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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가난뱅이 Jul 12. 2018

뉴욕 여행 3일째

6월 20일 수요일



오늘은 5시쯤 깼다. 어제보다 조금 더 잤다. 6시간은 잤으니 이 정도면 하루 종일 돌아다닐 에너지가 있겠다. 

            



밤에 소나기가 왔는지 거리가 약간 젖었다. 생수통에 카누 미니 한 봉지, 초바니 요거트다. 요거트는 우리나라 용량의 두 배. 치즈케잌처럼 찐득거리고, 덜 달다. 하나 먹으니 든든한 느낌이다. 


숙소에서 나와 오른쪽을 보면 보이는 풍경이다. 





오늘도 하늘은 맑음이다. 어제보다는 덜 덥다. 


뉴욕의 거리는 대부분이 일방통행이다. 가로는  street,  세로는 avenue로 칭하고, 홀짝에 따라 일방통행이 반복된다. 예를 들면 6 avenue는  uptown 방향으로 일방, 7 avenue는  downtown 방향으로 일방통행이다. 이 원리를 알면 버스를 타고 다니기 편하다. 지하철이 그물같이 연결되어 있고, 정체가 없어서 편하지만 여행 중에는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버스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버스 타고 좀 막히더라도 주위 사람 구경, 거리 구경하면서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뉴욕에서도 버스를 많이 탔다. 지하철 카드가 있으면  M으로 시작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를 이용할 때에는 구글 지도보다는  Citymapper라는 앱을 사용하는 게 더 편하다. Citymapper에서 근처 정류장 표시를 찍으면 아래 왼쪽 화면이 보인다. 
그다음에 연두색 테두리 안의 정류장 이름을 터치하면 아래 오른쪽 화면처럼 그 정류장에 다니는 버스 번호가 나온다. 






그다음 버스 번호를 터치, M7을 터치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그리고 지도를 확대하면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버스가 가는지 노선을 확인할 수 있다. Citymapper를 통해 버스가 언제 오는 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버스 타기 참 쉽다. 



 



구글 지도에도 버스 번호와 정류장은 나오는데 버스 노선이 이름으로(위 왼쪽 사진 아래쪽처럼)만 나와서 거리명을 주르륵 꿰고 있지 않으면 노선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서 버스를 탈 때는  Citymapper를 이용했다. 




뉴욕 버스 노선 지도






숙소 앞 정류장에서  M7을 타고 센트럴 파크 쪽으로 간다.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면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 갈 예정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매그놀리아가 보인다. 레드벨벳 컵케잌을 하나 샀다. 옆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한잔. 



걷다 보니 민들레 홀씨가 보인다. 평소에도 민들레 홀씨를 많이 좋아해서 핸드폰 사진 앨범에 민들레 홀씨 사진이 참 많다. 이렇게 커다란 민들레 홀씨를 뉴욕에서 만나다니... (식물학자들은 민들레 홀씨가 잘못된 명칭이고 갓털이라고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한텐 민들레 홀씨다. 세상에 민들레 갓털이라니... ) 털의 느낌을 분수로 표현하다니 정말 멋지다. 



센트럴 파크다. 여기도 커다란 나무 위로 건물들이 보인다. 








센트럴 파크를 걸으면서 그가 핸드폰에 넣어준 음악을 들었다. 
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소음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좋아하는 노래도 아주 한정적이다. 


연애할 때 그가 내가 녹음해준 CD가 있다.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노래, 사랑을 하는 기쁨을 노래 한 곡들로만 만들어진 CD다. 이별 노래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결혼 후 운전을 시작한 이후부터 운전할 때 들으라고 그가 CD를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20곡 정도씩 넣어 반복해서 듣다가 지겨워질 때쯤 다음  CD를 만들어준다. 그는 음악을 참 좋아한다. 우리가 가장 안 맞는 점이다. 



그는 음악도 별로 안 좋아하고, 좋아하는 노래도 별로 없는 나를 위해 딱 내 취향의 CD를 만들어준다. 걸어서 출퇴근 5년, 휴직 1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만들어줬다. 그리고 이번 뉴욕 여행을 위해 핸드폰에 넣어 준 음악이 68번째 나를 위한 앨범이다.(그는 수집벽이 있어서 자신이 모으는 앨범, 연필, 만년필 들의 리스트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는 앨범을 만들 때 음악의 순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처음 듣는 노래를 어떤 노래로 할지 많이 고민한다. 그리고 거의 언제나 첫 곡은 내 마음에 히트곡이 된다.



