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7일의 날며에게
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한다.
만약, 지금의 내가 9년 전의 나에게
딱 3 가지의 사실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정말 믿기 힘들겠지만,
네가 평소에 하던 상상이 이루어졌어!
2025년 8월 7일의 내가,
2016년 8월 7일의 너에게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었거든.
딱 세 가지만 말할 수 있으니까.
제발,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줘.
꼭.
-하나-
네가 매년 기대하고 또 실망할까 봐
미리 이야기하는 건데.
미안하지만,
사실, 너 9년 후에도 분가 못 했어.
지금도 시부모님, 도련님과 함께 살고 있다는 뜻이지.
그 사이에 친구들은 집을 사고,
아파트로 이사 가고,
자기 취향대로 주방도 꾸미고
소파에 누워서 밀린 드라마도 볼 거야.
그걸 지켜보며
너는 부러워하고,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닐까’ 불안해하고,
혹시 뭘 잘못 살았나 되짚어볼 거 같은데.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
너는 너의 속도로
충분히 잘 가고 있어.
그러니까 힘들면 울어도 되는데.
자책은 하지 마.
충분히 대단하니까.
이유가 궁금하지?
놀라지 마!
너 회사에서 본부장이 돼.
진짜야!!
-둘-
지금 너, 취업 안 되어서 걱정하고 있지?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고,
해 놓은 것도 없는 것 같아서 두렵지?
단돈 현금 5천 원도 없는 현실에 속상하지?
하지만, 그 시기만 그래.
곧, 너는 한 회사에 들어가게 될 건데.
그곳에서 무려 9년을 일하게 돼.
처음엔 사원으로 시작하지만
차근차근,
주임이 되고, 대리가 되고,
팀장을 지나
본부장이 돼.
네 이름 세 글자로 만들어진 팀이 생길 거고,
무엇보다 너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될 거야.
지금 당장은 너무 깜깜해서
자신 없고 무섭겠지만.
괜찮아.
곧 조금만 기다리면
곧 네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될 거야.
거기서 너는 9년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을 거고.
인정받을 거야.
-셋-
마지막으로, 네 남편 말인데.
아직도 버스 운전하고 있어.
여름이면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르고,
겨울이면 숨만 쉬어도 입김이 나오고,
언 손으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일이지.
가끔은 못된 승객이
‘네가 그러니까 그런 일을 하지!’ 말하며
자존심을 뭉개기도 하고,
연차도 거의 없어서
여행 한 번 가려면
몇 달을 미리 준비해야 할 거야.
그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면,
다투게 되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날도 생기겠지.
그런데 난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너 결혼 정말 잘했어.
너의 남편은 묵묵하게 가족을 지키는 사람이야.
긍정적이고,
네가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네 일을 응원해.
그러니까 언젠가
남들이 다 가진 걸
너만 못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오거나,
혼자만 뒤처지는 것 같아서
갑자기 겁이 날 때는
꼭 이 편지를 다시 봤으면 좋겠어.
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충분히 멋지고,
빛나고.
누군가의 전부야.
여전히 말이야.
PS:
참, 이 말 꼭 해주고 싶은데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건
2016년의 너였어.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변한 게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네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어.
2016년의 너에게,
진심으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