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한 이별
지인들과 연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헤어짐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어떻게 저런 이유로 헤어질 수가 있지?'
생각이 들 때가 있고,
때로는 '어떻게 저런 상황에도 안 헤어질 수가 있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헤어짐은 '관계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음을 깨달은 순간'이다.
그 순간부터는 억지로 이어나갈수록 서로에게 독이 된다.
이런 내 기준으로는 전자도 후자도 이미 헤어진 상황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전자도 후자도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미완의 상황이기도 하다.
헤어짐에 정답은 없지만, 한 번쯤은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꽤 단호한 편인 나는 헤어짐에 있어서도 망설임이 없었다.
'이 사람과는 이게 끝이다'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빠르게 감정을 정리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과 연인 관계로 쉽게 발전시키지 못했다.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끝날 관계라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00이는 헤어지고 나서도 많이 힘들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내 두 번의 이별을 지켜본 친구가 어느 날 나에게 말했다.
순간 감정이 없는 기계 인간이 된 기분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이별 후에 감정적 동요가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별 가사만 들어도 눈물이 쏟아지거나, 새벽을 눈물로 지새우는 일은 없었다.
누군가는 너무 무뚝뚝한 것 아니냐고 했지만,
나는 '속상하지만 옳은 선택이기 때문에 슬프지는 않아'라고 변명했다.
돌이켜보면, 이별이 뇌리에 스치던 그 순간에는 언제나 결정적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어, 뮤지컬 관람을 위해 20만 원짜리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 너무 기대했던 공연이라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아.
■: 이 가격이면 다른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유튜브로 다 볼 수 있는데 말이야.
이 둘은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 서로를 과소비 인간과 쪼잔한 인간으로 평가한다.
서로에 대한 평가 끝에 이들은 소비에 대한 가치관 차이를 발견한다.
하지만, 가치관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고 엄연히 모두의 것이 다 맞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 쪽이 옳다/그르다고 판단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나는 접점을 찾아 가면서 연인의 관계가 점차 깊어 진다고 생각한다.
수평선 같은 관계는 차이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 순간 관계의 미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이 관계의 마지막, 이별은 타당해진다.
*타당성 : 어떤 판단이 가치가 있다고 인식되는 일
지금 이 관계를 끝내는 옳은 선택, 이 타당한 것에 대해 슬퍼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헤어졌는데, 슬프지는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찾아온다.
Question) 연인과 헤어짐을 결심한 순간을 기억하는가?