뉴욕에 도착해서부터 참 좋았는데 뭔가가 살짝 부족했다. 2% 부족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혼자여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가 넣어준 첫 곡을 듣는 순간 부족한 게 채워졌다. 
눈물이 핑 돌면서 완벽해졌다. 





한참을 음악을 들으면서 걷다가 아무 벤치에 앉아 컵케잌을 먹었다. 
난 먹기 전에 사진 찍는 게 참 어렵다. 사진을 안 좋아하는 데다 음식은 뜨거울 때 먹는 걸 좋아해서 전혀 습관이 안되어 있다. 안 예쁘게 한 입 먹고 찍었다. 


케잌 위 크림이 안 단 버터크림이다. 케잌은 푸석하다. 음... 

이마트에 파는 피코크 레드벨벳 냉동 케잌을 좋아한다. 여행 오기 전에 그와 하나씩 녹여 먹으면서 "혹시 이게 매그놀리아보다 더 맛있는 거 아냐" 하면서 웃었었다. 피코크 레드벨벳은 치즈 크림에 케잌 부분은 참 촉촉하다. 내 입맛에는 피코크 완승이다. 

뭐 그래도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서 궁금했던 맛을 봤으니 됐다. 판교에 매그놀리아가 있다던데 판교는 너무 멀어 뉴욕에 먹으러 왔다. ^^
매그놀리아 바나나 푸딩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먹어 본 사람 열이면 열이 다 맛있다던데... 난 바나나를 싫어하는데... 그래도 슈크림은 좋아하니까 먹어봐야 할까... 레드벨벳도 맛이 없는데 고민이 된다. 


컵케잌을 먹으면서 앉아 있는데 자전거 타고 가던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건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하고 아저씨는 한국말을 못한다. 그래도 아저씨는(지금 생각해보니 아저씨가 아닐 것 같다. 마흔일곱인 나보다 훨씬 어렸을 거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내 나이를 자꾸 잊어버린다.) 번역 앱을 사용해서까지 자꾸 말을 시킨다. 이후에 같이 다니면서 안내를 해주겠다고 한다. 점심도 같이 먹자고 한다. 


웃으면서 난 혼자가 좋다고 했다. 
게다가 그가 넣어준 음악도 있다. 
더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센트럴 파크의 더 몰이라는 곳이다. 직선 산책길 양쪽으로 큰 나무가 하늘을 덮는다. 




오픈 시간 조금 전에 메트로폴리탄에 도착했다. 


입장권을 3장 준다. 하나엔 오늘 날짜가 찍혀 있고, 다른 두 장은 날짜가 적혀있지 않다. 이 두 장은 내일과 모레 입구 안내 데스크에 제시하면 그날 날짜 찍힌 입장권으로 바꿔준다. 총 3일 연속 입장이 가능하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어마어마하다. 도저히 하루 만에 볼 규모가 아니다. 올해 3월 이전엔 기부 입장이었다. 그때가 정말 좋았겠다. 입장료 신경 안 쓰고 오고 싶은 만큼 올 수 있었을 테니. 



그림을 사진으로 찍는 건 의미가 없다. 그림의 색감을 사진이 전혀 살리지 못한다.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그 색감의 차이 때문에 뭐 하는 짓인가 싶다. 사진 전문가가 엄청 좋은 장비로 찍어 엽서나 책을 만들어도 그 색감을 살릴 수가 없는데 내가 핸드폰의 무음 카메라 앱을 사용해서 찍으니 말 다 했다.

그래도 몇 장 찍어봤다. 



고흐, 마티스, 모네.



옥상에 카페가 있다. 여기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다. 잘 찾아야 한다. 
센트럴파크 건너 빌딩들이 멋있다. 설치 작품들도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뮤지엄 관람은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길을 걸어 다니는 것보다 더 다리가 아프다.

3일의 시간이 있으니 나눠서 보기로 한다. 오늘은 제일 유명한 인상파 그림들을 집중적으로 봤다. 



미국 작품들은 내일로 미루고 밖으로 나왔다. 뮤지엄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네 대의 버스가 오는데 맨해튼 중심으로 가려면 아무거나 타도된다. 버스 타고 점심 먹으러 갈 거다. 












