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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2

휴직 20일째

by 우아한 가난뱅이

난 걷는걸 좋아한다. 가끔 하염없이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순례길 중에 스페인 산티아고를 걷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정말 힘든 일이 생겼을때 걸으려고 아껴두는 중이다.

더위는 걷는걸 방해한다. 지난 방콕여행에서도 느꼈었는데 또 이 더운 치앙마이를 선택한걸 보면 덜 깨달았나보다.

덥다. 방콕보다 더 덥다. 우기라고 하는데 땡볕 쨍쨍 엄청 덥다. 그리고 방콕보다 에어컨이 나오는 음식점이 더 드물다. 몇 번의 실패 후 지금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에 와있다. 10월엔 발리 우붓 여행이 예정되어 있는데 거기도 덥다. 치앙마이 여행이 끝날 무렵 과연 더운 우붓을 가야할지 결정해야겠다.

이 숙소는 아침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8시쯤 핸드폰 데이터를 해결하기 위해 세븐일레븐으로 갔다. 길을 건너려고 살펴보면 지나가던 툭툭 기사도, 썽태우 기사도 자가용 운전자도 멈춰서면서 지나가라고 손짓을 한다. 여행이 참 좋은 순간이다.

지난 방콕여행 중 트루무브 7일 2기가 90밧 상품을 사용했었다. 트루무브 유심칩 유효기간이 2개월쯤 되는지 아직 남아있었고, 35밧정도 요금이 남아있었다. 태사랑의 조언을 따라 세븐일레븐에서 20밧 충전하고 7일 2기가짜리 상품에 가입했다. 3일째 오전 갑자기 데이터 사용이 안된다. 잔액조회를 했는데 0밧이다. 어째 7일 2기가 상품 가입되었다는 문자가 안왔었다. 다시 20+50밧을 충전하고 상품에 가입했다. 이번엔 문자가 온다. 52.43밧(1700원 정도다) 태국여행에서는 유심을 사서 쓰는것이 로밍보다 훨씬 유리하다.

이제 구글지도를 볼 수 있다. 이번 여행전에 마음이 심난했어서 그런지 여행자 보험도 전날 밤에 가입하고, 그동안 열심히 표시해논 태사랑 지도를 놔두고 왔다. 구글에도 별을 찍어두길 망정이지 큰 일날뻔 했다.

몇 년전 왔을 때 아주 마음에 들었던 식당을 찾아간다. 두 번이나 갔었던 곳인데 사라졌다.

근처에 다른 식당으로 갔다. 팜 스토리 하우스.
커피 주문이 세밀하다. 그냥 드립커피가 아니라 로스팅 정도까지 고르게 되어 있다. 커피를 가는데 멀리서도 향이 정말 진하다. 빵 종류를 시킬걸 괜히 팟타이를 시켰다. 팟타이가 맛있긴 하지만 커피 향에 방해가 된다. 언제 다시 와서 토스트 종류와 커피를 마셔야겠다.

IMG_3605.jpg?type=w773 팟타이 60밧, 커피 80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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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가 철이 아니란다. 망고스틴도 들어가는 중이라고 한다. 지금은 수박과 사과와 감의 계절이란다. 세상에나.. 감이라니..

애플바나나라는 끌루아이남와가 맛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쏨팻시장으로 간다. 큰 시장은 아니지만 예전 여행에서 망고를 사먹은적 있다.
비싸긴 하지만 망고가 있다. 1키로에 150밧. 끌루아이남와는 일반 바나나의 반정도 크기인데 몽키바나나랑 비슷한 모양이다. 일반 바나나의 텁텁한 맛이 없다고 한다. 한 송이에 10밧, 33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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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이 175밧




쿤깨쥬스에서 망고+패션프룻+애플 쥬스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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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밧





지나가는 썽태우를 잡아서 숙소 근처 쁘라뚜 수안덕(서대문) 이름을 댄다. 구글 지도로 가는 길을 잘 보고 있다가 벨을 누른다. 내리면서 30밧을 낸다. 컵쿤카~

숙소 도착 후 너무 더워 수영을 하기로 한다.
수영장 물이 뜨겁다.

잠시 쉬다가 다시 나왔다.
숲속에 있는 것 같은 카페가 있다길래 책과 그림도구와 키보드, 우산까지 챙겨서 나왔다. 또 덥다. 지나가는 썽태우를 잡아 근처 쁘라뚜 치앙마이 이름을 댄다. 내릴때 컵쿤카~






Clay studio coffee in the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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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엔 좌석이 몇 개 없고, 실외는 모기에 물릴 것 같다. 그리고 덥다. 일단 그냥 나왔다.




릴라 타이 맛사지로 간다. 1시간 타이 맛사지 250밧이다. 예전엔 200밧이었는데 올랐다. 여긴 에어컨이 나온다. 오늘 에어컨 나오는 첫번째 공간이다.(아. 숙소엔 에어컨이 나온다. ^^) 다 끝나고 팁과 함께 컵쿤카~ (팁 포함 9000원 정도)


뭔가 쏟아질 것 같다. 근처 카페로 들어간다.
Thaan Aoan. 이번엔 밀크커피에 시럽 약간 75밧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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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팟타이가 커피향을 방해했기 때문에 이번엔 커피만 시킨다.




책 좀 보고, 블로그에 글 좀 쓰고, 저녁까지 여기에서 먹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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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o Ka Prao with pork 75 밧 + 물 10밧





속이 좀 이상한듯 하여 밥을 시켰다. 어제도 속이 이상하더니 오늘도 ... 어젠 긴장하고 이동해서인것 같고, 오늘은 방금 전에 마신 커피가 너무 진했던 것 같다.

해질 시간이 아닌데 비가 조금씩 오며 어두컴컴해진다. 어슬렁어슬렁 숙소로 돌아간다.

여행 2일째이지만 어제는 종일 이동이었으니 오늘이 여행 첫 날이다. 생각처럼 좋지 않다. 휴직이 결정되고 제일 처음 한 일이 치앙마이 항공권 예약이었다. 그만큼 떠나고 싶었고, 오래 머무르고 싶었다. 방학동안 숙소를 예약하고 카페를 검색하면서 참 좋았다. 그런데 실제로 휴직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여행에 시큰둥해졌다. 내 예상보다 피곤이 빨리 가시지 않았고, 가을은 아주 빠르게 다가왔다.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이다. 최근 몇 년동안 가을이 사라지는게 아닐까 걱정일정도로 가을이 짧았다. 9월 내내 더웠었다. 그런데 올해는 9월에 들어오자마자 가을 바람이 분다. 가을을 두고 무더운 여름나라로 오다니... 젊어서는 별로 더위를 타지 않았는데 벌써 갱년긴지 이젠 더우면 힘들어진다.

그와 영상통화를 하니 더 집에 가고 싶다. 확 항공권을 변경해버릴까(아마 변경수수료가 편도 항공권을 새로 사는 만큼 들 예정이다. 예약해둔 숙소도 지금은 환불이 안된다.) 하는 생각이 든다. 더워서인지 두드러기는 밤새 가렵고, 아까 마신 카페인때문에 잠은 안오고, 속은 안좋고, 베개는 너무 높고, 세제 냄새는 너무 심하고, 지나가는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총체적 난국이다.(그와 함께 있었을땐 바퀴벌레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그가 싫어하고 나는 한 두마리 같이 사는 것쯤이야~ 하는 마음이었다.)

여행 중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새벽 2시 넘도록 뒤척이다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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