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6개월이 되던 날, 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회사로 향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뉴스에서 들리는 말들이 너무 무서운데… 아이가 말이라도 할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까 나는 오늘을 기다렸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는 그 순간을.
그런데, 아이가 처음 내뱉은 말은…
“엄마, 왜 늦게 와?
엄마 빨리 와. 나 혼자 놀기 싫어.”
나는 왜 미처 상상하지 못했을까.
아이가 말해주길 바란 건
‘선생님이 혼냈어’ 같은 말이었는데. 그 말이 이런 말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나는, 두 주먹 불끈 쥐고 ‘내 꿈을 위해 해보자’며 돌아섰다.
그런데 아이의 한마디가 내 발걸음을 계속 붙잡는다. 유치원 앞에서 서성이게 한다.
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은
아이가 나를 기다리는 시간.
내가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아이와 멀어지려는 뒷걸음.
나는 손짓한다. “어서 들어가.”
아이는 손짓한다. “어서 돌아와.”
내가 하는 말은
왜 이렇게 잘 꾸며진 변명 같을까.
2025년 9월 9일, 다시 보는 일기
아주 오래된 일기다.
그 때 당시 난,
경력단절의 벽을 뚫은.
그러니까 정말 간절하게 취업한
스물 아홉의 엄마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도,
내가 돈을 많이 벌면,
사회에서 인정받으면,
아이도 나도 모든 게 좋아질거라 믿었다.
그렇게 울며 달려드는 아이를
애써 매정하게 몰아세우고
나는 회사로 향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9년이 흘렀다.
지금 첫 째 아이는 열 세 살.
그리고 내 나이는 서른 여덟.
회사에서의 나는 본부장.
어쩌면.
원하는대로 이룬 것 같지만.
진짜 단순하고 쉬운,
오늘은 정말 일찍올게라는 약속을
10년 넘게 지키지 못했다.
그때 어린이집에 다시 돌아가,
우는 아이를 붙잡고 다시 안아줬더라면,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지금 모니터를 보고 있는 내 표정은
아니지 않았을까.
물론,
오늘 그리고 지금 내가 너무 피곤할 뿐.
나는 행복하고.
아이와의 사이도 좋고,
모든 게 평안하지만.
때때로
정말 중요한 때,
엄마가 필요했을 때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엄마가 본부장이어도.
아이에게 좋을 건 무엇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면,
그 때 유치원 앞에서 돌아선 내가 떠오르곤 한다.
다시 돌아갔다면,
그리고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날며의 결혼일기- 유치원 앞에서 서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