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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잇 Jan 20. 2022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읽히는 것 같은, 써지는 것 같은 순간이 좋다.

프로젝트는 자신을 위험 속으로 던지는 일이다. 성공 또는 실패. 쓸 말이 없는데 더 무엇을 써야 하나. 왜 나는 한 장을 채워야 하나. 의미 없는 소리라도 한 장을 채우면 그만인가. 출퇴근이 보람 있게 느껴졌다면 이렇게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지 않았겠지. 차라리 운동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요즘은 운동이든 무엇이든 다 인터넷에 올려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세상이다. 오늘도 출근해서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월급 때문에 못 그만둔다.


중국의 SF 작가 하오징팡은 일하고 자녀를 돌보고 남는 시간에도 힘을 내서 소설을 썼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쓰고 싶은 이야기는 없는데 책 한 권은 내고 싶다.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없는데 명성을 갖고 싶다. 일단 가만히 앉아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못 찾겠다 꾀꼬리. 책을 읽다가 인식이 확장되는 것 같은 순간이 좋다. 글을 쓰다가 뭔가 써지는 것 같은 순간이 좋다.


노트북으로 일기를 쓸 때는 비행기 모드를 해야지. 생각나지 않는 단어를 떠올리겠다고 검색을 하다 보면 집중력이 흩어지고 글 쓰는 재미가 떨어진다.


아이유 <드라마>의 가사가 참 좋다. 구글에 '아이유 드라마'라고 검색하니가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가 나온다.

주말에 <술꾼도시여자들>을 마지막 화까지 보았다. 주인공이 멋있다. 세 친구가 좌충우돌하며 당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다.

작년 12월에 <아케인>도 재밌게 봤다. 롤은 잘 모르지만, 징크스는 좋다. 게임은 한 번 만들면 계속 유지보수를 해야 한다. 공격력, 체력, 스킬 등 여러 가지 수치들을 계속 조정하고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사용자와 생산자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호머의 <일리아드>,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몇천 년, 몇백 년이 지나서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오늘의 게임이 몇십 년 후에도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고고학자들이 바빌론과 이집트의 문자를 해독하는 것처럼 미래에는 고전 게임을 다시 실행시키는 학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페토를 공식적으로 PC에서 즐길 방법이 없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을 더욱 풍성하게 연결해주는 데 의미가 있다. 가상현실을 이야기할 때마다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언급된다. 세상은 엄청나게 빨리 변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로켓에 올라타 무임승차를 하고 싶다. 어쩌면 이미 하고 있는 것일지도. 정말 말장난은 끝이 없다.


부동산을 살 수 없는 세대가 가상 자산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을까? 먹을 수도, 들어가 살 수도 없고 오직 자신을 차별화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어쩌면 부동산이야말로 차별화의 끝판왕이 아닌가 싶다. 글쓰기도 그렇고 책도 그렇다. 여러분, 제가 이런 글을 썼어요. 여러분, 제가 이런 책을 보았답니다.


시간, 공간, 인간 등 기본적인 개념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 좋다.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가 그렇다. 낯선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그동안 숨 쉬듯이 당연하게 여겨왔던 언어, 시간, 인생의 의미를 다시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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