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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장 Jan 31. 2024

Ep.6 절대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와 가장 반대인 친구들

내 성격은 요즘 표현으로는 극 T 100%. 무뚝뚝한 편이다.

더불어 에너지를 무한히 발산하기보다는 차분히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선호한다.


감성적 리액션이 폭발하는 재기발랄한 공간에서는 쉽게 지치는 편이다.

그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모이는 상황은 피하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피하려 해도 내 의지대로 피할 수 없는 시기가 있다.

바로 랜덤으로 반 배정이 되는 중학교 시절이다.


가장 예민한 시기인 중학교 2학년, 난 나와 너무나도 다른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가장 순수하게 웃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와 가장 반대인 친구들.

그러나 가장 즐거웠던 기억.


사진: Unsplash의kyo azuma


다행히도 우리 학교에는 흔히 말하는 일진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

방황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들도 수업을 성실히 듣고 하교 후에야 놀러 갔다.


그런 분위기 속에 나는 소위 '모범생학생이었다.

쉬는 시간에는 몇 명의 친구들과 조용히 수다를 떨다가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갔다.


누군가의 기준에는 재미없는 학창 시절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평범하고 안정적인 일상이었다.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한 1학년은 정말 무난하게 흘러갔다.

그래서인지 당시를 기억하면 바로 떠오르는 추억이 거의 없다.


내가 무슨 반이었고 어떤 친구들과 함께했는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잔잔한  년을 보내고 2학년을 맞이했다.


사진: Unsplash의Jed Villejo


보통 반 분위기를 주도하는 5~6명의 무리가 있기 마련이다.

2학년 반 배정을 확인하고 들어간 우리 반은 이미 분위기가 남달랐다.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보인 것으로 유명한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학기 첫날임에도 그들은 이미 삼삼오오 모여 에너지 넘치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선생님이 지정한 자리 배정표에 따라 우연히  그들과 가까이 앉게 되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어느새  그들의 에너지에 동화되었다.


쉬는 시간이면 언제나 다 같이 모여 말뚝박기하고 소리 질렀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과 엄청난 티키타카로 매번 새로운 에피소드를 뽑아냈다.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피시방과 노래방, 그리고 오락실을 갔다.

어딘가를 놀러 갈 때 그런 공간을 생각해 본 적 없던 나에게는 굉장한 일탈이었다.


꽤 큰 용기를 내어 부모님께 친구들과 놀러 가니 용돈을 더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런 나에게 부모님은 미소를 지으며 흔쾌히 재밌게 다녀오라 말씀하셨다.


정신없을 줄만 알았던  공간들은 생각보다 재밌었다.

아니솔직히 너무 재밌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다.


사진: Unsplash의Joey kwok


 년이 지나  친구들과 함께 2학년을 마쳤을  나는 많이 변해있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났을 때 어색함을 느끼기보다 빨리 친해져서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졌다.

먼 어른이었던 선생님들과 친해지고 그들과도 우정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연히 찾아온 '나와 반대인 친구'라는 기회가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그들과 함께한 그 일 년이 15년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거워 그런 자리를 찾아간다.

나이가 많은 상사일지라도 나의 고민을 편하게 나누며 일상 대화를 한다.


나와 정반대의 친구들.

그들 덕분에 나는 변했고  모습이  만족스럽다.


Question) 결코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던 상황/사람/공간에 익숙해진 경험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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