모마 근처 할랄 가이즈에서 콤보를 주문했다. 여기도 줄을 선다는데 사람이 거의 없다. 이후 몇 번 지나다닐 때마다 별로 없었다. 





빨간 소스는 아주 맵다. 하얀 소스는 마요네즈 맛이다. 닭고기와 소고기의 조합이고 한 명이 먹기엔 양이 많다. 그런데 소고기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 고기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 아닌데도 상당하다. 치킨과 야채, 아래 숨어있는 주황색 밥을 적당히 먹었다. 남으면 싸가지고 다니려고 했는데 안 그래도 되겠다. 소고기를 빼면 맛있다. 






숙소 쪽으로 걸어 내려간다. 

록펠러 센터에 들러 전망대 시간 예약을 했다. 10분 단위로 예약이 가능한 듯하다. 



성당에 들러 기도를 하고 초를 하나 밝혔다.





다시 버스를 타고 소호로 간다. 소호에 드로잉 센터가 있다.

드로잉 센터라니 안갈 수가 없겠다. 간 김에 그를 위해 문구점에서 연필이나 만년필을 보고, 소호의 화방도 가보련다. 




Good for the study.  50 W 8th St, New York, NY 10011


생각한 만년필과 연필이 없다. 화방도 아주 작은 곳이었다. 




드로잉 센터는 문 닫는 시간 한 시간 전쯤 도착했다. 급하게 들어가서 한 시간이면 관람이 되는지 물었다. 뭘 그런걸 묻는냐는 표정. 이때 알아봤어야 했다. 
드로잉들이 있긴 했다. 문제는 내가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연필을 뭉개서 시커멓게 그린 그림들이었다. 기간에 따라 여러 다른 전시를 하는 곳인데 하필 요즘 하는 전시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과거 전시 책들을 보니 꽤 볼만한 것들도 많다. 그러고 보니 사진 한 장 안찍었다. 





뉴욕 여행 중 가장 안 좋은 점은 그 많은 공원에서 맥주를 마실 수 없다는 것이다. 숙소에 잠시 쉬려고 들어온 김에 맥주 한 병 마신다. 더 라이드 버스를 7:45분으로 예약했다. 


더 라이드 버스를 기다리는 곳에 근처 레스토랑의 고기 굽는 냄새가 많이 난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고기가 된 것 같았다. 그가 매번 고깃집을 하려면 고기를 좀 태워서 냄새를 밖으로 내보내야 사람들을 끌 수 있다고 했었는데 그 지침을 아주아주 잘 따르는 레스토랑이다. 





더 라이드 버스는 요즘 제일 핫한 관광상품이라고 했다. 빅애플 패스에서 상품을 선택할 때 금액이 가장 비쌌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골라 빅애플 패스를 구성하면 굳이 패스를 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할인의 장점이 없었다. 더 라이드 버스를 패스에 포함시키면 꽤 할인의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이 버스는 최근 한국  TV 방송에 나온 적이 있어서 어떤 방식의 관광버스인지 알고 있었다. 몇 개의 거리 퍼포먼스(랩, 발레, 댄스)가 있고, 영어로 웃기는 가이드가 버스에 타고 있고, 뉴욕뉴욕 노래를 틀어준다는 것. 그래도 TV에서 보여준 것 말고 다른 게 더 있을 줄 알았다. 

없었다. 
그리고 난 영어로 웃기는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괜히 욕심부려 빅애플 패스를 구성했다. 그냥 25달러의 뮤지엄 입장권을 23달러에 구입하는 걸로 만족했어야 하는데  더 많은 할인을 받고 싶어서 결국 예상했던 재미없음에 돈을 썼다. 

여행 중 이런 잘못된 지출이 좀 있었다. 몇 개는 기억에서 지워버렸는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 ㅠㅠ

이건 절대적으로 내 경험이다. 룸메이트였던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한국 가기 전 여행 중인 친구는 라이드 버스의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이 친구는 라이드 버스에서 내린 후 뉴욕뉴욕 노래를 부르면서 흥분된 얼굴로 돌아왔다. 

야경을 보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귀마개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사용해보니 참 좋다. 귀마개를 하고 자면 나중에 들어온 사람이 씻고 짐 정리를 하더라도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인 실을 이용할 경우 유용하다. 



오늘의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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