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주제로 글을 쓴다. 커뮤니티에 참여해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매번 항상 지금 하는 일을 이야기한다. 원하지 않으면 안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가 하는 일을 이야기할 때 본인도 좋고, 함께 하는 사람도 대화가 좋다. 쉬는 중이라면 쉬는 중이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왜, 얼마나, 어떻게 쉬는지도 흥미로운 이야기 주제가 된다. 아무튼 이번에는 일을 주제로 글을 쓴다. 일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키워드를 모았고 투표를 통해 ‘출입증’이 선택됐다.
지금은 임시 출입증을 사용하고 있다. 고객사에서 출입할 때 사용하라고 나누어주었다. 다른 사람과 바꿔 사용하면 안 된다. 보안 규칙에 위배된다. 출입증에는 ‘임시’라고 적혀있다. 고객사 정직원의 출입증에는 뭐라고 적혀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13개월 정도 하는 프로젝트다. ‘임시’ 전에는 ‘방문'이라고 받았다.
6개월 정도 되는 프로젝트에서는 출입증을 받는 데 보름 정도 걸렸다. 기다리는 동안 둘이 같이 써야 했다. 둘 사이 테이블에 놓고 화장실에 가거나 잠시 필요한 사람이 사용하고 다시 올려놓았다.
고객사 본사 근처에서 했던 프로젝트에서는 카페에서 출입증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고객사 직원이 아니어서 우물쭈물했다가 그래 뭐 어떠냐는 생각으로 할인받았다.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정직원 출입증이 파란색, 협력사는 연두색이었다. 보안 데스크를 지나갈 때마다 연두색을 보다 열심히 확인하는 것 같았다.
본사에서도 출입증을 만들었었다. 원래 지문 인식을 통해 사무실 출입을 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이 되면서 접촉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문 인식 버튼에 손을 대지 않기 위해서 플라스틱 표찰을 나누어주었다. 몇 번 사용하다가 프로젝트에 투입하면서 반납했다. 1년 정도 지나 프로젝트 철수를 했더니 표찰은 사라졌다. 다시 예전처럼 지문을 찍어 사무실을 출입한다.
오랜만에 대학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을 만났더니 출입증에 사진이 있다. 팔짱을 낀 자세로 살짝 비스듬하게 돌아 정면을 보는 사진이다. 점심시간에 종종 돌아다니다 볼 수 있는 표찰이다. 큰 회사에서는 표찰도 멋있게 만들어 준다.
출입증 이야기는 아니지만 병사로 군에 복무할 때는 군복에 명찰을 박았다. 옷에 이름 석 자가 박혀있다. 한 번은 우리 사무실에서 처음 보는 간부가 내 얼굴을 보면서 이름을 불렀다. 어떻게 알았지, 순간 당황했다. 그동안 몰랐지만, 옷에 이름이 달려있었다. 이름 달린 옷을 입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중학교에서는 이름표에 학년별로 색깔을 두었다. 입학할 당시에는 연두색으로 받았다. 2학년은 파란색, 3학년은 노란색이었다. 해가 바뀌면 신입생이 다시 노란색 표찰을 받는다.
출입증 하면 명함을 빼먹을 수 없다. 요즘은 명함 대신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 명함 관리 어플이 없었으면 명함을 주고받고 챙기지 않았을 것 같다. 명함 관리 어플이라도 있어서 서로 명함을 챙겨 주고받는다.
예전에는 퇴근하면 표찰을 먼저 벗어서 가방 주머니에 넣었다. 출퇴근할 때 깜빡하면 곤란하기 때문에 가방 주머니에 넣는다. 바지나 외투 주머니에 넣으면 잊어먹을 확률이 높다. 요즘은 귀찮아서 집에 올 때까지 계속하고 있는다. 방에 도착하면 잊어버리지 않게 지갑과 핸드폰 옆에 잘 둔다. 가방 주머니에 넣었다 꺼내는 것도 귀찮아진 것이다. 어차피 목도리와 겨울 외투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한 번은 저녁 모임에서 상대가 이야기해 줘서 '아차'하고 벗은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