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한 통의 전화, 한바탕 난리!

"이사를 2주 안에... 멘붕과 기적 사이에서 살아남기"

by 호주아재

며칠이 지난 아침, 요란하게 휴대폰이 울렸다.
'누구지?'
졸린 눈을 비비며 화면을 보니, 낯익은 번호가 떴다. 몇 주 전 인터뷰를 보고 저장해 둔 베르사체 호텔의 번호였다.

"설마...!"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게 합격 전화일까? 아니면 정중한 거절 전화일까? 혹시 전화 잘못 걸었으면 어떡하지? 잠시 망설였지만,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Hello, Minho speaking."
(여보세요, 민호입니다.)


"Good morning, Minho! This is Palazzo Versace HR. How are you?
(민호 씨, 좋은 아침이에요. 베르사체 호텔 인사과입니다. 안녕하세요?)

"I am very good and yourself?"
(저는, 좋습니다. 당신은요?)

"I am fantastic, Minho!! We have a good news for you. We’re pleased to inform you that you have been selected as our new Demi Chef. Congratulations! You will be started in 4 weeks."
(저도 아주 좋아요!! 민호 씨!! 좋은 소식이 있어요. 당신이 새로운 데미 셰프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알려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4주 후에 시작하게 될 거예요.")

그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내가? 베르사체 호텔?'

반복해서 들었지만, 분명 내가 합격했다는 말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가, 이내 가슴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Really? Am I really accepted?"
(정말요? 제가 진짜 합격 됐어요?)

"Yes, absolutely! Welcome to the team!"
(네, 확실해요. 팀원이 된 걸 환영해요!)

전화를 받을 때부터 줄곧 내 옆에 있던 아내도 합격 소식을 함께 들었고, 내가 전화를 끊자마자 나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대박! 진짜 붙었어!"

우리는 마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아내는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화기를 든 채, 거실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와아아아! 나 진짜 붙었어!"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동안의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리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사실 몇 달 전만 해도, 베르사체 호텔을 바라보며 말했었다.

"여기서 일하는 셰프들은 얼마나 좋을까? 나도 한번 일해보고 싶다."


그때는 막연한 꿈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꿈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깨고 현실을 마주하는 데는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어??? 그럼 우리... 이사해야겠네?"

그 순간, 우리 부부는 잠시 말을 잃었다.
4주 만에 이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짐을 정리해야 한다는 사실에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템포호텔에 2주간의 이직 노티스를 주고, 곧바로 노트북을 켰다. 목표는 단 하나. 새 집을 찾는 것!부동산 사이트

(www.realestate.com.au)에 접속해 골드코스트에서 렌트할 수 있는 집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재계약으로 인해 아직 기간이 6개월이나 남아 있다는 것. 집주인이 천사라도 되지 않는 한, 이 계약을 쉽게 풀어줄 리 없었다.

일단 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저 이사 가야 하는데, 혹시 새 세입자를 빨리 구할 방법이 있을까요?" 관리인의 대답은 간단했다.
"광고 올려야죠!!"

그래, 이건 내 인생이지. 직접 발 벗고 나설 수밖에.
곧바로 한국 유학생들과 교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

(www.sunbrisbane.com)에 광고를 올리고, 부동산에도 새 세입자 모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새 세입자가 언제 구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이대로 가다간 빈집에 렌트비를 내야 할 판이었다. 또한, 4주 안에 골드코스트에서 새로운 집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인터넷으로만 찾는 건 한계가 있을 것 같아, 데이오프마다 골드코스트로 내려가 직접 부동산을 방문하고 인스펙션(Inspection)에 참여하기로 했다.
인스펙션은 일종의 '집 구경 투어' 같은 건데, 이걸 할 때마다 깨닫는 게 하나 있다. 사진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는 것. 사진 속에서는 마치 궁궐 같은 집이, 막상 가 보면 유령의 집일 수도 있다는 거다.

첫 번째 인스펙션. 사진 속에서는 채광이 예술이었고, 발코니에서는 바다가 보일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옆 건물 벽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오션 뷰가 아닌 벽 뷰!!"과감히 패스!

두 번째 인스펙션. 가격도 좋고 우리 부부가 살기에도 적당한 방 2개짜리 유닛. 그러나 문제는 당장 다음 주부터 입주해야만 한다는 완고한 집주인.

세 번째, 네 번째 인스펙션들도 집의 하자 보수 문제, 가격 문제 등으로 렌트 계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고난을 거쳐, 드디어 괜찮은 집을 찾았다. 호텔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Southport. 방 하나에 큼지막한 거실과 화장실이 있는 유닛. 렌트 가격도 적당하고 입주일도 내가 원하는 날짜에 딱 맞고... 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서둘러 계약을 했다.

이제 남은 건 이사 준비.

그런데... 막상 짐을 싸려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2권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웰던인생, 미디엄레어 꿈" 1권에서부터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아직 1권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주시면 더욱 깊이 있고 생생하게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정주행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oju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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