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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장 Jan 23. 2024

Ep.5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순간

팀이라는 조직에서 찾은 성취감

살면서 한 번쯤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때가 있다.

살짝 흔들리는 정도가 아닌 쿵 소리가 들릴 정도로 완전히 뒤흔들릴  말이다.


그것이 어떤 사건일 수도 있고 대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같았던 인물이  행동을 했을 때였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쇼트트랙을 탔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선수 준비반에 들어가 새벽, 저녁 운동을 매일 반복했다.


처음에는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한 그저 취미 활동으로 시작했다.

학교가 끝나면 스케이트장으로 가 2시간 정도 스케이트를 탔다.


그러던 어느 날 코치님의 제안으로 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팀에는 감독님과 서브 코치님이 계셨고 초등학생 5명의 팀원이 있었다.


사진: Unsplash의Duy Pham


취미반에서 나는 꽤 빠른 속도로 실력이 좋아졌다.

모든 학생이 일렬로 스케이트를 탔는데, 냉정하게도 실력순이었다.


나는 맨 뒷자리에서 출발해 빠른 속도로 맨 앞자리까지 갔다.

그래서 나는 내 실력에 대해 나름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선수 반에 들어가고 내 자리는 다시 맨 뒷자리가 되었다.

첫날,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일렬로 스케이트를 탔다.


근데 속도가 너무 느렸다. 난 더 빨리 탈 수 있는 사람인데.

그래서 앞 팀원들을 모두 추월해서 달리고 달려 감독님 앞에 의기양양하게 섰다.


 당연히  실력에 대한 놀란 감독님이 나를 향해 칭찬을 쏟아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냉철한 피드백과 함께 혼나고 말았다.


이 훈련의 목표는 10바퀴를 일정한 속도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개인의 속도를 최대치로 내는 것은 오히려 팀워크를 해치는 일이었다.


개인의 기량을 뽐내는 것이 오히려 팀워크를 해치는 일이라니?

그때 ''이라는 조직에 대한 존재를 처음 깨달았다.


스포츠는 절대 혼자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실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든든한 팀이 필요했다.


날 지원해 주시는 부모님, 조언을 아끼지 않는 감독님, 함께 달리는 팀원들까지

그들이 나와 함께하기 때문에 내 실력을 내가 가진 것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나 혼자 만들어 낸 영광이라고 생각한 큰 착각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자만은 독이었다.


''이라는 조직은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도록 협동한다.

혼자서는 힘들어서 쉽게 포기하던 20바퀴도 팀원들과 함께라면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작업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전히 팀으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사진: Unsplash의Vidar Nordli-Mathisen


물론 이것이 인생이 뒤흔들릴 정도의 사건은 아니다.

강하게 뒤흔들렸던 사건은 감독님으로부터 시작됐다.


스포츠팀의 감독님은 대부분 차갑고 냉철한 모습을 보인다.

아마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게 꽉 잡아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감독님 역시도 웃는 모습보다 호통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사실 훈련 중에는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스케이트를 잘 타도 더 잘 타라고 혼나고 못 타면 못 타서 더 크게 혼났다.

그래도 감독님이 나란 사람을 싫어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니 감독님이 밉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스케이트장에서 훈련하던 다른 팀과 친선 경기를 하게 되었다.

당시 그 팀에는 대회에서 우승한 유망주가 소속되어 있었다.


아직 대회 경험이 없던 나는 그냥 배운 대로 열심히 스케이트를 탔다.

그리고 결승점에 들어왔을 때 내가 1등으로 들어 온 것을 확인했다.


그때 감독님이 환호성을 질렀다.

감독님 앞에 섰을 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다'라며 웃으셨다.


이게  인생에 있어 가장  충격을 받은 순간이었다. 


첫째, 세상에서 제일 무뚝뚝해 보이던 사람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둘째, 잘해도 못해도 혼나는 게 당연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칭찬받았다.

셋째, 내가 가장 전문가라고 생각하던 감독님이 날 인정했다.


내게 절대 칭찬하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이 날 인정하는 순간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내가 옆 팀 유망주를 이겼다는 사실보다 감독님에게 받은 칭찬 한마디가 더 큰 성취감으로 다가왔다.


그 거대한 성취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너무나도 달콤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기억을 갖고 다시 한번 그때의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노력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Question) 인생에서 쿵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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