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의 갈등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그 순간 느낀 감정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제안에 속으로는 '싫어'라고 생각하며, 입 밖으로는 '좋아'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이런 내 모습에 순간 내가 솔직하지 못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데 꼭 내 감정에 솔직해야 하는 건가?
감정 :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솔직하다 : 거짓이나 숨김이 없어 바르고 곧다.
나는 나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는 사람인가?
타인이 내게 전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인가?
첫 번째 질문 :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는 사람인가?
최근에 내 모습에 꽤 놀라고 동시에 못나 보인 적이 있다.
갑자기 백수가 된 상황에서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정말 가고 싶었던 기업에 간절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번 1차 면접 전형 결과, 다음 전형에 모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당연히 많이 속상했다. 하지만 가족, 친구들에게 태연한 척 웃었다.
그런 상황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구의 취업 소식을 접했다.
그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친구였다.
무의식적으로 친구에게 박수 이모티콘을 보내려다가 멈췄다.
속으로 '진짜 축하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기쁨을 함께 축하하지 못하는 내가 못나 보였다.
급하게 다시 친구의 피드에 들어가 축하한다는 글을 남겼다.
어디선가 '와장창'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그때 나에게 감정의 그릇이 있음을 깨달았다. 너무 작고 쉽게 깨지는 유리그릇이었다.
그리고 그 그릇은 솔직하지 못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순간 깨져버렸다.
동시에 면접 탈락으로 인한 슬픔이 큰 파도로 날 덮쳤다.
오랜만에 소리 내어 울었다.
이 시간을 지나고 보니 친구의 노력을 인정할 수 있었다.
인정하고 나니 진심으로 친구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어졌다.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 축하 인사가 늦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할 수 있었다.
이번엔 좀 더 넓고 단단한 감정의 그릇이 생겼다.
두 번째 질문 : 타인이 내게 전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인가?
직장 상사가 나에게 '일을 참 꼼꼼히 하네'라며 칭찬했다.
그 순간 0.01초의 뿌듯함이 빠르게 지나가고 갑자기 의심이 싹텄다.
'왜 갑자기 꼼꼼하다고 하지?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
상사는 그저 내가 제출한 보고서에 적당히 긍정적 반응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난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괜히 계속 숨은 의미를 찾으려 했다.
나는 왜 직장 상사의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처음에는 내가 칭찬을 들으면 머쓱해하는 부끄럼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긍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매번 '내가 실수한 게 있나?'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때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장점 리스트를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 리스트]
- 꼼꼼함
- 근면·성실함
- 유머러스함
- …
직장 상사의 칭찬을 듣는 순간 리스트에서 '꼼꼼함'을 지울 수 있었다.
내 생각이 인정받았다는 기분에 잠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뿌듯함은 잠시 나는 지우지 못한 리스트를 '부족함'으로 인식했다.
'왜 유머러스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지? 사실 그건 내 착각이 아니었을까?'
내가 틀렸다는 생각에 부끄러움과 동시에 의심이 시작됐다.
사실 의심의 대상은 바로 '나'였다.
여전히 나는 칭찬을 들으면 부끄러운 마음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더 이상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의심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나 스스로를 어마어마하게 긴 장점 리스트로 평가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아직 칭찬받지 못한 내 장점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그저 아직 내가 그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거니까.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니까.
내가 그 장점을 갖지 못한 사람이 아닌 거라고.
Question) 당신은 느낀 감정과 다르게 행동해 본 경험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