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by 카이기경

픽사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만을 이용해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제작한 회사이며, 토이스토리의 속편뿐 아니라 이후 출시하는 대부분의 장편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성공시킨 회사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스토리 구성과 각 캐릭터의 역할 설정 그리고 각 캐릭터가 감정을 가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느낌이 들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모든 작업에 극한의 창의성이 요구된다. 픽사는 이러한 작업을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만들어 내는 역사적인 혁신을 이뤄냈으며, 그 혁신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차기, 차차기 작품에까지 이어졌다.

픽사는 어떻게 이런 위대한 업적을 지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을까? 픽사-디즈니 애니메이션의 CEO Ed. Catmull은 자신의 저서에서 픽사의 직원들은 세계최초의 장편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제작부터 같은 신념을 공유했다고 한다. 그 신념은 픽사의 직원 자신들이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관객들은 자연스레 그 애니메이션을 보리라는 것이었다. 전 직원이 같은 신념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큰 힘을 발휘했다. 픽사의 모든 직원은 자신들이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라인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캐릭터의 이름이 그 캐릭터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결말이 너무 뻔하다는 등의 느낌이 들면 그러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만약 모든 직원이 같은 신념을 가지지 않았다면, 자신의 마음에 100% 들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 생각하면 작품을 시장에 내놓는 데 동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픽사의 직원들은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시작부터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어야 작업을 끝냈다.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이 좋고 결점이 없다고 해도, 매번 번뜩이는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 드라마만 보아도 매년 여러 개의 방송국에서 수많은 드라마를 생산하지만, 각각의 전개방식은 대부분 비슷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매 작품이 창조와 혁신을 거듭하는 느낌이다. 그 창조적인 역량의 중심에는 ‘브레인트러스트’가 있었다. 브레인트러스트는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 관여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작품의 초안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릴’을 함께 감상한 후,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픽사의 내부 자문 조직이다. 이 조직의 태동기에는 오직 5명의 픽사 경영진만이 그 구성원이었지만, 이제는 어느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브레인트러스트에 합류에 스토리릴을 보고 그에 대한 건설적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 여기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이기 때문에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은 찾아내지 못하는 결점이나 개선점을 찾아낼 기회들이 있다.


이 조직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스토리릴에서 문제가 보이면 그 문제를 사람과 연계시키지 않고 문제 자체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문제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그 작품을 지휘하는 감독조차도 자신이 만든 작품에 비판적인 견해를 낼 수 있게 된다. 창조적인 조직문화는 어쩌면 조직원들이 자유롭게 비판적인 견해를 펼칠 수 있는 분위기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직원들의 시각에서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그것을 지적하고 건설적인 방안을 논의할 수 있어야만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직장에서 힘이 강한 몇몇 사람만의 의견이 반영되어 결국 그 결과물은 비슷한 형태가 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내의 경영진이나 힘을 가진 기득권 계층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을 자신들도 모르게 방해하고 만다.


Ed. Catmull은 그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고자, 픽사에 개인적인 자금을 가장 많이 투자했던 스티브 잡스가 브레인트러스트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었다. 만약 스티브 잡스처럼 카리스마와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브레인트러스트처럼 다양한 비판적 견해와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자리에 참석한다면 아무리 간이 큰 직원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아무리 다양한 인종, 국적, 종교, 전공, 직무의 사람들을 섞어 창조적인 조직문화를 만들려 노력해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특정한 집단 혹은 사람이나 특정한 직급에 있는 사람들뿐이라면, 다양성 증진 노력의 결과는 ‘다양한 사람들의 조직적 획일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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