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국정 시스템을 향하여

by 김호진

한국에서 더 나은 민주정이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시 우리는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민주정은 시민이 시민을 통치하는 체제인데, 우리는 아직도 ‘좋은 왕’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나라는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큽니다. 이것이 동아시아 한자 유교문화권의 특징인지, 식민지와 독재를 경험한 역사 때문인지는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한국 사회에서 ‘국가’라는 개념이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정치 체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국회(國會)는 한자의 ‘나라 국(國)’ 자가 들어갑니다. 반면, 미국은 congress, 영국은 parliament라고 부릅니다. assembly라는 단어는 주로 지방 의회나 권한이 작은 의회를 가리킬 때 사용됩니다. 이는 한국에서 아직도 의회의 역할은 작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비교하면 프랑스는 반(半)대통령제이고 독일은 의원내각제이며 미국은 대통령제지만 의회의 권한이 강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국민’이라는 단어도 다시 보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국민’은 국가에 소속된 집단으로서 이해되는 경향이 강하고, ‘시민’은 개인적 권리와 책임을 강조하는 개념보다 도시에 사는 사람으로 더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민주정의 핵심은 ‘국민’이 아니라 ‘시민’의 역할 강화에 있습니다. 우리는 무의식 속에 개인보다 국가가, 그리고 국가를 대표하는 듯한 대통령이 더 중요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것을 좋고 나쁨으로 평가하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우리가 다른 정치체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즉 민주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의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민주주의란 무엇입니까? 번역된 단어만 보면 민주주의(民主主義)는 하나의 사상이나 이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 단어 democracy를 직역하면 ‘민주정(民主政)’, 즉 하나의 정치 체제입니다. 즉 demos 민중이, kratos 통치하는 체제를 의미합니다. 왕이나 귀족이 아니라 시민이 시민을 통치하는 정치 체제입니다.


그렇다면 시민은 누구를 통치하는가? 바로 자기 자신을 통치합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함께 읽을 자료 중 <어젠다K 2022>에서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더 나은 국정 시스템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바로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의회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했습니다. 이는 민주정으로 가야 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이러한 제안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제와 대통령 개인에 대한 강한 신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대통령이 잘못되었을 뿐, 다음에 괜찮은 사람이—혹은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대통령이 되면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 민주정이 아닙니다. 5년마다 왕을 새로 뽑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민주정은 시민이 시민을 통치하는 체제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뜻이 모이는 의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개인’보다 ‘국가’를, ‘의회’보다 ‘대통령’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민주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제 개인과 의회의 역할을 더욱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의회가 비상계엄을 해제한 결정적인 순간을 기억합니다. 앞으로도 의회는 각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말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우리 시민에게는 단지 대통령을 몰아내는 것 이상의 목표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을 몰아낸 자리에 다시 새로운 대통령을 앉히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문제는 계속 반복되었고, 상황은 더 악화되었습니다. 이제는 왕의 자리에 대통령이 아니라 시민이 앉아야 합니다. 즉, 이제 시민들이 시민을 통치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대통령 한 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뜻으로 나라의 일을 결정하는 의회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즉 민주정입니다.


이제는 대통령에게 기대는 정치를 넘어, 시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민주정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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