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이렇게 해본 적은 없지만!
난 가끔 그의 면전에 이렇게 쏘아붙이고 싶다.
네가 판사야?
그렇게 공정 공정 따질 거면
판사를 하지 그랬어?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본 일은 없지만, 이미 속마음 속에서는 삿대질 여러 번 했다.
남편과 일상적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분이 상할 때가 종종 있다.
나는 그저 오늘 하루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와 있었던 사건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인데.
이 사람은 꼭 상대 의뢰인의 변호사라도 된 듯 핏줄 세워 변호를 하고는 나를 가해자로 판결 내 버린다.
아니, 내 감정은 1%도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른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그렇게 잘 헤아리는지 난 매 번 놀라울 뿐이다.
심지어, 내가 그때마다 기분 나쁜 티를 충분히 내고 있는대도 이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럴 때 보면, 이렇게 눈치가 없는데 이 남자 사회생활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심히 걱정된다.
한 번은 너무 열이 받아서 똑같이 되돌려주었다.
그 당시 남편이 인사 교육을 기획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상사 중에 폰트나 띄어쓰기 맞춤법으로 시달리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원래의 나라면 그의 푸념을 듣고 이렇게 답했다.
“아 진짜~? 뭐 그런 인간이 다 있어?! 폰트를 지정해 주던가,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
이게 정석 아닌가?
시시비비는 중요한 게 아니다.
힘든 마음을 알아주기만 하면 풀리는 건데.
그런데 그날은 나도 벼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아 진짜?! 그럴만하지, 난 그분 100% 이해가 되는데?! 맞춤법과 폰트 크기 띄어쓰기는 기본 중에 기본 아닌가?! 상사가 하라면 해야지. 기본도 못 지키는 사람이 무슨 기획을 하겠어?!”
그랬더니 이 남자 당황해서는 그 상사의 또 다른 나쁜 점들을 열거하기 시작한다.
“아니 나만 그런 게 아니고 폰트모양도 항상 지 기분에 따라 바뀌고, 점심시간에도 어쩌고저쩌고”
“그니까 글의 성격에 따라 폰트를 맞춰야지
여보 그러면 사회생활을 어떻게 해?!
그동안 보고서마다 어떤 것을 요구하셨는지
제대로 확인도 안 해 본거야?! (깊은 한숨)
아, 여보가 우리 회사 다녔으면,,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도리도리)
여보는 맨날 혼났을걸?! 아,
이미 퇴사했을지도 모르겠다”
당황해서 어버버 하는 남편을 보며 속으로 너무 고소했다.
결국 그는 혼자 서운해서 삐쳤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통쾌한 기분이다.
어때?! 너도 똑같이 당해보니까 기분 별로지?!
나도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말할 줄 안다고,
하지만 그래도 널 위해서 네 편을 들어주는 거야.
그래야 오늘 회사에서 치이고 힘들었던 하루를 그나마 위로받을 수 있을 테니까
진짜 좀 잘하자?
날며의 결혼일기 中-네가 판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