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k.com.au를 검색하던 와이프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자기야! 빨리 와봐! 이거 대박이야!"
나는 부엌에서 컵라면 뚜껑을 뜯다 말고 뛰어갔다. "뭔데? 라면 식기 전에 빨리 말해봐."
"Demi 셰프 구하는데, 골드코스트야! 그리고 놀라지 마!"
나는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뭐, 출근하기 힘들 정도로 오지야? 아니면 연봉이 내 예상보다 높아?"
와이프는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아니, 여기 호텔이... Palazzo Versace야."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웨스턴 영화 음악이 울려 퍼졌다. '두둥!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그로부터 불과 두 달 전,
화창한 햇살이 봄의 문턱을 알리던 8월의 어느 날,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브리즈번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골드코스트로 나들이를 떠났다.
브리즈번에 살기 시작한 지 벌써 5년.
그토록 가까이에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가볼 생각조차 못 했던 곳이었다.
늘 분주하게 돌아가는 도시의 일상에 익숙해졌던 내게,
골드코스트는 마치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햇살은 부드럽고, 바닷바람은 상쾌했고,
거리는 여유롭고 사람들의 발걸음마저 느긋해 보였다.
도시 전체가 마치 “잠깐 쉬어가도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곳에 도착한 순간, 나는 알았다.
왜 모두가 골드코스트를 그렇게 이야기했는지를...
특히 한국인이 많이 산다고 알려진 사우스포트와, 써퍼들의 천국인 써퍼스 파라다이스, 호주에서 손꼽히는 테마파크인 씨월드를 구경하고, 우연히 한 호텔 앞에 멈춰 섰다.
“Palazzo Versace?”
간판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설마, 그 유명한 베르사체? 명품 브랜드에서 만든 호텔이라고?”
세계에서 딱 두 군데 '두바이'와 '골드코스트'에만 존재하는 그 환상의 호텔???
그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나도 언젠가 이런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
"잠깐만. 내 경력이 고작 5년인데,
그것도 럭셔리 6성 호텔? 이력서 냈다가 '우린 너 같은 듣보잡을 찾지 않았는데?' 이러면 어떡해? 완전 개망신 아냐?"
와이프는 팔짱을 끼고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기, 도전 정신 많다며? 어디 갔어?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어!"
"도전...?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 아~ 그래서 나 처음 운전했을 때 헤맨다고 버럭버럭 했구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 목숨이 소중했기에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무한~~ 도전!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보지 뭐!"
그렇게 속전속결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업데이트하고 지원을 마쳤다.
그리고 정확히 3일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직감적으로 느낌이 왔다. "어라? 이 번호는 혹시...?"
내 직감이 맞았다. 전설의 명품 베르사체 호텔에서 인터뷰 요청 전화가 온 것이다!
"Hello, Minho? This is Palazzo Versace calling regarding your application. We would love to invite you for an interview. Are you available this Friday at 10 AM?"
(안녕하세요, 민호 씨? 팔라조 베르사체입니다. 지원서 관련해서 전화드려요. 당신을 면접에서 보고싶어요. 이번 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시간 되시나요?)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내 귀를 의심했다. '어라? 진짜 연락이 왔다고?'
나는 최대한 쿨한 척, 침착한 척 대답했다.
"Oh, yes! Absolutely! Thank you so much for the opportunity. I'll be there! See you on Friday."
(그럼요, 당연하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금요일에 뵐께요)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집안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자기야!!! 나 인터뷰 보러 오래!! 베르사체 호텔이 나보고 오라잖아!!!"
아내는 무덤덤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그렇지? 내가 뭐랬어. 안 된다 하지 말고 도전해 보랬잖아."
우리 부부는 호주에서 항상 외치던 구호가 있었다.
"안 된다 하지 말고, 아니라 하지 말고, 어떻게?~~ 긍정적으로~~~"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근데 자기야, 나 이거 어떻게 준비하지? 이건 그냥 호텔이 아니라 6성 호텔이야. 면접관들이 나 보자마자 '이런 듣보잡이 왜 왔어?' 하면 어떡해?"
아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기야, 그럴 시간에 연습이나 해. 평소에 요리 얘기하면서 자부심 있던 사람 어디 갔어? 그냥 자기가 해왔던 걸 보여주면 돼."
"최종 합격도 아니고 겨우 인터뷰 보러 오라는 건데? 호들갑 떨기는!! 준비나 잘해서 인터뷰 보러 가!!"
그렇게 해서 나는 며칠 동안 면접 준비에 올인했다. 영어 인터뷰 예상 질문을 뽑아 아내와 롤플레잉을 하고, 베르사체 호텔의 메뉴와 철학까지 외웠다. 심지어 거울을 보며 미소 연습까지 했다.
드디어 인터뷰 당일. 슈트를 차려입고 거울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좋아, 지금까지 해온 게 있는데 부딪혀보자."
베르사체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입을 떡 벌렸다. 메두사가 새겨져 있는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 화려한 샹들리에, 직원들의 완벽한 유니폼. ‘이거 실화냐? 영화 세트장 아냐?’
리셉션에 내 이름을 말하고 잠시 기다리자,
"Minho Lee? Welcome to Palazzo Versace. Please follow me."
인사 담당자가 나를 안내하며 미소를 지었다. '오케이, 침착하자. 쫄지 말자.'
그렇게 나는 베르사체 호텔의 인터뷰장으로 발을 들였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 면접이 내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과연 나는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처음 제 에세이를 접하시는 분들께*
2권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웰던인생, 미디엄레어 꿈" 1권에서부터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아직 1권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주시면 더욱 깊이 있고 생생하게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정주행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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