다. 피코크 레드벨벳은 치즈 크림에 케잌 부분은 참 촉촉하다. 내 입맛에는 피코크 완승이다.

뭐 그래도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서 궁금했던 맛을 봤으니 됐다. 판교에 매그놀리아가 있다던데 판교는 너무 멀어 뉴욕에 먹으러 왔다. ^^
매그놀리아 바나나 푸딩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먹어 본 사람 열이면 열이 다 맛있다던데... 난 바나나를 싫어하는데... 그래도 슈크림은 좋아하니까 먹어봐야 할까... 레드벨벳도 맛이 없는데 고민이 된다.


컵케잌을 먹으면서 앉아 있는데 자전거 타고 가던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건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하고 아저씨는 한국말을 못한다. 그래도 아저씨는(지금 생각해보니 아저씨가 아닐 것 같다. 마흔일곱인 나보다 훨씬 어렸을 거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내 나이를 자꾸 잊어버린다.) 번역 앱을 사용해서까지 자꾸 말을 시킨다. 이후에 같이 다니면서 안내를 해주겠다고 한다. 점심도 같이 먹자고 한다.


웃으면서 난 혼자가 좋다고 했다.
게다가 그가 넣어준 음악도 있다.
더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output_955403053.jpg?type=w773

센트럴 파크의 더 몰이라는 곳이다. 직선 산책길 양쪽으로 큰 나무가 하늘을 덮는다.


output_872934387.jpg?type=w773



오픈 시간 조금 전에 메트로폴리탄에 도착했다.

output_202273018.jpg?type=w773


입장권을 3장 준다. 하나엔 오늘 날짜가 찍혀 있고, 다른 두 장은 날짜가 적혀있지 않다. 이 두 장은 내일과 모레 입구 안내 데스크에 제시하면 그날 날짜 찍힌 입장권으로 바꿔준다. 총 3일 연속 입장이 가능하다.




output_2689987135.jpg?type=w773
IMG_8166.jpg?type=w773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어마어마하다. 도저히 하루 만에 볼 규모가 아니다. 올해 3월 이전엔 기부 입장이었다. 그때가 정말 좋았겠다. 입장료 신경 안 쓰고 오고 싶은 만큼 올 수 있었을 테니.



그림을 사진으로 찍는 건 의미가 없다. 그림의 색감을 사진이 전혀 살리지 못한다.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그 색감의 차이 때문에 뭐 하는 짓인가 싶다. 사진 전문가가 엄청 좋은 장비로 찍어 엽서나 책을 만들어도 그 색감을 살릴 수가 없는데 내가 핸드폰의 무음 카메라 앱을 사용해서 찍으니 말 다 했다.

그래도 몇 장 찍어봤다.



output_292454097.jpg?type=w773
output_484942311.jpg?type=w773
output_2692246086.jpg?type=w773

고흐, 마티스, 모네.



옥상에 카페가 있다. 여기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다. 잘 찾아야 한다.
센트럴파크 건너 빌딩들이 멋있다. 설치 작품들도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IMG_8161.jpg?type=w773



IMG_8164.jpg?type=w773


뮤지엄 관람은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길을 걸어 다니는 것보다 더 다리가 아프다.

3일의 시간이 있으니 나눠서 보기로 한다. 오늘은 제일 유명한 인상파 그림들을 집중적으로 봤다.



미국 작품들은 내일로 미루고 밖으로 나왔다. 뮤지엄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네 대의 버스가 오는데 맨해튼 중심으로 가려면 아무거나 타도된다. 버스 타고 점심 먹으러 갈 거다.



IMG_0047.jpg?type=w773
IMG_0041.jpg?type=w773




IMG_0042.jpg?type=w773
IMG_0043.jpg?type=w773



IMG_0045.jpg?type=w773
IMG_0046.jpg?type=w773





모마 근처 할랄 가이즈에서 콤보를 주문했다. 여기도 줄을 선다는데 사람이 거의 없다. 이후 몇 번 지나다닐 때마다 별로 없었다.




output_1300495083.jpg?type=w773


빨간 소스는 아주 맵다. 하얀 소스는 마요네즈 맛이다. 닭고기와 소고기의 조합이고 한 명이 먹기엔 양이 많다. 그런데 소고기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 고기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 아닌데도 상당하다. 치킨과 야채, 아래 숨어있는 주황색 밥을 적당히 먹었다. 남으면 싸가지고 다니려고 했는데 안 그래도 되겠다. 소고기를 빼면 맛있다.






