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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Dec 02. 2022

코리아 바리스타 챔피언쉽(KBC) 심사위원 후기

  좋은 기회가 생겨서 카페쇼에서 열린 코리아 바리스타 챔피언쉽(KBC) 센서리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겠는가,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원래부터 내가 심사위원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심사를 했다. 


 누군가를 심사한다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자리다. 동시에 무책임한 자리다. 특히나 맛을 보는 것에 있어서 내가 그렇게 맛을 느꼈다고 하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정말로 무책임한 심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에 비하면 책임감은 크게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건 확실하다. 내가 주는 점수로 인해 선수의 삶의 방향이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적어도 그 하루의 기분을 좌우할 수 있으며 대회를 준비한 기간을 어떻게 정의할지도 내 심사에 포함이 되어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것이다. 누군가는 심사를 해야 하고 필요한 자리니까. 그리고 선수들도 그렇게까지 생각은 안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그런 의미로 심사하는 자리가 부담스러우며 불편하다.


 좋은 경험은 맞다. 누군가에게는 좌절의 순간일 수도 있고 기쁨의 순간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확실하게 좋은 경험이었으며 얻어가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러한 생각이 든 순간부터 내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각자의 필요에 의해 각자의 자리에 서 있는 거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잃었을 때 나는 얻었으니까. 이런 게 좀 불편했다. 그래서 수상을 하는 시간이 굉장히 불편했다.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고 그 누구보다 먼저 자리에서 벗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사진 찍기 바빴고 우승한 선수들과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불편했다.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해 굉장히 불편했다. 


 그런데 시연을 마치고 난 선수들을 보면 하나같이 후련하다는 말을 하며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아쉬워하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연이 끝이 나면 활짝 웃으며 후련하다고들 했다. 그들이 후련한데 나는 왜 후련하지 못한 것일까. 그들이 최선을 다해 시연을 했고 나 또한 그 최선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심사를 했는데 말이다. 서로가 최선을 다 했음에도 남는 감정은 다른 게 신기하다. 앞에서 얘기한 이기적으로 나만 무언가를 얻어간다는 것, 선수 또한 얻어가는 것이 있을 테다.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인데 선수는 능동적이지만 심사위원은 수동적이다. 


 또 기회가 온다면 심사위원으로 대회를 참가할 거 같다. 물론 선수로써의 기회가 온다면 또한 참가할 것이다. 아마 나는 또다시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면 지금과 같은 불편함을 느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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