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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Nov 15. 2022

너도 여행 가고 싶니?_파리에서 만난 사기꾼

2. 파리에서 만난 사기꾼

2. 파리에서 만난 사기꾼


 여행이라고 설레고 마냥 즐거운 일들만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지치기도 하고 좋지 않은 일들도 있다. 늘 즐겁고 재미있는 일만 있다면 여행이라고 볼 수 없다. 즐거움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존재해야 여행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이 지속되면 그것이 행복인 줄 모르는 것과 같이 때로는 어려운 움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에 익숙해지면 무뎌질 수 있기에 중간중간 약간의 사고 아닌 사고는 필연적일지도 모르겠다.


 2016년 파리 여행 중에 발생한 일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여행 가기 전에 파리에 사기꾼과 강매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고 익히 들어서 최대한 경계를 하며 여행을 했고 그 어떤 강요를 받지 않으며 무탈하게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약간 방심한 사이에 일이 벌어졌다.


 어디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목이 너무 말라서 옆에 있는 아저씨에게 여기 마트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다. 생각해 보니 지도에서 검색해보면 되는데 어쩌면 나는 혼자 여행에 지쳐 누군가와 짧게라도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아저씨는 고맙게도 자기를 따라오라며 마트가 어디에 있는지 데려다준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시간을 물었다. 그 아저씨도 휴대폰이 있었는데 왜 내게 물어봤는지 모르겠다. 아마 경계심을 허물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이상하게도 내 휴대폰과 그 사람 휴대폰 시간이 달랐다. 그래서 이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고 한국에서 왔다고 했을 때 한국의 여러 도시 이름을 나에게 말했다. 서울, 안산, 인천. 그리고 친구들 몇 명이 한국에 살고 있다고 했다.


 만약에 서울만 말했더라면 약간 사기꾼인가 의심이라도 해봤을 텐데, 안산과 인천까지 얘기해서 사기꾼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기꾼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냥 그 당시엔 그 사람이 말하는 게 맞았고 친히 나를 마트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으니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트를 가는 길에 그 동네를 설명해주었다. 물론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러니 여행객에게 호의를 베푸는 착한 역사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리고 나는 너무 목이 말라서 마트가 어디에 있냐고 물었는데, 근처 카페 가서 커피 마시면서 자기가 한국인 친구에게 쓴 편지를 한국어로 번역 좀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기 때문에 알겠다고 하고 같이 카페를 같다. 여기서 무언가 잘못됨을 감지했어야 했는데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나에게 호의를 배 푼사람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아서 밖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고 오겠다고 하고 그 아저씨는 갔다. 그리고 가서 물과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도대체 왜 그 아저씨는 티라미수를 주문했을까? 나는 티라미수 먹고 싶지는 않았는데. 아무튼 주문을 마치고 와서 내게 14유로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큰 의심 없이 14유로를 주고 기다렸다. 티라미수가 별로 먹고 싶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파리에 있는 카페에서 그것도 테라스에 앉아서 티라미수를 먹을 생각에 그 어떤 의심을 하지 못 했던 거 같다. 그리고 맛있는 티라미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애써 무시했고 10분을 기다리고 2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자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당했다는 것을. 황당함에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서 스태프와 숙소에 있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며 대충 털어버렸다. 


 14 유로면 그렇게 큰돈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환율로 계산해 보자면 2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생각해보니 여행객에겐 좀 큰돈이다. 여행객이 아니어도 큰돈이다. 당시 14 유로면 적당히 한 끼를 먹을 수 있었고 당시 유로 2016이었기에 빅맥을 3개를 먹어도 돈이 남았으며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셔도 5잔은 마실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그리고 당시 유리아쥬 립밤이 굉장히 유행이었는데 무려 3개나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큰돈이 맞다. 


 이 사건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사기 아닌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도 팔찌 강매를 당하지 않았는데 정말 황당하게 당했다. 이후로는 그 어떤 사기에도 당하지 않았다. 나는 이 맛에 여행을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돈을 잃었지만 6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다. 그때 내가 보고 있던 거리와 그 아저씨의 모습 그리고 사기를 당하기까지의 과정.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걸 추억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추억 아닌 추억이다.  


 굳이 돈을 잃는 일이 아니더라도 버스를 반대로 탔거나 막차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버스를 타지 못하고 숙소까지 걸어가거나, 기대에 비해 별로인 관광지라든지 여행하면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여행은 늘 좋은 일들만 가득할 수는 없다. 대부분 좋은 일들이 가득하지만 그 와중에 별거 아닌 일이 내 여행을 망치곤 한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그 사소한 것들로 내 여행이 틀어진 거 같지만 덕분에 내 여행이 더 풍성해진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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