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 고전인가

by 김호진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시대라고들 말합니다. 선거 제도는 불신을 사고, 정치인은 신뢰를 잃어가며, 시민들은 점점 피로해집니다. 하지만 인류는 이미 2,000년 넘게 정치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민하고 답을 찾아왔습니다. 그 고민과 지혜가 바로 정치 고전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정치를 고전 없이 이해한다는 건, 교과서를 보지 않고 시험을 준비하는 것과 같고, 전공 서적도 읽지 않고 전문직 자격증을 따려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물론 책 속 지혜에만 머물러 현실을 놓쳐서는 안 되지만, 정치를 하려는 누구에게나 고전은 꼭 필요한 기초 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치학 전공자도 아니고, 정당이나 시민단체, 공직에서 경험을 쌓아온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고전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실제 정치의 장에 있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되기를, 저와 같은 입문자들에게는 색다른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 생각의 배경에는 정치 커뮤니티 폴티를 통한 소중한 배움도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치 고전으로 보는 인류의 여정


정치 고전들은 특정 시대의 문제를 담으면서도, 오늘 우리의 고민과 직접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 인간은 “말하는 존재”를 넘어 “정치하는 동물”이라 규정합니다. 부족에서 도시, 국가로 이어지는 정치의 시작을 보여줍니다.

• 플라톤, 『국가론』 —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 마키아벨리, 『군주론』 — 권력 유지에는 도덕보다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운명을 냉정히 직시하라는 메시지입니다.

• 홉스, 『리바이어던』 — 무정부적 혼란을 극복하려면 절대적 권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 로크, 『정부론』 — 권력은 시민의 동의 위에 세워져야 하며, 합의가 군주의 자의성을 제한합니다.

• 루소, 『사회계약론』 — 진정한 정당성은 인민의 일반의지에 있다는 선언. 오늘날까지 급진적 울림을 줍니다.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설계도를 제시했습니다.

• 해밀턴·매디슨, 『연방주의자 논설』 — 독립혁명 이후, 새로운 질서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한 미국의 고민이 담겼습니다.

• 밀, 『자유론』 —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고, 어디서부터 제한될 수 있을까요? 근대 자유주의의 고전입니다.

•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 정치란 권력투쟁이지만 동시에 책임과 소명이라는 윤리를 요구합니다.



동양의 지혜와 앞으로의 공부


저는 논어, 손자병법, 불교 경전 같은 동양 고전에도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서양 정치사상사와 어떻게 이어 읽을 수 있을지 더 공부가 필요합니다.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동서양의 지혜를 함께 읽어낸다면, 훨씬 더 깊은 시각이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혹시 함께 읽을 만한 책이 있다면 꼭 추천 부탁드립니다.



정치 고전은 답을 직접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일깨웁니다.


오늘날의 혼란 속에서도 왜 정치하는가, 좋은 정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놓치지 않는다면, 그 출발점은 고전 읽기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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