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첫날, 멋들어진 셰프 유니폼을 입고 자신감 넘치게 주방에 들어섰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내가 본 건 지옥의 주방 버전이었다.
웬 놈의 주방이 마치 상암 축구장보다 더 넓은 전쟁터 같고, 신도림역 출근길보다 더 정신없으며, 논산 훈련소보다 더 살벌했다.
"나는 분명히 요리를 배우러 온 거지, 전쟁터에 입대하러 온 게 아니었는데..."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을 구경할 틈도 없이, 직책은 분명히 높은데 나이는 한참 어린 셰프가 나와 학급 친구들을 데리고, 지금 있던 동쪽 끝 주방에서 서쪽 끝 주방까지 약 100미터쯤의 복도를 지나 Banquet(연회장) 주방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6명의 셰프들... 그런데 그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한 달 굶은 하이에나들이 신선한 고깃덩이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인사도 끝나기 무섭게, 수 셰프가 갑자기 외쳤다.
"Hey, you guys! Come here and peel and dice onions! Right now!"
그러고는 내 눈앞에 10kg짜리 양파 4자루가 떡하니 놓여 있었다.
‘음… 이 정도야 뭐…’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10분도 안 돼서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단순히 양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 앞날이 갑자기 막막해져서였을까?
드라마 주인공처럼 '왜 나만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나'를 되새기며 눈물을 닦고 있는데, 옆에서 수 셰프가 보고 한마디 했다.
"Do you miss your mom? HaHaHa. Welcome to the hell, mate!!"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로또에 당첨된 게 아니라, 내 앞에 헬게이트가 열렸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