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의 결
서둘러 기사를 보내고 광장으로 나선다.
사무실 식구는 아무도 없다.
오늘은 혼자 서야 한다.
말하지 않았지만 혼자 서는 게 사실 겁난다.
항상 서던 그곳에 서는 것인데도 혼자인 적은 없었다.
혼사 서서 푯말을 들고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사진도 남겨야 하니까 지나가는 시민을 붙잡아야 한다.
언제 누굴 잡아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나, 비장애인이 장애인 인권에 대한 푯말을 혼자 들고 있으면 사람들이 궁금해하려나.
혼자 서야 하는 걸 알았던 엊그제부터, 생각이 많았다.
푯말을 들고 나서는데 입구에 강현씨가 온다. 서울 집회에 안 갔단다.
혼자가 아닌 둘이다.
강현씨는 말이 없고, 내가 말 시켜주길 기다린다.
말이 많지 않아 가끔 부담되는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든든하다.
보통의 광장은 시끄러울 정도로 떠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삼삼오오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지만, 이건 익숙한 소리가 아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다섯 명이 지나간다.
네 명은 누군지 알겠다. 지역의 시의원.
광장에 선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우리가 그 시간에 거기서 집회한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앞만 보고 걷는다.
정면을 향해 걷는 로봇 같다.
시끄러운 웃음소리, 자기들 이야기도 멈추지 않는다.
그중 한 명이 슬쩍 보고 얼른 다시 고개를 돌린다.
시야가 확 트인 광장에서 우리 사이의 거리는 30미터,
눈앞에서 사라지기까지 3분.
한순간이라도 놓칠세라 눈도 깜빡이지 않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덕담을 주는 시민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데 시선이 자꾸 머문다.
눈에도 담았고, 카메라에도 담았다. 마음에 새겼다.
광장에 서야 하는 시간은 아직 40분이 더 남았다.
“안녕하세요” 가 목에 걸린다.
들킬까 봐 강현씨 모르게 몇 번이나 헛기침을 한다.
길은 많다. 몇 걸음이면 우리 눈에 띄지 않게 돌아갈 수 있다.
그들은 피하는 대신 알리는, 외면을 선택했다.
경희씨를 떠올렸다. 경희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겪어 냈을 상황이다.
집에 가서 밥 먹을 거라며 강현씨와 헤어졌다.
감정이 가라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