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는 계절로 들어서는 첫 숟가락이라는 느낌
크리스마스 샐러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 이 그릇은 날짜에 크게 관심이 없다. 다만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초록을 찾고, 달콤함과 산뜻함을 동시에 원한다. 한 해 동안 묵직해진 마음을 잠시 가볍게 하고 싶어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봄 채소는 굳이 하나하나 부르지 않아도 된다. 루꼴라든 시금치든 상추든, 이 그릇 안에 들어오면 모두 같은 초록이 된다. 사람도 비슷하다. 각자의 이름과 사정을 잠시 내려놓고 나란히 서면,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샐러드는 그런 걸 말없이 보여준다.
귤이나 오렌지는 겨울이 여기에 있다는 신호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단맛. 석류 씨는 작은 장면들 같다. 숟가락에 얹힐 때마다 톡 하고 터지며 존재를 알린다. 크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남는 기억처럼. 말린 크랜베리로 바꿔도 괜찮은 이유는, 인생의 많은 순간들이 그렇듯 꼭 같은 모양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페타 치즈는 일부러 으깬다. 반듯할 필요는 없다. 조금 부서진 채로 있을 때 오히려 다른 재료들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 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치즈가 대신해준다.
설탕에 절인 피칸은 달콤해졌지만, 여전히 단단하다. 쓰고 거칠기만 했다면 눈에 띄었을 것이고, 너무 달기만 했다면 금방 질렸을 것이다. 그 중간 어디쯤이, 함께하기에 가장 좋다.
드레싱은 이 샐러드의 마음이다. 올리브 오일의 묵직함, 꿀의 온기, 머스터드의 살짝 날 선 맛, 사과 식초의 산뜻함, 샬롯의 잔잔한 향. 서로 다른 성격들이지만, 힘주지 않고 휘저으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관계도, 삶도 대체로 그렇다. 애쓰지 않을 때 오히려 잘 섞인다.
이 샐러드는 미리 만들어 두지 않는다. 버무리는 순간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조금 늦으면 숨이 죽고, 미루면 맛이 달라진다. 지금 먹고 싶은 마음은 지금 꺼내는 게 맞다.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괜찮고, 꼭 여럿이 아니어도 괜찮다. 이 샐러드는 축하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사실을, 조용히 씹어 보게 할 뿐이다. 그 정도면, 식탁 위에서는 충분하다.
요리초보도 헤드셰프가 되는 세상에서 제일 만들기 쉽고 맛있는 크리스마스 샐러드 만들기.
(Christmas Salad)
준비시간 15분, 조리시간 1분, 2인기준
● 재료
• 믹스 봄 채소 14컵 (루꼴라, 샐러드용 시금치, 봄동, 상추 등등)
• 귤 또는 오렌지 조각 2.5컵
• 석류 씨 1컵 (말린 크랜베리로 대체 가능)
• 페타 치즈 1컵 (으깬 것)
• 설탕에 절인 피칸 1컵 (대충 다진 것)
○드레싱 재료
• 올리브 오일 80ml
• 꿀 2큰술
• 디종 머스터드 4작은술
• 사과 식초 4큰술
• 다진 샬롯 2큰술
• 소금과 후추 (기호에 따라)
■ 만들기
• 1단계
큰 그릇에 믹스 채소, 오렌지, 석류 씨, 페타 치즈, 피칸을 담습니다. 드레싱 재료를 모두 작은 그릇에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휘젓습니다.
• 2단계
샐러드에 드레싱을 취향에 맞게 뿌린 후 살살 버무려준 후, 바로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