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회사 때려치워, 내가 도와줄게,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봐”
11년 전 일이다.
생활을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니, 일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어차피 평생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남편이 좋아하는 행복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나이 아직 스물일곱이고,
우리 나이에 누군가 가졌으면 얼마나 가졌겠어.
잠시 쉬어간다고 많이 뒤처지지 않으니까 꿈이 뭔지 생각해 봐.
네가 공부하는 동안 내가 회사에서 더 열심히 일 할게. 네가 꿈을 이룰 수 있게 내가 도와줄게
아이가 어리고 나날이 커가는 상황에서 쉬어가는 결정을 하기란 나도 남편도 쉽지 않았다.
더구나 내가 모르는 가장의 무게를 가진 남편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오랜 고민과 설득 끝에, 남편은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정장대신 운동화와 후드 티를 입고, 서류가방 대신 백 팩을 매고.
우리 둘이 서로 의논해서 결정하면 다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를 힘들게 했던, 어른들과 주위의 시선들.
꼭 우리 남편이 아들과 마누라도 있는데 철없이 집에서 노는 백수처럼 보았고,
‘가장이 일을 해야지’라는 말과 싸우기는 그도 나도 힘들었다.
남편은 차와 운전을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원했던 것은 ‘ 운전직 공무원’
드라마였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하는 아름다운 결말이 쓰였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고, 곧장 일터로 돌아갔다.
시험에 떨어졌으니 그 1년간의 고생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처럼 주위 사람들은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가 없어도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 인지고 민하고 노력해 볼 기회를 갖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남편은 그 모든 상황 속에서 기회를 가졌고, 열심히 노력했다. 우리가 일찍 결혼해 버려서 진로에 대해 꿈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할 만한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참 다행이다
어떤 시선을 받아써 건, 어떤 결과가 생겼 건, 그에게 그런 기회를 준 것을 정말 1%로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방어해주지 못한 것,
조금 더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할 능력이 안 되었던 것,
더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하지 못한 것,
이따금 힘들 때마다 짜증을 부린 것,
공부하기에도 벅찰 텐데 남편의 자리,
아빠의 자리를 항상 비워두고 채워주길 기다린 것,
그것이 미안하다.
남편은 잠들고, 나는 깨어있는 이런 밤 나는 그에게 미안하다
결국 다시 한번 도전 못하고, 힘 없이 그를 직장으로 돌아가게 한 것은 내가 아닐까. 그리고 고맙다.
덧붙여, 나는 이것이 아직 우리의 결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드라마와는 다르지만, 우리가 그 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결말을 쓰고 있는 중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아직 날고 있는 중이니까.
날며의 결혼일기 中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