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입자가 없더라도 이제는 계약일에 맞춰 무조건 이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입주가 2주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급하게 Home Removalists(이삿짐센터)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새로운 계약자도 안 나타나, 이삿짐센터도 못 구해... 이건 완전 멘붕에 빠지기 일보 직전...
아! 그런데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교민 사이트에 광고글을 보고 한 신혼부부가 연락을 해왔다. 본인들도 급하게 차이나타운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더욱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맞았던 건 우리와 이사 날짜가 딱 1주일 차이가 난다는 것. 우리가 이사하고 청소업체에서 2일간 깨끗이 청소해 주고, 내가 1주일 치 렌트비만 더 내면 되는 상황.
이건 완전히 "럭키!"
또한, 브리즈번 한글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던 아내가 지인을 통해 20톤 박스 트럭으로 개인 사업을 하고 계신 분을 소개받았고, 마침 우리 이삿날 시간이 되신다며 이삿짐센터에서 받는 금액보다 약간 덜 받으시고 흔쾌히 이사를 도와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걱정했던 이사는 기적처럼 착착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삿짐을 나르던 날, 예상했던 아수라장은 없었다. 박스 트럭이 도착하고, 짐을 하나씩 옮기며 차곡차곡 정리해 나갔다. 물론 한국처럼 포장이사 업체가 있었다면 훨씬 편했겠지만, 그런 아쉬움도 잠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모든 것이 계획된 듯 착착 돌아갔다."
한 손에 커피, 한 손엔 테이프를 든 채 "이렇게 깔끔하게 끝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었네?" 하고 웃었지만, 솔직히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사 완료 후, 새 집 거실에 털썩 앉아 피자를 한 조각 베어 물었다.
"이제 남은 건... 언박싱인가?"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하나씩 박스를 뜯으며 필요한 물건을 찾는 게 아니라, 물건이 나를 찾는 느낌이었다. 겨우겨우 밥솥을 찾아내 요리를 하려 했더니, 전기 코드는 또 다른 박스 어딘가에 숨어 있었고, 접시는 찾았지만 젓가락은 감감무소식.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이사의 마지막 단계는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고, 며칠간은 박스 속에서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살았다.
결국, 이삿날의 혼돈은 피할 수 없어도, 인생은 결국엔 다 해결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마치 짜여인 각본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는 '웰던인생, 미디엄레어 꿈' 3권. 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더 진한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그동안 '웰던인생, 미디엄레어 꿈' 2권을 구독해 주시고 공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호주아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