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과 소명 — “선택받은 것이 아니라, 선택했다

악과 싸움, 그리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한 결단에 대하여

by 김호진

주술회전 1화와 2화를 보면,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가 ‘주술사로서의 길’을 선택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할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사람을 구하려는 것도, 대단한 사명감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단지 이 일을 자신이 아니면 안 될 것 같기 때문에, 그리고 이 일을 피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기 때문에 주술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 선택은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윤리적 자각이다.

그는 외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후회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책임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 순간, 주술은 전투 기술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된다.

그에게 악과 싸우는 일은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니라 ‘해야만 내가 나로 남을 수 있는 일’이 된다.


이 장면을 보며 여러 이야기가 떠올랐다.

해리 포터가 볼드모트와의 싸움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짊어지고 모험을 떠나는 순간,

예수가 인간의 고통 속으로 내려온 성육신,

사도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부름을 받은 순간

그리고 막스 베버가 말한 “소명으로서의 정치”까지.


이 모든 장면에는 공통된 한 가지 감정이 있다.

‘도망칠 수 없다는 자각’,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용기’.


이타도리는 누가 그를 선택했기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다.

그는 선택받은 존재가 아니라, 선택하는 존재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에게 명령을 남긴 게 아니라, 결단의 계기를 남겼다.

그는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게 아니라,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되려는 것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을 “신념과 책임 사이에서 싸우는 사람”이라 했다.

이타도리의 싸움도 다르지 않다.

신념의 불꽃과 책임의 무게 사이에서,

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악과 싸운다.

그 싸움이 언제나 승리로 끝나지는 않겠지만,

그는 “자신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자유롭다.


결국 이타도리의 각오는 주술사가 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후회 없는 소명으로 바꾸는 선택이다.



“악과 싸우는 일은 할아버지의 부탁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몫이었다.

그것을 외면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나는 선택받은 것이 아니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곧 나 자신이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성찬례를 더 깊이 알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