숙소 쪽으로 걸어 내려간다.

록펠러 센터에 들러 전망대 시간 예약을 했다. 10분 단위로 예약이 가능한 듯하다.


IMG_8176.jpg?type=w773


성당에 들러 기도를 하고 초를 하나 밝혔다.


IMG_8178.jpg?type=w773




다시 버스를 타고 소호로 간다. 소호에 드로잉 센터가 있다.

드로잉 센터라니 안갈 수가 없겠다. 간 김에 그를 위해 문구점에서 연필이나 만년필을 보고, 소호의 화방도 가보련다.




IMG_8184.jpg?type=w773

Good for the study. 50 W 8th St, New York, NY 10011


생각한 만년필과 연필이 없다. 화방도 아주 작은 곳이었다.




드로잉 센터는 문 닫는 시간 한 시간 전쯤 도착했다. 급하게 들어가서 한 시간이면 관람이 되는지 물었다. 뭘 그런걸 묻는냐는 표정. 이때 알아봤어야 했다.
드로잉들이 있긴 했다. 문제는 내가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연필을 뭉개서 시커멓게 그린 그림들이었다. 기간에 따라 여러 다른 전시를 하는 곳인데 하필 요즘 하는 전시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과거 전시 책들을 보니 꽤 볼만한 것들도 많다. 그러고 보니 사진 한 장 안찍었다.





뉴욕 여행 중 가장 안 좋은 점은 그 많은 공원에서 맥주를 마실 수 없다는 것이다. 숙소에 잠시 쉬려고 들어온 김에 맥주 한 병 마신다. 더 라이드 버스를 7:45분으로 예약했다.


더 라이드 버스를 기다리는 곳에 근처 레스토랑의 고기 굽는 냄새가 많이 난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고기가 된 것 같았다. 그가 매번 고깃집을 하려면 고기를 좀 태워서 냄새를 밖으로 내보내야 사람들을 끌 수 있다고 했었는데 그 지침을 아주아주 잘 따르는 레스토랑이다.


IMG_8202.jpg?type=w773
IMG_8203.jpg?type=w773




더 라이드 버스는 요즘 제일 핫한 관광상품이라고 했다. 빅애플 패스에서 상품을 선택할 때 금액이 가장 비쌌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골라 빅애플 패스를 구성하면 굳이 패스를 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할인의 장점이 없었다. 더 라이드 버스를 패스에 포함시키면 꽤 할인의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이 버스는 최근 한국 TV 방송에 나온 적이 있어서 어떤 방식의 관광버스인지 알고 있었다. 몇 개의 거리 퍼포먼스(랩, 발레, 댄스)가 있고, 영어로 웃기는 가이드가 버스에 타고 있고, 뉴욕뉴욕 노래를 틀어준다는 것. 그래도 TV에서 보여준 것 말고 다른 게 더 있을 줄 알았다.

없었다.
그리고 난 영어로 웃기는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괜히 욕심부려 빅애플 패스를 구성했다. 그냥 25달러의 뮤지엄 입장권을 23달러에 구입하는 걸로 만족했어야 하는데 더 많은 할인을 받고 싶어서 결국 예상했던 재미없음에 돈을 썼다.

여행 중 이런 잘못된 지출이 좀 있었다. 몇 개는 기억에서 지워버렸는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 ㅠㅠ

이건 절대적으로 내 경험이다. 룸메이트였던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한국 가기 전 여행 중인 친구는 라이드 버스의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이 친구는 라이드 버스에서 내린 후 뉴욕뉴욕 노래를 부르면서 흥분된 얼굴로 돌아왔다.

야경을 보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귀마개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사용해보니 참 좋다. 귀마개를 하고 자면 나중에 들어온 사람이 씻고 짐 정리를 하더라도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인 실을 이용할 경우 유용하다.



오늘의 지출

output_2903101552.jpg?type=w77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뉴욕 여행 2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