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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운빨 터진 초짜 셰프의 호텔입성기"

by 호주아재

2008년 2월이 되고 본격적으로 Advanced Diploma of Hotel Management with Commercial Cookery 과정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중국, 인도, 대만, 일본, 태국, 한국(한국인 학생은 진 언니와 나, 단 두 명뿐이었다)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어림잡아 120여 명이나 되었고, 4개 반으로 나뉘어 수업이 진행되었다.
문제는 한국에서 나의 전공이 법학과 행정학이었다는 것.
요리와는 거리가 한참 먼 전공에서 뜬금없이 칼을 쥐고 채소를 다듬고, 생고기를 만지라고? 더군다나 나는 라면만 끓이고, 삼겹살만 구울 줄 아는 요리 똥손인데?…

첫날부터 내 정신줄은 동아줄 하나에 간신히 의지하고 있었다. 당연했지만, 수업은 전부 영어로 진행됐고, 속도는 KTX 열차 수준.....
나는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그동안 공부하며 잘 들리던 영어는 뭐였지?" "이게 무슨 말이야?"라는 질문만 100번쯤 하고 있었다.

전문교육 과정이다 보니 이론과 실습, 과제물, 그리고 현장 실습까지 정신없이 돌아갔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혼돈의 카오스"

학교의 교육 목표는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취업 후 영주권 취득까지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업 시작 일주일 만에 바로 실습 교육이 진행되었고, 그 과정은 무려 6개월이나 지속되었다.

* 실습 교육이란? 실제 레스토랑 주방 환경에서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쌓기 위해;
• 다양한 요리 기술 및 메뉴 개발 능력 향상
• 주방 관리 및 위생 관리 능력 배양
• 팀워크 및 의사소통 능력 강화
• 기본 조리 기술: 칼 사용법, 재료 손질, 육수 및 소스 만들기 등
• 메뉴 개발 및 플레이팅: 창의적인 메뉴 개발 및 음식 플레이팅 기술 습득
• 주방 관리 및 위생 관리: 주방 위생 관리, 재료 관리, 안전 관리 등

이처럼 철저한 프로그램 속에서 모든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아니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현장 실습!!!
다행히 우리 학교에서는 Vocational work placement를 학생들을 위해 자매결연이 되어있는 호텔 및 레스토랑에 무료로 실습 자리를 알선해 주고 있었다. 학생들은 약 2년간에 걸쳐서 총 4곳의 다른 호텔이나 식당에서 현장 경험을 쌓아야 했다.

*Vocational Work Placement란?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정으로, 일반적으로 무급으로 일해야 한다.(네, 맞습니다. 공짜 노동력입니다. 재능기부? 열정페이? 지금 막 일을 배우는 초짜들한테는 그런 말 하면 실례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작은 레스토랑에서 실습을 시작했지만, 운 좋은 몇몇 학생들은 4성급 혹은 5성급 호텔에 배치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첫 번째 실습부터 로또 10만 원 당첨 수준의 행운을 잡았다!

바로, 집 앞에 있는 4.5성급 호텔 Rydges SouthBank Hotel에서 실습을 하게 된 것!
인도학생 3명, 중국학생 1명의 클래스 메이트들과 함께......

'아싸! 아직 내 운빨이 살아 있구나!'

그러나…

나는 몰랐다.
그 운빨이 나를 지옥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을지…

처음 현장실습을 했던 Rydges Southbank Brisbane (출처: 호텔 홍보 싸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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