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나는 현재로선 직장을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 벗어나지 못하고 매일 살아내다 보니 어느덧 내년이면 10년 차 직장인이 된다. 월급의 편안함에 안주하여 요즘 소위 말하는 ‘N잡러’가 되진 못했는데 이젠 월급도 안정성이 무너지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및 기업 경제와 AI의 발전으로 내로라하는 큰 기업들도 휘청거리고 유망하던 직종은 계륵 같은 존재로 추락하고 있다. 기대수명까지 산다면 앞으로 족히 50년 이상은 남았는데 앞으로 뭘로 돈벌이해야 끝까지 살아남을지 겁도 나고 막막하기도 하다.
직장은 내게 돈벌이 말고도 소속감의 수단이기도 하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가장 빠르고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였다. 정확하진 않아도 그 사람의 전공을 유추하고 어느 분야가 적성인지 대략 알기 좋았다. 그리고 ‘남들처럼’ 어딘가에 속해서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는 편안함을 느끼게도 해줬다. 어느 날 SNS를 보다가 ‘월급의 위험성’이란 짧은 영상을 보게 됐다. 정확히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안락함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지다가 불안감이 슬슬 올라왔다. 내가 믿고 있는 전부가 한 번에 뒤바뀌어, 첫 산책을 하는 강아지처럼 낯선 환경에 놓인 기분이었다. 그럼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약 3년 전 ‘비트코인’이 엄청나게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코인의 원리나 투자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남들이 하니까 그 판에 들어갔다가 운 좋게 돈을 따기도 할 정도로 흥하던 시기였다. 전 세계가 누가 주최자인지도 모르는 도박판에서 허우적거리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허우적대봤다. 그러다 물만 잔뜩 먹고 겨우 나왔지만. 그때 이후론 코인이나 주식 같은 투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살았는데 주변을 보면 다들 가지고 있는 주식 하나쯤은 있는 듯했다. 나만 아무것도 모르고 월급만 받고 살았구나, 돈을 굴리지도 쓰지도 못하고 사는 중이었구나 하는 허무함과 부러움이 밀려왔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투자 공부는 시작해보려고 한다.
너도나도 유튜브를 찍고 인스타 릴스를 만들어 올리는 시대다. 콘텐츠는 끊임없이 나오는데 어쩜 다들 그렇게 창의력이 대단한지. 여기저기 돈 벌 수단은 널렸는데 주워 먹지 못하는 내가 바보인 걸까, 그들이 대단한 걸까 헷갈린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해야만 한다고 말하는데 그저 스크롤을 넘겨버리는 나. 도태되진 않을지 노력도 안 해보고 겁부터 먹고 있으니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